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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8, Jan 2019

사랑스러운 피너츠, 찰리 브라운의 철학과 미학

U.K.

Good Grief, Charlie Brown!
Celebrating Snoopy and the enduring power of Peanuts
2018.10.25-2019.3.3 런던, 소머셋 하우스

1950년에 시작, 2000년까지 총 1만 7,897번이나 연재된 만화이자 21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3억 5,500만 명이 읽은 이야기. 연재가 중단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우리에겐 찰리 브라운이나 스누피로 더 유명한 『피너츠(Peanuts)』의 전시가 런던 소머셋 하우스의 임뱅크먼트 사우스윙 갤러리(Somerset House Embankment South Wing Gallery)에서 열리고 있다. 소머셋 하우스는 런던 중심부에 자리 잡은 18세기 소머셋 공작(Duke of Somerset)의 조지안(Georgian)풍 타운 하우스로, 지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런던 패션 위크 행사를 시즌마다 개최한 신고전주의 건물이다. 현재 보수 중인 코톨드 갤러리(Courtauld Gallery)도 여기 속해 있다. 여름에는 음악 분수가,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어 일 년 내내 많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소머셋 하우스를 찾아간 날, 아이스 링크에 웬 스누피 인형이 아이들과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맙소사, 찰리 브라운! 전시 제목 그대로였다. 이 귀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전시장 입구로 향했다.
● 양화선 영국통신원 ● 사진 Somerset House 제공

'Good Grief, Charlie Brown!' Celebrating Snoopy and the Enduring Power of Peanuts ⓒ Somerset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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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선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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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1층에는 찰스 먼로 슐츠(Charles Monroe Schulz)의 유년시절부터 『피너츠』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며 모두가 처음 사랑에 빠진 원화 작품을 전시하고, 2층에서는 전 세계 찰리 브라운 캐릭터의 진화 과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몇 십 년에 걸쳐 연재된 만화에서 자주 등장한 실존주의, 인종, 전쟁, 젠더, 페미니즘, 종교, 친구, 행복 등의 주제로 공간을 나누고 피너츠의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피너츠 패밀리 소품 컬렉션이 관람객을 환영한다. 머그 컵, 인형, 카드, 시계, 학용품, 피겨가 가득한 유리 장을 지나면 찰리,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 패티, 샐리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생명을 불어넣은 천재 작가 찰스 슐츠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인 아버지와 노르웨이계 어머니 사이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찰스는 어린 시절부터 조용하고, 사려 깊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피너츠를 연재하는 48년 동안 딱 한번 휴가를 떠났을 만큼 성실했고 지병으로 사망하기 바로 전날까지 문하생 하나 없이 꾸준히 작업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은 찰스의 옛 동료 이름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찰스 본인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아 그려냈다.





The cast of Peanuts ⓒ Peanuts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는 미국의 미네소타주에서 자란 찰스는 만화에서 눈이 오는 풍경, 스케이트장에 가는 모습 등 자연스럽게 그가 자라온 배경을 담았다. 찰스의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찰리 브라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이발사와 가정주부로 등장했다. 그가 어릴 때부터 키우던 개 스파이크(Spike)는 스누피(Snoopy)로 재탄생했고, 라이너스와 셔미는 그의 오랜 친구 라이너스 마어러(Linus Maurer)와 셔먼 프리플러(Sherman Plepler)의 이름을 썼다. 키 작은 빨간 머리 여자아이(Little Red-haired Girl)는 찰스와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다. 늘 자신을 의심하면서 살았다는 찰스의 성격도 찰리 브라운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반영했다. 찰리 브라운은 자신의 우유부단하고 불안한 모습을, 루시는 자신의 똑똑한 이면을, 라이너스는 자신의 호기심 많고 사려 깊은 면을, 스누피는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담았다. 두려움이 없고 늘 성질을 부리는 루시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모습 말이다.





<Good Grief, Charlie Brown!> Celebrating Snoopy 

and the Enduring Power of Peanuts ⓒ Somerset House 



 


전시장 안쪽의 큰 화면에는 찰스가 등장인물을 스케치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디오가 있다. 화면 속에서 그는 늘 엄지손가락을 빨며 담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라이너스를 빠르게 그리고 있다.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t)에서 유래되어 라이너스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블랭킷 증후군(Blanket Syndrome)은 담요와 같이 소중한 무엇인가가 옆에 없으면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는 일종의 의존증으로, 애착물의 상실이 분리 장애를 가져온다는 심리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라이너스를 그리며나는 라이너스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라이너스는 이 그룹에서 가장 원만한 성격을 가진 아이거든요라고 말하는 등 영상 속 그는 시종일관 다정한 말투로 캐릭터에 애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1953년에 그린 전형적 스트립 하나가 걸려 있다. 찰리 브라운이 동네 구석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정말 우울해져.” 그리고 옆에 작은 개 한 마리가하지만 저 개의 미소 하나가 날 기운 나게 하지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이 스트립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 찰리 브라운의 철학이다. 늘 야구경기에 지고, 연을 날리면 나무에 걸리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지를 맞고,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작가는 찰리 브라운을 향해 괜찮다고 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준다. 마치  우리 인생은 늘 즐겁고 달콤하지만은 않지만, 실망 가득한 인생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Red Baron> ⓒ Peanuts 

 




2층으로 올라가면 과연 이 단순한 만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슈화되는 인종, 전쟁, 성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이다. 1968년 사회운동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이 암살된 후 찰스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은퇴 교사 해리엇 그릭만(Harriet Glickman)에게 편지 한 장을 받았다. 흑인 학생을 『피너츠』에 등장시켜 달라는 제안이 쓰여 있다. 여기서 교사는 ‘Black’이라는 표현 대신 ‘Negro’라고 썼는데,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을 낮춰 부를 때 쓰는 말로 현재는 사용하면 안 되는 용어다. 찰스는 어린 시절 백인이 사는 동네에서 자랐고, 흑인의 문화를 알지 못하기에 잘못된 표현으로 그들을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답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해리엇은 자신의 흑인 친구에게 다시 부탁하여 찰스에게 편지를 쓰게 했고, 흑인 아이가 단역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부탁했다


찰스는 그 후 흑인 캐릭터 프랭클린을 등장시켰다. 이 전시는 직접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이 일화를 소개하며 타자의 개입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성 관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피너츠』의 빼놓을 수 없는 여자 캐릭터 루시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만큼이나 인기가 많았다. 루시는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로,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큰소리로 따진다. 찰리 브라운이 소심한 방식으로 빨간 머리 여자아이를 쫓아다니는 동안 루시는 피아노를 치는 슈레이더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페퍼민트 패티 역시 진부한 소녀 캐릭터이기를 거부한다. 전형적인 남자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다니며 힘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경쟁심이 강한 페퍼민트를 친구 마르시는 ‘Sir(남자에 대한 경칭)’라고 부를 정도다. 이 사례는 성별과 성적 정체성이 꼭 일치한다거나 직설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고,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엔 꽤 큰 파장을 일으켰다.





Ken Kagami <CHARPEE Sculpture No. 1> 2017 

Courtesy of MISAKO & ROSEN, Tokyo 





한편 전시장 곳곳엔 『피너츠』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피오나 배너(Fiona Banner), 멜 브림필드(Mel Brimfield), 미라 칼릭스(Mira Calix), 스티븐 클레이돈(Steven Claydon), 마커스 코트(Marcus Coates), 프랑수아 컬렛(Francois Curlet), 마크 드류(Mark Drew),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앤디 홀든(Andy Holden), 켄 카가미(Ken Kagami), 카우스(KAWS), 로렌 로프레트(Lauren LoPrete), 헬렌 마튼(Helen Marten)이 만들어낸 조각, 미술, 음악, 영화,  디자인, 패션 등 각종 예술 작품이 대거 자리해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 내 스누피 극장엔 야구의 투수 마운드에서 볼법한 빈백(Bean Bags)을 두어 1시간가량 상영되는 『피너츠』의 TV 시리즈를 편안한 자세로 감상하게끔 하고, 준비된 단어를 조합해 질문을 만들어내는루시의 정신과 도움 부스(Psychiatric Help Booth)’도 있다. 미국 40대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Ronald Reagan)에게 받은 서신과 내용, 옥스퍼드 영어사전 에디터가 보낸 편지, 디자이너 킴 존스(Kim Jones)의 개인 소장품, 빈티지 스웨트 셔츠 등 다양한 컬렉션도 놓치면 아쉽다. 관람객이 직접 소설을 쓸 수 있는 스누피의 타자기와 라이트 박스 위로 캐릭터를 따라 그릴 수 있는 테이블도 놓여 있다. 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라인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치는 물론, 전시장을 나가기 직전 캐릭터 상품을 파는 숍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전시다.





Des Hughes <Snoopy Banner> 2015 

Courtesy of the artist





찰스 슐츠는 늘이것은 신문 파는데 도움을 주는 그저 오래되고 평범한 4컷짜리 연재만화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는 이 이야기를 그저 단순한 만화라고 생각했을까? 너무 평범해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엉뚱한 대사와 뼈 있는 대화, 삶을 향한 솔직한 시선으로 많은 이의 찬사를 받아 왔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왜 간단한 4컷 만화가 20세기 최대 문화 현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는지, 연재가 중단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글쓴이 양화선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 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통한 회상, 향수, 흔적의 키덜트후드 연구 논문과 회화 작품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스트런던 유니버시티(University of East London)에서 공간의 패러독스에 관한 논문과 회화작품으로 박사 과정에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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