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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0, Nov 2015

이소영_Doubtful Nest

2015.9.30 – 2015.10.13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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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안소연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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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와 거기, 사이의 공간  



초저녁, 옛 여관 간판이 버젓이 걸려있는 어느 공간에 들어섰다. 폐쇄된 공간에 배어 있을 법한 특유의 매캐함마저 완전히 사라진 이 공간은 과거의 형태만 간신히 지킨 채 거기 그렇게 멈춰 서 있다. 보안여관. 더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그 요새 같은 장소를 찾아 들어간 이소영은 거기서 자신을 고립시키며 현실의 긴 독백들을 쏟아냈다. 그의 말들은, 사실 언어보다 불확정적인 형태에 가깝고 곧 사라질 불완전한 감각에 기인하는 것처럼 종종 대화를 벗어난다. 이번 전시 제목 <Doubtful Nest>가 말해주듯, 그는 보금자리라는 하나의 화두로 나와 타인을 경계 짓는 일련의 장소에 대해, 그리고 그 장소들이 구축하고 있는 서로 다른 속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 타자들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 너의 영역이라는 현실 바깥의 문제이지만, 굳이 그곳을 상상하는 것은 자신의 무력한 현실을 구원코자 하는 미래에 대한 세속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로 30분가량의 영상 <요새>(2015)는 현실의 경계에서 그 안팎을 살피며 정주(定住)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을 예언한다. 영상에서는, 어쩌다 요새 안에 함께 거주하게 된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이 시종 각자의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의 거주지 밖, 타인들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더욱 선명해진 현실의 빈곤함과 불완전함 때문이었을 거다. 더 이상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의 보금자리는 끝없는 의심을 만들어낸다. “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 “지금 여기는 안전한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등의 자문은 결국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부추긴다. 그것은 곧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한다. 그렇게 이소영은 현실의 문제에 주목하여 그것을 사유하고 재설정함으로써 한 개인의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를 이어줄 여러 경로를 탐색한다. 마치 보안여관 1층 내부의 벽면을 따라 풀어놓은 실오라기들이 무질서하게 뒤엉킨 시공간의 층위들을 임의로 한데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설치 전경 

 




한편 세 개의 영상 <너의 영역>(2014/2015), <털 없는 이들의 나라> (2015), <2의 보금자리>(2013/2015)에서는 작가가 생각해온 타자들의 세계(영역)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 이소영은 도시의 속도를 거스르며 도로 위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는 미얀마의 길 개들에 주목해 그들의 영역을 관찰했다. <너의 영역>은 어쩌면 나의 영역에 공존하고 있지만, 결코 나와 섞일 수 없는 타인의 영역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나와 너로 구분되는 경계는, 공존하되 접근 불가능성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우리에게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끝없이 이주하게 하는 실체이다. 때문에 <2의 보금자리>는 작가가 한동안 주목해왔던 이주민들의 삶처럼, 자신의 터전으로부터 동물원 우리로 강제 이주당한 무명의 동물들을 조명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보금자리는 자유와 강제, 보호와 위협, 정주와 이주, 질서와 무질서 등 양립할 수 없는 이중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화두로 확대된다. 결국, 작가는 <털 없는 이들의 나라>의 서사와 화면분할을 통해, 인류가 정착하면서 만들어낸 역사의 진보라는 신화를 허문다. 


역사가 추방한  한 가닥의 귀환을 통해, 이소영은 나의 영역과 너의 영역이, 과거와 미래가, 이성과 감각이 공존하는 사이의 시공간에 이른다. 이렇듯 <Doubtful Nest>전에서는 보금자리를 둘러싼 작가의 오랜 사유와 경험이 여러 층위로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작업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실존적 흔적인 비석의 형태를 조사한 비석’(2012-2013) 시리즈부터 자신의 이주 경험에 대한 잔상이라 할 수 있는 예닐곱 점의 드로잉 연작과 타일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작업 경향의 범위도 꽤 넓었다.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화두가 보금자리인데, 이소영은 여기라는 현실 세계의 불완전함과 더불어 거기라는 과거 흔적들과 미래의 징후가 유령처럼 공존하는 사이의 공간으로서의 보금자리를 상상케 한다.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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