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감을 사용해 끊임없이 자연과 주변 환경을 탐구하고 습득한다. 그 중 ‘시각’은 가장 직접적으로 이미지를 흡수하는 감각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모양과 크기 등 많은 것으로 구분되지만 특히 ‘색’은 이미지의 개념을 정리하는 기본 바탕이 된다. 뚜렷한 경계 없이 이어지는 색의 스펙트럼은 마치 자연과 그 것을 이루는 인간의 삶처럼 연속적이고 촘촘한 결을 갖는다. 김현식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무한히 변화하면서도 고유한 언어를 지니는 색을 탐구한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에폭시 레진(Epoxi Regin)을 연구하며 재료가 주는 투명한 질감에 집중해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Who likes K colors?’ 시리즈는 에폭시 레진을 통해 물감이 발산하는 다채로운 색을 평면의 조각으로 보여준다.
<Who likes any color?> 2016
에폭시 레진, 아크릴 물감, 나무 액자 가변설치
겹겹이 쌓아올린 에폭시 레진의 레이어에 김현식은 칼로 선을 긁어냈다. 모두 길이가 같은 수직의 선이지만 긁는 행위 중 작가의 호흡과 동작의 빠르기, 또 당시의 감정에 따라 각 선들은 상이한 두께와 깊이를 갖는다. 정확하게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반복을 통해 나타나는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이 행위는 반짝이는 재료의 겹 위에 색의 의미를 담는 깊이를 만들어냈다. 두께와 깊이에 따라 다양한 음영을 만들어내는 선들은 색이 전달하는 스펙트럼을 표현한다. 마치 추상 페인팅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사실 엄청난 무게와 두께를 지닌 색이다. 색과 그 안의 무수한 공간은 시각 이미지를 넘어 상상으로 관람객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