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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3, Apr 2015

오용석
Oh Yong Seok

콜라주의 새로운 정의

다양하게 변주하고, 새롭게 엮어내고, 다 방향으로 가지 치는 오용석의 비디오는 잡지, 신문, 텍스트, 사진, 오브제를 조합해 새로운 화면을 창조하는 콜라주(collage)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것은 단지 사진과 영상매체의 조합이라는 기법적인 콜라주를 넘어 형식, 형태, 매체, 소재, 기술을 아우른 확장적 개념의 콜라주다. 오용석의 콜라주는 ‘Cross’(2002) 시리즈와 '미래의 기억'(2009)처럼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다양한 시간의 교차와 변주를 보여주거나, ‘Classic’(2009-) 시리즈와 '듀엣'(2010)을 통해 기억의 파편들을 잇기도 하는 등 작품마다 쓰임새가 다르게 변모한다. 영화와 일상을 교차하는 ‘Drama’(2003-) 연작, 시지각의 교란을 이용한 '샴 몽타주'(2008-)를 비롯, 영화의 장면을 확장하는 '끝없이'(2012)와 '거의 모든 수평선'(2012-)으로 이어지는 오용석의 콜라주가 진화해온 과정을 들여다보자.
● 백아영 기자 ● 사진 서지연

'거의 모든 수평선 외 2편'(2014.5.29-6.22, 아트스페이스 정미소)전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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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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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은 영화 속 다양한 기술과 개념을 연구해 파고들었다. 회화를 전공한 그가 비디오 아티스트로 발걸음을 뗀 것은 영화를 향한 순수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에게 영화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제작돼 기승전결이 확실한 내러티브를 지닌 매체다. 그에 반해 비디오아트는 영상을 통해서 규정된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었던 것. 이와 같은 사실을 인식하면서부터 오용석은 비디오를 통한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영상매체를 연구하고 있다. 비디오 작업을 시도하는데 있어 그가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영상매체가 가진 ‘시간성’이었다. 사진은 정지된 시간을 담지만, 반대로 동영상 속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흘러간다. 오용석은 이 둘을 조합해 멈추어있는 시간과 움직이는 시간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이 다양한 시간의 조합을 생성할 것으로 확신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Cross’ 시리즈다. 오래된 사진 속 장소를 직접 찾아가 그 곳의 현재의 모습을 촬영하고, 이를 다시 사진과 조합하는 사진영상 콜라주. 그는 어머니의 옛 사진과 익명의 이미지 등 다양한 소재를 끌어와 현재와 과거를 교차했다.


이는 이후 실제 사진과 직접 연출한 세트로 구성된 ‘Classic’ 연작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직접 소품을 제작하고 세트장을 만들어, 사진이 촬영된 당시 프레임 바깥의 모습을 추적해나갔다. 누구도 정확히 재현할 수 없는 ‘기억’의 불확실한 속성을 넘어서기 위해서, 실제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소품을 함께 설치해 강한 사실감을 부여한 것이다. 세트는 사진 속 인물의 기억, 주변인의 진술, 시대적 상황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직접 연출했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사진 같지만 곳곳에 영상이 가미돼 있어, 방 한 켠에서 흩날리는 책과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에게서 찰나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오용석의 작업은 이미지만으로도 직관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시각적 효과를 지녔지만, 시간을 갖고 들여다보면 미세한 동력이 곳곳에서 포착돼 사진영상 콜라주의 묘미를 뽐낸다. 오용석이 영상과 사진매체 속 시간성을 탐구한 작업 이외에, 본격적으로 영화이미지를 작품에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Drama’ 시리즈다. <Drama no.5>(2006)는 영화 속에서 묘사된 일상적 구도의 장면을 수집한 후 영화 속 장소와 흡사한 실제 일상을 촬영해 조합한 작품이다.





<Cross> 2002 5' 

싱글채널 비디오, 스틸&무빙 이미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픽션으로, 사람들은 연출된 상황임을 알면서도 영화 속 가상의 현실에 몰입해 울고 웃는다. 이 상황은 그에게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고, 비록 영화가 일상적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해도, 그는 이를 단순한 허구가 아닌 영화적 현실로 간주한다. 단, 작가는 이 둘의 구조에서 극명한 차이를 발견하는데, 우선 영화의 구조는 질서정연하게 이어지는 하나의 내러티브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과, 감독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선별한 장면들이 모여 질서와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단선적, 선별적, 구축적’이라는 용어로 묘사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상의 구조는 복합적 시점, 확장된 프레임,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즉 구축적이지 않은 상태라고 설정했다. 그래서 오용석은 이 두 개념을 뒤섞기 위해, 영화에서 가져온 장면들을 영화의 구조가 아닌 일상의 구조 안에 던져 놓았다.


초기 ‘Drama’ 연작에서는 일상과 영화의 각기 다른 현실을 병치했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영화를 일상 속으로 와해시키는 등 점차적으로 약간의 구성을 달리한다. <Drama no.6>(2011)는 <Drama no.5>와 제작방식은 동일하나, 랜덤 재생을 통해 영화적 질서가 없는 상태를 극단으로 흐트러트린 2채널 영상이다. 양쪽 채널이 각각 무작위로 틀어대는 15개의 비디오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하며, 각각 짝을 이루고 있어 어느 순간 비슷한 화면이 동시에 재생되는 때가 온다. 이 순간을 통해 작가는 영화 속 상황들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 일방향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달리 일상의 시간과 사건들은 수많은 갈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Classic No.1915> 2010 

싱글채널 비디오, 스틸&무빙 이미지  




작품 속에서 유사한 두 화면이 만나 사실은 다른 사건들을 선보일 때, 이들이 결국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며, 미처 예상치 못한 일상 속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증명한다. ‘Drama’ 연작이 영화에 반하는 개념을 추구한 것이었다면, <샴 몽타주>는 반대로 영화를 더 영화적인 방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Drama> 제작 당시 오용석은 영화 속 장면과 최대한 비슷한 풍경을 찾기 위해, 이를 프린트해 지니고 다니며 장소를 물색했다. 그 때 카메라 렌즈를 통한 풍경과 인쇄 이미지를 번갈아 보는 과정에서 교묘한 시각적 환영을 경험했고, 양쪽 눈으로 각기 다른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 샴 스콥(Siamese Scope)을 직접 제작해 <샴 몽타주>를 만들었다. 왼쪽 렌즈로는 영화 속 장면을, 오른쪽 렌즈로는 작가가 직접 연출한 장면을 상영한다. 이로써 관람객은 익숙한 영화에 영화적 상상력을 교묘하게 덧입힌 새로운 콜라주를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후로도 영화가 가진 다양한 특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절묘하게 엮었고, 영화는 소재, 도구, 목적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의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2012년 작 <끝없이>를 보자. 영화의 엔딩 컷을 연결해, 결국에는 엔딩이 없는, “끝나지 않는 상태”를 만든 비디오다. “만일 물리적인 틀이나 제한점이 없이 모든 것이 무한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고, 영화의 끝 장면을 연결해 무한한 상태를 만들고자 시도한 것이다. 끝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과 마지막을 연결한다는 것, 어쩌면 다소 1차원적일 수도 있었던 이 생각은 작가의 손을 거쳐 예상을 넘어선 짜임새 있는 화면을 낳았다. 이는 수많은 영화를 보고 수없이 고민한 그의 꾸준한 실험 덕택일 것이다. 

 



<Drama no.6> 2011 

2채널 비디오 무작위 반복 재생




오용석은 먼저 가능한 한 모든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을 빠짐없이 취합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영화의 엔딩 대부분이 롱샷(long shot)으로 촬영한 자연풍경이라는 것, 특히 수평선과 지평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집한 모든 엔딩 컷 속 수평선과 지평선을 영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어 연결했다. 원하지 않는 장면이라도 삭제하지 않았다. 앞서 영화의 구조에 대해 언급했던, 특정 장면에 대한 의도적 선별의 과정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주관적 의도 또한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단지 이 장면이 끝없이 확장되는 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장면인가에만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수평선>은 영화의 기본단위인 ‘컷(쇼트)’과 ‘사각 프레임’에 대한 연구다. 영화는 수십에서 수천 개 단위의 컷으로 구성된 분절된 컷의 연속적 연결이며, 또한 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재생된다. 작가는 프레임 너머의 장면들을 잘려나간 것이라고 보고, 시간과 공간을 의도적으로 편집하는 영화의 방식을 반대로 풀어낸다. <The Horizontal Line Without Cuts>라는 영문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컷이 모여 완성된 영화를 반대로 컷이 없는 상태로 뒤엎는 것이다. <끝없이> 제작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하늘, 바다, 수평선이 나오는 영화의 장면들을 전부 모아 색감, 장소, 분위기가 유사한 것들끼리 연결했다. 





<샴 몽타주(Siamese Montage)> 2008 1' 54" 2채널 

비디오 샴 스콥, DIVX 플레이어 34×40×25cm




각각의 컷은 끊기는 순간이 없도록 앞 장면의 재생시간이 다하기 전 다음 컷을 이었고, 이런 식으로 새로운 장면을 연쇄적으로 연결해 ‘컷’을 지속하고 확장하며,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무한하게 넓혀갔다. 여기서 수평선은 무한성의 은유적 표현이자 인간의 시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을 상징한다. 또한 이 작업은 마지막 장면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어느 장면에서 출발해 다시 같은 장면으로 돌아오는 것이 한 파트의 완성일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많은 부분들이 끊어지는 순간 없이 재생된다. 작가는 <거의 모든 수평선>을 “각각의 하늘, 바다, 수평선 장면들과 같은 수많은 개별 체들의 총합, 즉 데이터베이스”라고 말했다. 이는 각각의 장면들이 조합 방식에 따라 무수히 많은 형태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의 데이터베이스 미학개념과 연결된다.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전혀 다른 소재를 한 화면으로 끌어와, 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장면을 완성한다는 뜻의 ‘콜라주.’ 오용석은 여러 가지 요소의 단순한 조합을 넘어, 끊임없는 변주를 낳고 발전시키며 다른 장면을 생산하는 신 개념의 콜라주를 완성했으며, 가장 최신작이자 현재도 연구 중인<거의 모든 수평선>을 그 결정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의 콜라주는 주제, 소재, 매체의 모든 면에서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했다. 앞으로 오용석이 또 어떻게 진화한 화면을 선보일지 참으로 궁금하고 기대된다.  




오용석




작가 오용석은 1976년에 태어나 수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의 록시땅과 한국의 맥캘란 등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한 그는 대안공간 풀, 16번지 갤러리현대, 호주 페더레이션스퀘어, 아트스페이스 정미소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갤러리현대, 아라리오갤러리, 삼성미술관 플라토, 아르코미술관 등 국내 유수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상하이 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모스크바 비엔날레, 세비야 비엔날레, 비엔날레 퀴베 등 세계 굴지의 비엔날레 참가와 더불어, 프랑스 에스파스 루이비통, 중국 상하이미술관, 독일 ZKM Center for Art and Media, 스페인 CAAC, 브라질 Itau Culture 등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소개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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