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3, Dec 2016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역설적인 사랑법
France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2016.10.21-2017.1.8 파리, 파리조폐국
5년 만에 긴 공백을 깨고 마침내 그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들고 나오는 작품마다 숱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예술계의 악동이라 불리던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전 '모든 것(All)'에서 카텔란은 예술계를 떠나겠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선언에 예술계는 물론, 많은 언론과 대중들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말썽 많았던 카텔란의 예술적 행보를 익히 잘 아는 어떤 이들은 그의 은퇴선언이 ‘농이 지나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카텔란을 오랫동안 추앙해온 신봉자들은 다시는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모두가 공통으로 그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 한 가지였다. 왜 그는 떠나는가? 은퇴 당시, 쉰을 갓 넘긴 카텔란이 이제 막 무르익어가는 예술적 커리어를 뒤로 한 채 자취를 감추고자 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해 꽤 설득력 있는 양심 고백을 답변으로 내놓았다. 언제부턴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들을 패러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남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는 것. 과연 이 말은 자기복제라는 창작의 고통 앞에 선 예술가의 진심 어린 속내였을까? 아니면 쇼맨십이 뛰어난 스타작가의 한낱 거짓 쇼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진실을 뒤로한 채, 카텔란은 시끌벅적한 은퇴식에 이어 파리에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 카텔란, 정말 그가 돌아왔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Charlie don’t surf' 1997 Mannequin, table et chaise d’école, vêtements, peinture, chaussures, crayons Exhibi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at la Monnaie de Paris(2016.10.21-2017.1.8) Photo : Zeno Z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