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을 주제로 한 조선 왕실 컬렉션을 감상할 기회. 전시는 총 세 파트로 나뉜다. 1부 ‘가꾸고 즐기다’에서는 모란이라는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며 그려 즐기던 전통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실은 영상과 조경물로 연출된 정원 형태로 재현되고 관람객은 올봄 창덕궁 낙선재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에 핀 모란에서 포집해 제작한 향을 맡고 빗소리, 새의 지저귐이 어우러진 정원을 느끼며 18-19세기의 대표작 허련과 남계우의 모란 그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안녕, 모란> 전시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2부 ‘무늬로 피어나다’에서는 조선 왕실 생활공간을 장식한 무늬로서의 모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무늬’는 장식적 기능과 함께 특정한 상징을 담는 기호이기도 한데, 왕실에서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을 각종 생활용품에 무늬로 사용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 물품 등 다양한 유물을 장식한 모란에서 풍요와 영화에 대한 기원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빌다’는 왕실의 흉례(凶禮)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된 모란을 조명한다. 흉례의 절차마다 모란 무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각종 의궤, 교의(交椅), 신주 신여(神輿, 가마), 향로와 모란도 병풍을 통해 소개한다.
<안녕, 모란> 전시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특히 이번 전시에는 모란도 병풍을 비롯 궁궐의 그릇, 가구, 의복 등 모란으로 장식된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 용품 등 유물 120여 점이 대거 공개되며, 모란이 수놓인 창덕궁 왕실 혼례복이 처음 내보며 이목을 끈다. 총 2벌의 혼례복 중 한 벌은 복온공주(순조의 둘째 딸, 1818-1832)가 혼례 때 입은 것인데, 남아 있는 활옷 중 유일하게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하다. 나머지 한 벌은 창덕궁에서 전해 내려오는 활옷으로 재미있는 것은 보존처리 중에 옷 속에서 발견한 종이심이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어 옷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 이 종이심은 1880년 과거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낸다. 10월 31일까지 모란에 깃든 부귀영화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
<안녕, 모란> 전시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 문의 국립고궁박물관 02-3701-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