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고암 이응노는 작품 활동에 매진했을 뿐 아니라, 교육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한 작가다. 이에 이응노의 주된 업적이었지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교육’이라는 요소에 주목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응노는 유럽과 동양의 교육을 잇는 메신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전통과 현대가 섞여 혼란기를 겪던 한국 개화기 시절 한국화단에 근대적 교육을 개척했으며, 프랑스에 파리동양미술학교(Academie de Peinture Orientale de Paris)를 세워 최초로 동양미술을 유럽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전시는 이응노 교육활동의 출발점인 1945년 ‘고암화숙’부터 현재까지 운영되는 ‘파리동양미술학교’ 그리고 제자들의 작품 활동을 통해 이응노가 세운 업적을 소개한다. 예술에 있어 자신의 뿌리와 전통성을 중시한 그는 우리의 동양화를 유럽에 알리는 것에 주력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유럽인과 동양인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의 장벽을 깨기 위한 이응노의 교육 방식 또한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응노 파리동양미술학교 학생 지도
이응노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도 마련돼 이응노, 박인경, 이융세가 언어 대신 동양화 교습용 그림을 사용해 교육을 이어간 과정을 좇을 수 있다.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의 교육 행적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기에, 그 발자취를 기록한 신문 기사, 도록, 사진 자료 등 기록물을 다량 선보인다는 것도 전시의 포인트. 자료의 홍수 속에 파묻혀 행복한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는 관람객을 위해 전시는 디지털라이브러리를 운영해 체계적인 관람을 돕기도. 특히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대표작 <수>와 <주역>뿐만 아니라, 이응노와 관련된 희귀 기록물을 공개해 눈길을끈다. 유럽에 첫 동양미술 교육기관이 설립된 지 올해로 51년째다. 반세기 동안 어떤 동양적 교육이 유럽인을 사로잡았고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교육정신을 전시를 통해 탐구할 기회. 전시는 지난달 23일부터 12월 27일까지.
· 문의 이응노미술관 042-611-9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