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86, Nov 2013
오인환
Oh, Inhwan
때로 필요한, 무위(無爲)의 시간
‘스탠딩 바바’란 수도승이 있다. 힌두교도인 이들은 평생 앉거나 눕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천장에 매단 줄 받침대나 나무에 기댄 채 서서 잔다. 10년 정도 지나면 그들의 다리는 부어올라 거대해지고 튀어나온 정맥으로 뒤덮이는데, 그 뒤에는 부기가 빠지며 온전히 뼈와 피부만 남게 된다고 한다. 이는 분명, 극렬한 신념이다. 이렇게까지 극적인 결정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에 몰두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보이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 어떤 존재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려 애쓰는 사람인지라, 쉬이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오인환은 특별한 사람이다. 물론 사회와 문화의 큰 틀을 보는 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 따윈 지극히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던 듯 여겨지지만 말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우정의 물건' 2000, 2008 시바크롬 프린트 각 사진 115.6×77.5cm Courtesy of the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