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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5, Fe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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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 2016.12.29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한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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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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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사진을 경험하는 방식

 


사진은 관찰하는 자의식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 버거 <사진의 이해>



미국의 텔레비전 진행자인 (Jack Paar) 청년에게 물었다. (hot) 어울린 자리에 (cool)이라는 말을 쓰느냐고. 청년이 답한다. “앞세대가이란 말을 버렸으니까요.” ‘인간의 확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마셜 맥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에 나오는 일화다. 1964,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에 지어진 책의 에피소드가 아직도 유효하다. 인간은 생각보다 변화가 빠른 동물은 아닌 같다. 어느 순간이란 단어가이라는 단어로 대체됐던가그랬더라도 여전히 신선하고 새로운 것의 등장에 젊은이들은이라는 형용사를 내뱉길 즐긴다. < 스크랩> 행사장에 들어서면서부터쿨하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PULSE> <UNTITLED> 같은 아트페어 같기도 하면서, 그들을 따라 느낌보다는 그들보다 훨씬 정리되고 안정적인 연출이었다. 별다른 디자인이 없는 같지만, 그래서 무심한 시크하게, 다시 말하자면 세련되고 젊은 감각으로 꾸린 디테일들을 찾아보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직접 제작한 박스테이프와 다시 박스테이프를 응용한 형식으로 전체 디자인을 잡았고, 주조 색도 청량한 울트라마린과 화이트다


박다함이 스크랩했다는 올해의 음악들이 백뮤직으로 깔린다. 일하는 스텝들이 모두 20대에서 30 초중반이었다. 관객들도 다시 나이 또래와 다르지 않아서, 젊고 쿨한 공간에 있다는 인상을 주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개인적으로 요소가 < 스크랩> 멋져 보인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입구에서부터 엄격히 수질관리를 하는 클럽처럼, 행사의 관객과 진행자들은 젊고 활기차서 쿨해보였다그에 더해 마치 마트에 디스플레이되는 상품처럼 이케아(IKEA) 철제 선반에 랜덤으로 (jpg 파일 크기에 따라) 전시된 102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10점씩, 1,020점의 사진을 a4 사이즈에 출력해 진열했다.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주최 측은 쇼룸이라 불렀다. 여기에 더해 색다르게 사진을 구입하고 즐기는 방식이 제시됐다. 3,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사진을 10 것인지 5 것인지를 정함에 따라 5 혹은 3 원을 내고 구입할 개수만큼 숫자와 빈선이 있는 카드를 받는다. 주최 측은 이를 체크리스트라 불렀다. 사진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획일하게 통제된 상태로 놓인 1,020점의 사진과 흩어진 그들 사진을 장에 압축해 놓은 썸네일을 번갈아 확인하며, 10개로 추려 기입한 번호를 고치고 고치고 한다.


게임을 하는 건지, 마트에 건지, 작품을 사는 건지, 전시를 감상하는 중인지, 라운지 바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체크리스트가 완성됐다면 다시 입구에 위치한 스토리지룸(작품저장소) 돌아가 예의 리스트를 스텝에게 제출한다. 스텝은 리스트의 숫자를 입력해 사진씩 차례로 모니터에 뜨도록 뒤에, 모니터에서 고른 사진이 맞는지 구매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해준다. 경우, 사진을 고르는 사이 솔드아웃된 이미지가 있었고, 이미지를 다른 사진으로 대체한 뒤에 잠시 대기를 했다. 주최 측이 스크랩 팩이라 명명한 투명한 a4사이즈 봉투를 받아볼 있었다. 봉투를 열어본 뒤에야 내가 고른 작가의 사진이 누가 찍었는지 정체를 파악할 있다. 사진과 같은 사이즈, a4 출력된 작품정보와 작가정보가 그제야 드러난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적인 예산 속에서 편집된 기획으로 한정된 상품을 판다. 세대가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스크랩은 그렇게 구현해내고 있었다. 이를 두고 『한겨레』에서는 이케아 세대적 특징이라 말했다. 1978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두고, 교수가 감각적이지만 실용적이고 값이 이케아에 빗댔다


그를 구현이라도 하듯, 전시장의 스탠드부터 철제선반까지 모두 친구의 자취집에서 보던 이케아의 대표상품들이었다. 이케아를 소비하는 세대가 사진을 소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면 바로 < 스크랩> 것이라는 사실은 맞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편집하고 운용하는 능력을 갖춘 이케아 세대는, 가구 또한 편리하게 사서 본인이 조립해 사용한다. 이케아의 단순함은 다양한 편집이 가능한 바탕이 된다. 이케아 세대에게 휴대용 전화기의 디지털카메라 내장으로 인한 사진생산과 SNS 통한 유통은 자연스럽다. 사진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매체가 됐다. 고등교육과 높은 감각을 가진 젊은 세대가 무수히 탄생해 몸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사진이 그랬다. 일찍이 버거가 말했듯이, 사진이 무한대로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사진이 가진 원리다. 바로 그리하여 사진은 미술에서도 가장 가치를 갖기 어려웠다.


그리고 다시, 가치가 없다는 일에 굳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바로 기획의 본질과 통한다.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진을 사는 것도, 사진을 보러온 자의식 과잉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들의 시선에 자의식 강한 내가 포함되는 것도 행사의 묘미였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견뎌내고 있구나, 라는 느슨하면서도 확실한 연대의식이 사진에 집중하는 듯한 개개의 존재들 사이에 흘렀다고 믿는다. 홍보비용이 많았을 리가 없는, 그리하여 기획자들의 자체 SNS 웹사이트에 국한해 홍보한 행사에 1,600 명이 찾았다. 사흘간의 행사에서 5,300 장이 사진이 팔렸다. 지루한 전시와 행사는 지난 세대가 써버렸으니, 이제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형식의 전시와 행사를 모색해야 하는 당연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색다른 편집은 탄생한다. 어려운 이케아 세대라 이름 붙여진, 칭찬인지 욕인지 없는 수식을 선물 받은 이들이 자꾸 해내고 있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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