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지아나의 예술세계를 엿보는 전시. 흙으로 빚은 그의 유닛들은 단색을 뚫고 나와 마치 숨 쉬는 듯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 제목 ‘인생그루브’는 인생의 리듬으로 색과 움직임을 빛으로 표현한 작가를 대변하는 표현이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이를 ‘순리’라 일컫는 우리는 그 자연에서 빛을 받고 변화하며 다양한 색으로 살아간다. 김지아나가 흙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에게 생명의 시작이자 끝인 흙은 자연에서 태어나 제각기 다른 색깔로 살아 숨 쉬는 인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여기에는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전달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도 담겨있다.
<Yellow inside yellow-2004>
2020 도자, 스테인 162×130×18.5cm
작가의 손을 거친 흙은 마치 광물처럼 영롱하고 단단해지는데 이렇게 자연과 인간의 공조로 완성된 작품은 모두 고유의 캐릭터를 지닌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유화나 아크릴물감을 이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그리는 화가가 있다면 김지아나는 작은 도편들을 쌓고 집적하여 전혀 독창적 조형으로 화면을 완성한다. 빛을 투과하는 세라믹의 특성을 반영해 빛의 방향과 양에 따라 그리고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때로 찬란한 환희를 혹은 내면의 불안함을 자아낸다. 캔버스 위에 불규칙하게 나열된 얇고 예리한 조각들. 김지아나가 만든 깊이 있는 흙의 회화를 지금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