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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4, May 2015

랜덤 인터내셔널
Random International

과학기술과 인간, 서로의 영역 넘나들기

전시장 내부에서 비가 내린다. 습도를 머금은 공기마저도 축축하다. 눈으로도 볼 수 있고 귀로도 들을 수 있는, 심지어 냄새도 맡을 수 있는 폭우가 쏟아지는 전시장. 몸이 흠뻑 젖는 위험을 감수하고 빗속을 뚫고 지나가보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전혀 젖지 않는다. 바로 눈 앞 빗속 한가운데서 종이를 펼쳐들어도 끄떡없다. 마치 마술과도 같은 이 장면은 실험적인 공간예술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Rain Room'(2012)이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2012년 바비칸 커브 갤러리(Barbican's Curve gallery)와 2013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100스퀘어미터 대규모 공간에 물을 쏟아 부어 실제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옷깃 한 자락 전혀 젖지 않고도 지나갈 수 있는 공간설치를 구현했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Random International 제공

'What It Isn’t' 2014 Glass vials, custom machined brass rings, vibration motor, custom circuit board, custom driver software and hardware, behavioral algorithm, computer 444 pendants in a 12×37 grid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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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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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에 ‘내리는 비’를 설치하다니그것도 젖지 않는 빗줄기라니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는 발명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일까이를 실현한 랜덤 인터내셔널은 관람객들이 보다 더 현실 같은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실제 비를 퍼부었을 뿐 아니라마치 폭우의 중심에 있는 듯한 환상을 주는 사운드로 전시장 전체를 채웠다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3D 추적 카메라를 설치했고공간을 지나다니는 어느 누구든 떨어지는 물방울과 물리적으로 전혀 접촉이 없도록 했다이 작업을 통해 빛소리와 인간 움직임간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낸 랜덤 인터내셔널은 자연적인 현상에 행위반응직관 등을 연결지어 탐구하는 영국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스튜디오다이들은 구성원 중 디자이너3인이 발현한 상상력에 예술디자인첨단과학테크놀로지를 다각도로 결합해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과학기술과 예술을 포함 다 방면에서 완성도 높은 관객참여설치를 선보인다


이처럼 디지털을 바탕으로 인간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 사이의 직접적이면서도 생생한 관계를 자극하고, 인지과학과 뉴미디어의 발전을 예술작품에 고스란히 들여오는 랜덤 인터내셔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관람자들의 참여다. 비가 내리는 모습만으로도 분명 시각적으로 훌륭하고, 물줄기와 물방울은 그 어떤 설치작품 이상의 효과를 창출해내지만, 사람이 빗속에 직접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이들의 작업이 최종적으로 완결된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자신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이 <Rain Room>을 발전시켜, 안무가 웨인 맥그레고르(Wayne Mcgre gor)와 현대음악 작곡가 맥스 리히터(Max Richter)와 협업한다. 




<Rain Room> 2012 Water, injection moulded tiles, 

solenoid valves, pressure regulators, 

custom software, 3D tracking cameras, steel beams, 

water management system, grated floor 100sqrm




단순히 빗속을 거니는 체험을 넘어 무용수의 격정적인 동작과 음악을 추가하고, 이로써 단순한 걸음걸음을 넘어 한층 강화된 몸동작으로 업그레이드된 공간 장악력을 선보였다동작에 대한 반응을 주로 연구하는 랜덤 인터내셔널이기에, 안무가와의 협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Future Self>(2012)는 관람객의 동선과 자취에 대한 반응을 빛으로 쫓아가는 작품이다. 이번에도 역시 댄서들이 참여해 형체의 존재와 부재의 자취를 그려낸다. 인간 형체와 동작이 아름다운 일루젼과 빛의 움직임으로 환생하고, 이는 수만 여대의 LED 전구와 3D 카메라를 통해 현실화된다한편 초창기 프로젝트 중 랜덤 인터내셔널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업이 있으니<Audience>(2008).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한 영역을 설정한 후, 사람 얼굴 크기만한 거울 약 64개를 설치한 이 작업은, 단순한 거울이 아닌 의인화된 거울이다. 인간이 행동으로 각기 다른 성격과 특징을 나타내듯 설치된 거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며 움직인다. 몇몇은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부끄러워하기도 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자신감 있는 제스처를 취하며 움직이기도 한다. 


관람객이 공간에 들어선 직후에는, 거울은 공간을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 방향을 바꾼다. 단순히 이들의 동선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누군가를 향해 방향을 튼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은 거울 위로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거울은 자신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그 사람을 바라보고는 다른 주제를 찾아가거나, 자신의 기존 의무로 되돌아온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갈 경우 거울은 뒤로 몸을 젖히고, 멀리 떨어질 때는 일자로 서 있다이 작품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요소로, 랜덤 인터내셔널이 작품을 향해 던지는 중요한 물음이 있다. 여러 개의 거울이 관람객 중 누군가를 응시할 때, ‘어느 거울에게서도 시선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이 기계설치는 불안한 우려와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등의 질문을 생산하며,  궁극적으로는 단순하고 간단한 기계적 방법들로,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자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한다. 최근 랜덤 인터내셔널은 점차 기계주도적인 삶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 시대의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연구한다. 





<Swarm Study/III> 2011 Electronics, corian, 

steel frame 4 cubes of 2,327×1,195×1,195mm 

 



이러한 실험의 결과로, 인간의 몸 전체에 집중하며 사람과 오브제 사이의 새로운 대화를 제공하는 <What it isn't> (2014)를 선보인 바 있다. 공간에서 관람객의 존재여부에 따라 그들의 반응을 소리로 만들어내는 이 작업을 위해 두 개의 황동 실린더와 진동모터가 들어있는 수십여 개의 좁은 유리병들을 천장에 대량으로 매달았다. 이 진동모터는 공간 안으로 들어온 인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실린더들이 연이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어낸다. 이 설치작품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행위와 사운드는 관람객의 위치와 동작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한다. 인간 뇌는 소리를 내는 오브제나 사람의 위치를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계산하도록 훈련돼 있으며, 소리는 사인을 주고받거나 의사소통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인간 동작에 대한 반응으로 사운드를 발생시키며, 전시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고 각인시키는 특별한 물리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기계가 본질적으로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어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 이 시대에, 인간과 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를 예술로 치료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정체성과 자율성에 대해 파고든다. 관람객들과 단지 움직임만이 아닌 다양한 감각을 통해 연계하는 것이 이들 작업의 핵심으로, 유희적으로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오감을 활용한 직접적인 체험이 요구된다.




<Audience> 2008 Mirror, metal cast bases, motors, custom motion tracking software, 

camera, computer Dimensions variable Each mirror 150×250×150mm Edition of 8+4 AP




<Rain Room> <What it isn't>에서 기계는 관람객들이 단순히 전시품을 관람하는 것 이상의 신체적이며 공간적인 체험을 선사했고, <Audience>는 공간 안에서 관람자와 관람 당하는 전시작품의 역할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여기서 수집된 오브제의 행위들은 관람객이 조절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기술을 조정하고 오브제 위에 군림하던 인간에 대한 역습. 하지만 랜덤 인터내셔널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역할 바꾸기가 아니다. 관람객과 과학기술 사이의 관계와 기존에 학습된 영역을 탐구하고 넘어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역전 될 수도, 평행을 이룰 수도 있다. 이들의 목적은 여기에 있다. 오늘날 예술이 가장 최신 과학기술을 어떻게 작품에 적용하는지, 그리고 동시에 건축, 음악, 댄스 등 다양한 표현형식 속에서 어우러지게 하는지에 대해 환상적 시각효과와 실질적 체험을 통해 입증한다. 


현대예술에 있어서 기술과 실험의 관점을 확장하는 랜덤 인터내셔널. 예술, 디자인, 과학, 건축의 연장선상에서, 이들은 디지털기반 작업의 ‘차가운’ 본성을 재해석하고 생물로 대표되는 ‘관람객’과, 무생물을 대표하는 ‘오브제’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프로젝트와 설치를 선보인다.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신의 영역을 넘어선 이들이 디자인, 예술, 과학, 기술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공간, 소리, , 물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인간과 과학기술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앞으로도 주목된다.  

 


 


<Audience> 2008 Mirror, metal cast bases, motors, custom motion tracking software, 

camera, computer Dimensions variable Each mirror 150×250×150mm Edition of 8+4 AP




랜덤 인터내셔널




영국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스튜디오 랜덤 인터내셔널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스튜어트 우드(Stuart Wood, 1980-), 플로리안 오트크라스(Florian Ortkrass, 1975-), 한네스 코흐(Hannes Koch, 1975-) 3인은 영국 로얄 컬리지오브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함께 공부했고, 2005년 랜덤 인터내셔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이 후 더 많은 멤버들이 합류해 기술적으로 좀 더 정교한 작업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엘로이즈 레이놀즈(Heloise Reynolds),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 데브 조쉬(Dev Joshi), 디자이너 사토루 쿠사카베(Satoru Kusakabe), 칼럼 브라운(Callum Brown), 아담 웨디(Adam Wadey) 디자인 엔지니어 톰 스테이시(Tom Stacey), 스튜디오 매니저 빅토리아 코벨(Victoria Covell), 프로덕션 매니저 제이미 턴나드(Jamie Tunnard)로 구성된 랜덤 인터내셔널은 루르트리엔날레(Ruhr Triennale), V&A, 모스크바비엔날레(Moscow Biennale of Contemporary Art), 웰컴트러스트(The Welcome Trust)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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