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11, Dec 2015
정성윤
Jung Sung yoon
기계의 처연함을 보는 담담한 시선
“기계는 심장이 없다. 사랑을 잃은 자의 가슴 속처럼.” 갤러리 토마스 파크에서 열린 정성윤의 개인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계는 하나의 목적과 완벽한 동작만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그 모습이 처연하다. 기계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제작됐고, 정해진 일을 부여받은 기계는 한 방향을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 기계이기 때문에 오류나 고장을 용납할 수 없다. 대개 기계가 실수하거나 고장나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정성윤의 생각은 다르다. 맡은 일을 가감 없이 ‘기계적으로’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에 그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다.
전시에 정성윤이 들고 나선 'They Spin Like Nonsense'(2015). 그간 그의 작업에서 익히 보았던 검은 원들이 줄지어 선 작품인데, 이번엔 반지르르한 당구공이다. 그는 쌓이는 점을 이어나가 하나의 긴 선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원형과 구에 대한 것들을 떠올렸다. 완벽한 구가 만났을 때 결국 그것은 하나의 점이 된다. 그 점들을 계속 이어보자는 시도였다. ‘층층이 쌓이는 점들’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내기 위해 시작한 그의 작품은 49개의 까만 공들이 나란히 서서 천천히 돌아가는 광경을 연출한다. 왜 49일까? 100의 절반인 50에서 하나를 뺀 숫자인 49가 작가에게는 0에 수렴하는 숫자라고 한다. 절반에서 겨우 하나를 빼냈을 뿐인데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니, 마치 하나를 잃는 것이 곧 전부를 잃는다는 듯 애틋한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반대로 절반에서 하나를 더한 51은 100에 가까운 완벽한 숫자가 된다. 이에 작가는 일부러 하나를 빼낸 49개의 공을 세워 모자라고 결핍된 이야기를 시도한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서지연
'Eclipse' 2014 스틸, 모터, 기어, FRP 각 900×230×40cm (2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