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Rock은 미술을 타고

단 3일만 선보이는 미술이었다. 록의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고, 그 펄펄 끓는 용광로 한중간에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사흘뿐이었다. 지글지글 끓는 기운이 서로 맞부딪치며 번개라도 생성할 것 같은 현장. CJ E&M은 간판 행사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에 정식으로 ‘아트’를 삽입해 올해 ‘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Jisan Valley Rock Music & Arts Festival)’을 진행했다. 현대미술을 접목해 행사를 꾸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제목에 아예 미술이 들어간 게 포인트다. 찾아가 음악을 즐기는 이가 아니더라도 이 페스티벌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대중매체에 전격 홍보될 뿐 아니라 행사를 통해 유명세가 수직상승한 뮤지션이 적지 않기 때문. 주최 측은 “해를 거듭하며 명성을 쌓고 있지만, 활력을 더하고 신선함을 꾀하려면 미술이 꼭 필요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이 음악에 집중해 있지만, 미술을 잠재적으로 인식하고 종국엔 탐미하도록 만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종종 미술은 주변부로 등장해서도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런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서였을까. 행사엔 끌끌한 작가가 섭외됐다. 홍승혜, 윤사비, 권오상, 신도시, 권용주, 노상호 등 지금 미술판에서 제일 바쁘고 대중적으로도 알려진 작가들로 포진된 것이다. 모든 전시가 한정적이지만 유난히 짧고 특수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각 작가는 새로운 기량을 발휘했다. 홍승혜는 페스티벌 존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키네틱 소녀, <빅토리아>를 세웠다. 양팔을 올렸다 내리며 승리의 V, 혹은 사람을 반기는 제스처를 반복하는 <빅토리아>는 낮에는 붉은색 구조물로 밤에는 흰색과 노란색 조명으로 주목을 끌었다. <빅토리아>가 그리는 V는 ‘청춘’과 ‘밸리’ 혹은 ‘록’의 살아있는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인데, 작가 입장에서는 처음 움직이는 조각에 대한 시도였다. <빅토리아> 아래쪽 잔디평원엔 윤사비가 홀로그램 시트지로 완성한 <프리즘>이 설치됐다. 총 9개로 나뉜 유닛들은 찬란하게 반사되는 표면 위에 앙증맞은 검정 아이콘들이 그려진 작품. 보는 이의 거리와 각도에 따라 클로버잎 모양으로 보이기도 정확한 구의 형태를 띠기도 하는 작품에 새겨진 도상들은 관객을 ‘표현할 줄 아는 개인’으로 지칭하기 위한 작가 메시지란다. 

메인 무대인 ‘THE V’ 맞은편엔 권오상의 <뉴 스트럭처>가 세워졌다.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조형물로 구현하는 작가는 로드(LORDE), 혁오, 시규어 로스(Sigur Rós) 등 참여 뮤지션들을 상징하는 로고와 와펜 등 관련 이미지를 인터넷 서핑으로 수집하고, 이를 모아 신작을 제작했다. 그는 또 새, 무지개, 행성 등 이미지들을 스티커로 제작해 관람객에게도 증정하며 호감을 자극했다. 그런가 하면 권용주는 <폭포>를 만들었다. 지극히 인공적인 8m 높이의 알록달록한 구조물에 모터 펌프를 삽입해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 혹은 폭포 근처의 미니 스프링쿨러로 수줍게 분사되는 물보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숲속엔 예의 흥과 끼로 뭉친 신도시의 <히든 바>가 차려졌다. 낮엔 은색 데드론 테이프가 바람결에 반짝반짝 빛나고, 밤이 되면 레이저 조명과 스모그로 초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낸 이 콜렉티브의 감성은 암튼 독보적이다. 끝으로 노상호는 페스티벌의 유일한 결제수단인 교통카드에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그렇잖아도 그의 그림을 한 점 소장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이 카드는 선물과 다름없었다. 구름과 바람과 물기엔 록이 실려 다니고 잔디와 흙과 골짜기엔 미술이 묻어나던 곳은 오직 사흘 만에 다시 평온한 리조트로 돌아왔다. 이 쌔끈한 광경은 내년 이맘때 전혀 다른 버전으로 재현될 듯하다. 

* 권오상 <뉴 스트럭처> 2017 480×500×50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