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5, Feb 2017
박은선
Park Eun Sun
돌에서 피어난 삶
지금은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예술가지만 박은선에게 조각의 시작은 ‘창작’이란 행위가 주는 압도적 부담,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실은 마치 거대한 벽으로 시야가 막힌 듯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답답한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발견된 것이 바로 돌이다. 그는 살기 위해 돌을 깼고, 그러면서 숨통이 트였다. 사물이 두 조각으로 깨지는 순간 벌어진 틈 사이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순간 작가의 가슴이 함께 열렸다. 작가는 그 순간, 자신이 자연스레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박은선에게 돌은 거짓말 하지 않는 존재이며, 그만큼 자신과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솔직한 재료다.
● 백아영 객원기자 ● 사진 작가 제공
'Colonna infinita' 2016 White and gray marble 940×230×23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