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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4, Sep 2023

“진짜 쿨함”

Netherlands

Alex Katz
2023.6.10-2023.10.1 바세나르, 보르린덴 미술관

● 윤지수 네덜란드 통신원 ● 이미지 Museum Voorlinden 제공

[Homage to Degas 14] 2018 Oil on linen 182.9×365.8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Collection museum Voorlin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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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네덜란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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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Alex Katz)의 작품은 쿨하다. 현대미술의 모던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과 같은 요소도, 팝 아트(Pop Art) 같은 만화적인 감성도 지니고 있다. 또한 단색과 원색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디자인적이기도 하며, 사회적인 유행이나 사조를 좇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클래식하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개별 작품의 제작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2023년 현재 작품의 관람자도, 아마 10년 전 혹은 20-30년 전 감상자들도 그의 작품을 트렌디하다고 느낄 듯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모던하며 앞서간다는 감상평을 들을 것이다. 그만큼 카츠의 모든 작품에는 독보적 아이덴티티가 묻어있다.



<Yellow Flags>
 2011 Oil on linen 213.36×609.60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hoto: 2011 Paul Takeuchi Collection of the artist



작가가 이러한 쿨함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는 데엔 수없이 많은 외부 자극이 존재했을 것이다.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1946년 맨해튼에 있는 쿠퍼 유니언(The Cooper Union Art School)에서 수학했고 1954년 로코 갤러리(Roko Gallery)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950년대는 뉴욕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한 시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겪은 유럽 작가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대거 이주하며 미술의 중심지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뉴욕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었다. 또한 전쟁은 새로운 미술사조를 낳았다. 화가들 사이에 전쟁을 일으킨 기존의 가치관을 대체할 만한 혁신적인 조형상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지며,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파리에서는 앵포르멜(Art Informel)이라는 사조가 등장했다.



<Twelve Hours> 1984
 Oil on canvas 275×670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hoto: Antoine van Kaam 
Collection museum Voorlinden



새로운 미술사조를 통해 작가들은 기존의 이성적,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기하학적 추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본능과 충동을 추상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카츠는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지배하던 뉴욕에서 활동했지만, 풍경화와 인물화로 작품의 방향성을 틀었다. 작가는 당시 아무도 재현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보가 ‘열린 문(open door)’과 같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단적인 행보로 추상표현주의를 옹호했던 미술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로부터 혹평을 듣기도 했다.



<Black Hat 2> 2010 Oil on linen 
152.4×213.4×3.8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The ALBERTINA Museum, 
Vienna - The Batliner Collection



작가는 외부의 자극에도 뚝심 있는 마인드로 자신만의 회화적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회화의 대상을 자신의 일상에서 찾았다. 10대 시절 아버지로부터 “너는 너 자신의 뒷마당을 그려야 해”라는 조언을 들은 작가는 이를 철저히 따르며 지극히 사소한 자신의 일상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려왔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자신의 뒷마당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뒷마당에 초대한다. 그 이유는 그가 인물을 그리는 방식이 초상화를 그리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카츠는 이웃 주민들을 모델로 삼아 많은 인물화를 그렸다.

일례로는 <Gavin>(2012)과 <Ada’s Back 2>(2021)가 있다. <Gavin> (2012)은 그의 갤러리 운영자였던 가빈 브라운(Gavin Brown)을 그린 작품이다. <Ada’s Back 2>(2021)는 카츠가 성공적인 생물학자이자 아내인 아다 델 모로(Ada Del Moro)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단지 아내의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우리는 굵은 붓질로 듬성듬성 그린 회색의 머리카락과 드러난 어깨선만을 볼 수 있다. 카츠는 인물화를 그리기 위해 모델에게 다양한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고, 수많은 스케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Chance> 2016 Porcelain enamel 
on shaped steel and mounted on a polished 
stainless steel base 195.6×360.7×40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hoto: Antoine van Kaam Collection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그리고 스케치에 그들의 인상을 캡처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인물 개개인의 독특한 외모적 디테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인상, 그와 관련된 특별한 기억이다. 즐거웠던 순간에 그 인물이 작가에게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를 관찰하며 그들의 인상을 포착해 보여준다. 따라서 관람객은 작가가 그린 인물을 익숙한 인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모두 작가가 포착한 일상과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요소들과 텔레비전, 영화, 광고와 같은 미디어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가의 작품은 팝 아트적이다. 그가 한 화면에 동일한 인물의 초상을 반복하는 방식도 팝 아트에서 흔히 보이는 기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의 연속 반복(serial repetition)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복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워홀이 실크스크린(Silkscreen) 기법을 통해 동일한 이미지를 한 화면에 기계적으로 복제했다면, 카츠는 각각의 초상을 화면에 직접 그리지만 약간의 변화를 주며 대상을 배치하는 방식을 취한다.



<Park Avenue Departure> 2019 
Porcelain enamel on steel 244×79×4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hoto: Bram Vreugdenhil Collection
museum Voorlinden



<Bill 2>(2017)와 <Bill 3>(2017)에 그만의 독특한 반복 방식이 드러난다. 이 두 연작은 작가가 유명한 안무가이자 댄서, 작가이자 감독인 빌 T. 존스(Bill T. Jones)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빌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는데 그의 눈 모양과 표정 변화를 미묘하게 포착해 화면에 담았다. <Bill 2>에서는 화면을 사분할해 네 얼굴과 노란 배경을, <Bill 3>에서는 화면을 이분할해 두 얼굴과 배경을 적절히 배치했다.

<Sunrise 11>(2021)과 <Sunrise 12>(2021)에는 빌 연작과는 다른 반복 전략이 보인다. 그는 얼굴의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인쇄된 사진을 오려낸 후 한 번에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구도의 그림을 그린다. 따라서 여성 모델을 한 화면에 두 번 반복해서 그린 ‘Sunrise’ 연작에서 관람객은 모델의 표정과 안면의 특징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그의 컷아웃(cut-outs) 방식 또한 팝 아트 회화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제작 방식이다. 카츠는 나무판이나 철판을 형상의 바깥 선에 맞게 잘라 그 위에 이미지를 그려 이차원적인 조각을 제작해 왔다. 인물 주변의 모든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에 조각품은 주변 환경에 반응하게 된다. 컷아웃 방식으로 제작된 대표 작품으로는 <Chance>(2016)가 있다.



<Sunrise 11> 2021 Oil on linen 
243.8×182.9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rivate collection



이 작품은 수영복을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제작한 이차원적 조각작품이다. 마치 패션 잡지에서 오려낸 것과 같은 이미지지만 조각이기 때문에 관람객은 작품 주변의 프레임을 상상할 수 있다. 96세인 작가는 아직도 매일 작업에 몰두한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그에 따른 새로운 미술사조도 모두 목격해온 카츠. 긴 세월 외부의 자극 속에도 예술적 자아를 발견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왔기에 2023년 현재에도 그의 작업이 ‘그 어느 작품보다 쿨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아닐까. PA
 


<Rosebud> 1967 Oil on canvas 244×183cm
 Courtesy of Pictoright Amsterdam 2023 
Photo: 2022 Paul Takeuchi Collection of the artist



글쓴이 윤지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네덜란드 로테드담 에라스무스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에서 미술, 문화, 그리고 사회(Art culture and Society)를 전공했다. 「게이트 키핑 시스템에 대한 NFT 마켓」을 석사 논문으로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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