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안에서 공간을 조작하는 예술가”로 불리는 김태호의 개인전이 열린다. 예술가들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곧 캔버스 내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것이다. 그 방식은 작가마다 모두 다르며,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만의 공간을 창조한다. <김태호_공간구조를 조작하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단색화의 평면캔버스 위에서 어떻게 공간구조를 조작했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초기작 ‘형상’시리즈부터 최근까지 이어오는 ‘내재율(Internal Rhythm)’ 연작을 포함한 총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김태호의 30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한눈에 볼수 있다. 작가의 최근작 <내재율>에는 김태호의 공간구조 조작 방법이 드러나 있는데, 완전한 평면 캔버스 위에 여러 색의 물감을 사용, 색 퇴적층을 만들어내고, 축적된 물감을 수직, 수평적으로 깎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Internal Rhythm 2011-45> 2011
캔버스에 아크릴릭 163×131.5cm
이러한 방식으로 공간은 층층이 다양한 색을 드러내게 되고, 평면 위에 새로운 공간이탄생한다. 문학에서 내재율이 ‘자유로운 언어 배치를 통해 은근히 느낄 수 있는 운율’을 뜻하듯이, ‘내재율’ 연작 또한 형식적이지 않은 색의 반복을 통해 화면속 은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공간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단색화 작가로서 김태호의 일대기를 돌아보는 동시에,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우리의 독자적 양식 단색화를 재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는 단색화의 저력과 단색화를 통해 구현한 김태호의 공간 구조 조작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지난달 4일부터11월 15일까지.
· 문의 부산시립미술관 051-744-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