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하나의 주택 같지만 그 안에 여러 세대가 모여 복작거리며 사는 ‘다세대주택’에는 다양한 가족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정이 묻어난다. 정도영이 고향인 울산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지 10여년. 낯설었던 ‘서울생활’에서 그가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은 방음조차 잘 되지 않는 다세대주택의 작업실이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다세대주택 속 일상적인 인간관계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정도영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의 작업실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웅성거리는 말소리로만 만나온 이웃들이다. 그들을 희화시켜 그림으로써 그는 실제로는 마주하지 못했던 이웃들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며 나름의 소통을 하고자 한다.
<다세대주택>
혼합재료 146×90×7cm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갖가지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정도영은 이런 불편함을 ‘유머’라는 윤활유로 가볍게 풀어낸다. 화면 전체를 웃음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운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다양한 색채와 인물들의 과장된 표현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유쾌한 표정을 찾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는 딱 우리에게 웃음을 줄 만큼만의 과장법을 통해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소한 장면들을 퍼즐처럼 이어 붙여 입체회화 형식을 띄는 작품은 극적인 상황연출을 극대화시켜 웃음을 전달하는데 몫을 더한다. 작가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번 전시는 무심하게 스치는 일상의 표정을 유머러스한 그림 스타일로 표현해 끊임없이 흘러가는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에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