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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8, Mar 2018

예술로 자본주의와 정치 권력에 맞서기

U.S.A

2018 Triennial: Songs for Sabotage
2018.2.13-2018.5.27 뉴욕, 뉴뮤지엄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는 이 세상의 정치권력과 자본주의 구조에 맞서기 위해 든 무기가 예술이라고? 크고 단단한 바위에 연약한 계란이 던져져 깨지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2018년 ‘뉴뮤지엄 트리엔날레(The New Museum Triennial)’의 주제는 ‘사보타주를 위한 노래들’이다. 이 혼란한 세상의 부조리한 것들, 뿌리박힌 집권층, 인종차별, 식민주의 사상 등에 예술로서 대항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신진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전영 미국통신원 ● 사진 New Museum 제공

Lydia Ourahmane 'The Third Choir' 2014 Sound installation with twenty Naftal oil barrels imported from Algeria, CZ-5HE radio transmitter, and twenty Samsung E2121B phones 118 1/8×196 7/8 in(300×500cm) Courtesy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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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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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뉴뮤지엄(New Museum)의 트리엔날레는 2009년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가 기획한 <Younger Than Jesus>를 시작으로 올해 4회를 맞았다. 뉴뮤지엄의 창립자 마샤 터커(Marcia Tucker)의 비전을 이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전의 트리엔날레들이 젊음, 국제적 다원주의, 디지털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전시의 중심은 “정치권력에 대한 항거”라 할 수 있다. 뉴욕이 기다려온 이 주요한 전시 임무를 두 명의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담당했다. 


바로 뉴뮤지엄의 큐레이터 게리 케리온-무라야리(Gary Carrion-Murayari)  ICA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마이애미의 임원이자 선임 큐레이터인 알렉스 가르텐펠드(Alex Gartenfeld). 케리온-무라야리는 프란체스코 보나미(Francesco Bonami)와 함께 2010년도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2010)’를 기획한 이력이 있으며, 가르텐펠드는 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와 『인터뷰(Interview)』에서 선임 편집자로 활동했고, 유럽 등지에서 참신한 전시들을 기획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30대의 젊은 두 기획자가 지난 3년간 전 세계의 작가들을 만나고 연구하며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19개국에서 온 26팀 작가들의 목소리를 뉴욕 다운타운에서 전한다. 





Claudia Martinez Garay <The Leftovers> 2016

 Mixed media 145 5/8×185 in(369.6×470cm) 

Courtesy the artist and Ginsberg Galeria, Lima, with support by

 Rijksakademie van Beeldende Kunsten, Amsterdam Photo Arturo Kameya





전시 중인 작품의 80%가 이번 트리엔날레를 위해 커미션 된 작품이며 참여 작가의 대부분이 뉴욕에서의 첫 전시이다.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이 젊은 작가들은 그 넘치는 에너지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아이티, 페루, 러시아, 케냐, 필리핀 등에서 날아와 그들의 사회 정치체계를 고스란히 담아내 보이며 고발과 동시에 정치적, 경제적 해체와 교체를 제시한다. 뉴뮤지엄 건물 4층부터 1층 로비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각 도시의 사회와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가 공동의 경험을 한다. 전시는 관람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며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정치 구조에 대한 간섭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전시장 문이 열리면 반짝반짝 밝게 빛나는 작품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끌리듯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판 위의 사람들 이미지가 몇 만 개의 스테이플러 심으로 촘촘히 덮여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작업하는 윌머 윌슨(Wilmer Wilson IV)이 동네에서 주운 상업 전단들 이미지 위에 스테이플러 심을 박아 은색 물결처럼 보이도록 장치해 놓은 것이다. 동네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흑인들의 모습을 뒤덮은 스테이플러 심들은 매력적으로 보이다가도 오히려 어떤 폭력을 암시하는 듯 타닥거리는 스테이플러 찍는 소리가 들리게 한다. 




Wilmer Wilson IV <GIRLS NIGHT OUT> 2016 Staples and 

pigment print on wood 4×6in(10.2×15.3 cm) Courtesy the artist  

 



3층 전시장에 발을 딛자마자 다발의 총소리와 폭발음에 마음이 다급해진다. 목과 머리가 잘린 17명의 검은 남성상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케이프타운 출신의 하룬 건-살리(Haroon Gunn-Salie)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2012년에 일어난 마리카나 대규모 광부 총살 사건을 모티브로 작업했다. What have we done?”이라는 뜻을 가진 작품명 <Senzenina>는 지독한 인종차별 체제에 대항하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필리핀 작가 시안 다이릿(Cian Dayrit)의 작품은 식민시대 이전의 필리핀 지명으로 태피스트리를 해 흡사 고지도처럼 보인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러 작가가 숨겨놓은 상징들과 QR코드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도록 유도하며, 심도 있는 리서치 작업으로 필리핀 문화 유물과 종교적 아이콘을 통해 권력과 억압의 흐름을 표현한다. 알록달록 색색의 페인팅을 마주할 수 있는 2층 전시장에서는 멕시코의 트랜스젠더 작가 마누엘 솔라노(Manuel Solano)의 작업이 눈에 띈다. 에이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력을 잃게 된 그는 2014년 이전의 대중문화를 주로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Im flying!>은 손과 발이 묶인 채 정신병원 침대 위에서 환희에 찬 얼굴을 한 영화주인공을 표현했다. 마치 우리가 현재 성공 혹은 성취라고 느끼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일루전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Janiva Ellis <The Okiest Doke> 2017 Oil on canvas 40×30in(101.6×76.2cm) 

Courtesy the artist and 47 Canal, New York Photo Joerg Lohse 





중국 작가 송 타(Song Ta)의 비디오 작업 <Who is the loveliest guy>(2014)에서는 스크린 3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해군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남성성의 정점을 상징하는 이 해군들은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이 흘러나오면 흥분과 두려움이 섞인 소리를 지르며 롤러코스터 트랙에 몸을 맡긴다. 스크린 옆으로는 롤러코스터의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찍힌 기념사진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들이 겁에 질려있거나 굳어있는 얼굴을 볼 수 있다. 사회제도 안에서 권위를 가진 계층의 연약한 한 단면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페루에서 태어나고 바르셀로나에서 활동 중인 작가 다니엘라 오르티스(Daniela Ortiz)의 세라믹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업 중 하나다. 작가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마에 있는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동상을 대신할 6개의 작은 세라믹 모형을 만들었다. 





Cian Dayrit <Civilized Society> 2017 Oil on canvas 

48×60in(121×153cm) Courtesy the artist.  





탐험가 혹은 침략자 콜럼버스의 미국 ‘정복’을 위해 무자비하게 죽임당하거나 노예무역으로 끌려간 원주민들의 비극을 은유하며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임을 밝힌 작가는 어떤 인물을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주민 소녀가 뉴욕 콜럼버스 서클의 트럼프 타워에 화살을 쏘고 있고 또 다른 이주민 아이가 추방 명령 문서를 태우고 있는 이 기념비의 제목은 <Burn el hielo>(2018)로 미국 이민과 관세를 집행하는 기관을 태우라는 뜻이다. 큐레이터와의 대담에서 하룬 건-살리가 “Past is not over”라고 말했듯, 과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분명 잘못된 역사와 현실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리카나 광원 파업에서 단호하고 집요한 투쟁을 통해 결국 원하던 임금 인상을 이뤄냈듯 이번 트리엔날레에 전시되는 80점 작품들의 목소리가 널리 전해질 노래로 세상에 큰 울림을 주게 되길 바라본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를 뚫게 되듯 말이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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