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의 작가와 1인의 기획자가 한 팀을 이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독특한 방식의 전시가 열린다. <ABCDE>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고재욱과 기획자 권혁규가 1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작가나 기획자가 아닌 ‘A’와 ‘B’라고 명명, ‘가짜 익명성’을 지닌 채로 나눈 대화에서 전시는 출발한다. 1년 동안 작가와 기획자라는 제한적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교환한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고, 둘의 대화는 미술에서 삶의 이야기로 점차 갈래를 확장한다. A와 B에서, C와 D, E로 뻗어 나간 대화의 화자는 누구인지 모호한 상태로 이어지다가, 실제인지 가상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고재욱 <they are untitled 1> 

2017 C-프린트 60×80cm 

전시장에는 둘의 대화가 담긴 책은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A, B, C, D, E를 시각화하는 이미지와 오브제가 자리한다. A, B, C, D, E의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는 독립된 상징물이나 관람의 대상이기보다 책으로는 전달하지 못하는 감각을 자극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고재욱은 익명의 A, B, C, D, E에 자신이 수집한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이번 전시는 이렇게 허구와 실체를 오가며 무한한 이야기를 생성한다. 두 사람이 전시를 꾸리는 동안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협업을 추구했다는 점도 특징. 우리 삶에서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가 고재욱과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기획자 권혁규가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만들어낸, 12월 8일부터 2018년 2월 10일까지 열리는 전시가 당신의 지적 갈증을 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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