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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8, Jan 2019

코끼리에게 불안을 보았다

Chaina

The 12th Shanghai Biennale
Proregressㆍ禹步ㆍ우보
2018.11.10-2019.3.10 상하이,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

지난달 미술계에 성행한 인사는 “상하이(Shanghai)는 다녀왔나?”였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치고 연말이라 뒤숭숭한데 많은 사람들이 외유 겸 학습욕구를 섞어 떠난 곳이 있으니 바로 중국 상하이다. 아닌게아니라, 지금 현대미술계에는 격전지로 꼽히는 몇 도시가 있고 그 중 상하이는 단연 세계 아트 피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굵직한 아트페어가 열리고 그에 맞춰 주요한 기획전이 마련된 것에 더해 무엇보다 1996년에 시작돼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 비엔날레일 뿐 아니라 아시아의 각광받는 국제미술행사인 ‘상하이 비엔날레(Shanghai Biennale)’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행사는 상하이를 주요 관심사로 삼는데, 이번엔 진보와 퇴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 ‘프로리그레스(Proregress)’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 정일주 편집장 ●사진 Shanghai Biennale 제공

Pablo Vargas Lugo 'Eclipses for Shanghai' HD video of performance with sound 15‘ 00” Photo by Jiang Wenyi Courtesy of Power Station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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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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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시간을 거듭할수록 진화하지만, ‘상하이 비엔날레의 혁신은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 열 한 번의 개최로 노하우를 쌓은 행사는 미술계의 절정에 놓인 가장 재능 있는 큐레이터 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비엔날레의 전원을 켰다. 멕시코 미술 비평가이자 역사학자, 미술 기획자인 쿠아우테모크 메디나(Cuauhtémoc Medina)를 중심으로 조직된 콜롬비아(마리아 이바라(María Belén Sáez de Ibarra)), 일본(카미야 유키(Yukie Kamiya)), 중국(왕 웨이웨이(Wang Weiwei)) 세 나라의 큐레이터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이슈와 사람들의 관심사를 치열하게 고민했고, 진보와 퇴행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프로리그레스(Proregress·禹步·우보)’를 타이틀로 정했다. 


20세기를 살다 간 미국 시인 E.E 커밍스(E.E Cummings)의 글귀에서 차용한 이 단어는 낙관론과 비관주의, 양면성과 불안을 내포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수석 큐레이터 메디나는많은 현대미술 작품이 전달하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욕망, 개념의 창조와 유희를 선사한다. 작품들은 예술과 문화가 우리 시대의 복잡성에 맞서고 있는 방식을 모방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생활 방식으로 감성을 바꾸겠단 의지를 선보인다고 강조한다. 극도의 강박과 불안전, 공포를 주제로 한 예술은 때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고 사유를 환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메디나의 설명은 이번 비엔날레 주제가 현대미술의 본질을 돌아보고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Enrique Jezik <In Hemmed-in Ground> 2018 Steel structure, 

recycled cardboard 77×1150×1150cm New commission 

Photo by Jiang Wenyi Courtesy of Power Station of Art 





그런 까닭일까. 전시가 열리는 PSA(Power Station of Art)에는 입구부터 뒤집혔거나 꼬여있고 피 흘리거나 괴로워하는 장면이 담긴 작품들이 즐비하다. 원래 화력발전소였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전시관으로 리모델링된 이후 상하이 비엔날레 전용관으로 다듬어진 PSA는 미니멀한 내관을 지녔는데 주최 측은 관람의 효율성과 작품 표현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나무 구조물로 공간을 구획했다. 1층 로비엔 종이박스를 묶어전진일보 후퇴양보(一步 后退兩步)’를 표현한 설치 작품을 필두로 스페인 조각가 페르난도 산체스 카스틸로(Fernando Sánchez Castillo) <그네(swing)>로 비엔날레 주제를 응축해 제시한다


유난히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2층 전시 중 눈에 띄는 작품은 태국작가 아린 렁장(Arin Rungjang)의 영상 <Shooting an Elephant and The Leader>이다. 작품은 미얀마에서 별개의 시간을 산 두 사람의 추억을 밝힌다. 한 명은 미얀마에서 태어났지만 시민권이 없는 벵갈족 출신 하산 벨란(Hassan Belan)으로 태국 인신매매 조직과 거래하면서도 신을 섬기며 수행하는 자세를 선뵈고, 다른 한 명은 소설 『코끼리 슈팅(Shooting an Elephant)』을 통해 식민지주의에 저항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로 작가는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 작업을 완성했다. 역사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장소나 언어 등으로 작품의 서술과 소설을 교묘하게 결합시키는 작가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상징, 추억과 깊이 관련되면서도 흡입력 강한 영상을 완성했다. 





Voluspa Jarpa <Monumental> 2018 Installation 

Dimensions available Photo by Jiang Wenyi 

Courtesy of Power Station of Art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대규모 전시를 선보였던 양푸동(Yang Fudong)은 지난 3월 웨스트 번드 롱 뮤지엄(Long Museum)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A Museum Film Project 2018’의 한 작품 <Dawn Breaking>을 출품했다. 2009년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예술 영화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작가는 거의 10년 동안 계획을 세워 롱 뮤지엄에서 한 달간 영화를 촬영했고 총체적 촬영 과정이 확장돼 대규모 라이브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관람객이 영화 제작의 중요한 과정을 목격하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개입하도록 한 것 또한 작가의 의도였다. 촬영과정은 엄격하고도 질서정연했으며 전시를 보는 이는 작가가 구축한 다차원 비디오 세상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30일간 촬영돼 30개의 에피소드로 편집, 30개의 독특한 스크린에 분사됐던 작품 중 대표작이 이번 비엔날레에 내걸린 것이다. 경제적 번영을 얻었고 그 번영으로 예술과 문명의 성과를 근대로 견인한 시대 송나라의 예술적 장면에 집중한 필름은번영자유를 키워드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Meiro Koizumi <The New Breath just after the Tempest>, 

<Seven Deadly Sins> 2018 Video installation 

10min to 20min each Photo by Jiang Wenyi 

Courtesy of Power Station of Art


 


칠레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 알프레도 자(Alfredo Jaar) <A Hundred Times Nguyen>에는 소녀의 웃음 뒤에 난민촌 현실을 숨겨놓고, 스페인 작가 크리스티나 루카스(Cristina Lucas)는 방 전체에 360° 돌아가며 시계를 설치한 작품 <Clockwise>를 통해 4분의 격차를 두고 돌아가며 하나의 기준에 따라 동일하게 산업화되는 현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작곡가이자 시각 예술가인 이케다 료지(Ryoji Ikeda)는 수학 자체와 수학적 미학을 통해 소리의 필수 특성과 빛이 지닌 비주얼 매력을 결합시키는데, 이번에도 사운드, 영상, 물리적 현상과 수학적 개념을 몰입형 설치로 정교하게 조율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렇듯 각 출품작은 독창적이고 장르도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인류가 정말 진보하고 있는지, 현대인과 불안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선정적 화면과 직접적으로 체제비판을 삼가면서도 현시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관념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은 총 26개국 67명의 작가가 창조한 것이다.





Alexander Apostol <Dramatis Personae> 2017-2018

 Digital photography installation 150×100cm each 

Photo by Jiang Wenyi Courtesy of Power Station of Art  

2. Huang Jing Yuan 





큐레이터 팀이 직접 밝히듯 이번 비엔날레는 현대 예술가들이 우리 시대의 양면성을 논의하고 제기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데 전념한다. 비엔날레를 꽉 채운 작품들과 각 프로젝트는 미적 지식 형태의 생산과 문화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서 현재와 과거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전 세계 예술가들의 참여를 심도 깊게 유도한다. 관람객은 불편과 불안을 담은 작품을 대면함으로써 오히려 현실의 아늑함과 안정을 실감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인 셈이다. 올해아트바젤에서발루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한 강서경과 2018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정은영을 비롯해 동시대 역량 있는 현대 미술가들의 진가를 감상할 수 있는 비엔날레는 오는 3 1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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