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1, Oct 2016
한국 색채추상을 개척한 최욱경의 작품세계
Impact of Technology on Art
한 예술가의 예술작품은 사후에 통합적인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과정을 거치며 생존했을 때 이룬 예술적 성취가 당대의 문화정치적 맥락과 시각문화의 제약을 넘어 독자적인 예술세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험받는다. 최욱경은 자신의 작품을 ‘과거와 현재의 경험 중에서 걸러낸 시간의 콜라주’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작품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충실한 작가, 또는 ‘미국적 발상의 회화’라는 평가에 굳어 있었고, 사후에는 비운의 천재 요절작가라는 신화의 스토리에 묶여 있다. 1985년 7월 16일 최욱경의 급작스런 죽음 이후, 198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최욱경 회고전', 1989년 '최욱경 회고전'(호암미술관), 1996년 '최욱경 11주기 회고전'(갤러리현대, 조선일보미술관),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최욱경 기증작품 특별전' 등 여러 차례 회고전이 개최되었다. 1990년대 말까지 최욱경 작품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최욱경 예술의 본질은 페시미즘”이라고 평가한 1세대 평론가 이경성의 관점에 고착되어, 다양한 회화공간에서 회의적 인생관이 강조되었다. 음주 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미국 유학파 독신 여성예술가의 극적인 죽음은 율동감이 강한 표현주의적 회화공간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천재작가 요절신화로 대중의 통속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 진행 정일주 편집장 ● 글 김정복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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