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예술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각 자치 단체별로 시립, 도립 미술관이 활기를 띠는 것을 비롯해 지역 작가들의 활동도 심상찮다. 지역에서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자연스런 과정일 것이다. 이번 봄, 대구에서 지역 예술 생태를 묶어보겠다며 예술가들이 일어섰다. 지역 예술을 관찰하고, 다시 재정립하는 ‘보감’을 짓겠다는 시도인데, 특기할만한 점은 지역이 낳은 유명한 몇 명의 작가를 조명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대한 많은 예술가들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주요 주제는 참여한 예술가들 간 ‘협업의 상상력’이다. 지명이나 대구 내 특정 모임의 이름을 가져와 구획의 표지를 결정하고, 각각의 협업을 이끌어내 상상의 예술지도를 그려내기로 한 것이다. 서로 다른 전공의 작가들은 항구 이미지, 구상미술의 메시지, 몸짓, 노래, 대구예술생태보감 인터렉티브 지도 등을 제시한다. 그 과정이 눈여겨 볼만한데, 참여 예술가 간에 전시 개념을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진행한 다양한 토론과 협업은 기본 방침이었다.
김결수 <노동&효과> 2017
준비 과정 중 무엇보다 유념한 바는, 인위적인 공간 조성으로 인해 너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모두가 이에 동의하면서 작가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한편, 전시는 음악, 무용, 평면작업, 설치, 간담회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이를 통해 참여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관람객까지도 대구 고유의 예술 생태지도를 나름대로 상상하고 그려보도록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목표다. 적극적인 참여와 협업을 통해 움직이는 공간 속 그 자체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대구예술발전소는 태생적 목표가 ‘지역 근대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 예술 창작 벨트 조성’이다. 처음 1949년에 세워진 연초제조창을 개조해서 2013년 개관했다. 이번 전시는 공개 모집을 통해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대구문화재단이 맡은 첫 행사로 더욱 주목받는다. 대구 지역 예술의 가능성을 선보일 이번 전시에 방문해보자. 3월 2일부터 4월 23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 문의 대구예술발전소 053-43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