Issue 163, Apr 2020
최고은
Choi Goeun
조각이 조각하는 것
조용한 조각들이 네모난 모양으로 나란하다. 최고은은 경박하게 얇거나 진지하게 두꺼운 사각 덩어리로 전시장을 조립한다. 에어컨, 냉장고, 컴퓨터와 같은 가전제품을 작업의 소재이자 재료로 삼는 그의 작업은 도시, 아파트, 생산과 소비 같이 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자주 논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한 공산품의 침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둘러싼 배경과 맥락으로부터 출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되어 출시되는 제품들은 고유의 식별 번호를 가진 규격화된 상품으로서 개별 서사를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도시, 아파트와 같은 특정 배경 위에서 형상을 바라보지 말자고, 그 네모난 조각들로부터 출발해보자고 제안한다면, 그의 사물은 어떤 서사를 입을 수 있을까?
● 이민주 컨트리뷰터 ● 인물사진 작가 제공
'White Home Wall' 2018 스탠딩에어컨 110×180×8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