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8, Sep 2015
잃어버린 땅을 찾아서
France
Mona Hatoum
2015.6.24-2015.9.28 파리, 퐁피두센터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가 남긴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 물음은 굉장히 단순한듯하지만, 선뜻 대답하기엔 어렵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평범한 한 러시아 농부의 비극적인 삶을 들려준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파홈, 그는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신의 멈출 수 없는 탐욕 앞에서 결국 죽음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미련하기 짝이 없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역시 누구나, 파홈의 욕망을 마음 한편에 두고 살고 있고, 그래서 우리 중 대부분은 파홈과 같은 결정을 큰 고민 없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파홈의 죽음을 통해 한 인간에게 필요한 땅의 크기를 명쾌히 제시한다. 죽은 파홈의 몸을 묻기 위해 파 내려간 땅의 크기, 즉 한 사람의 몸이 눕혀질 만한 6척 정도의 면적이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했던 톨스토이의 소설 제목은 결코 난제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답안까지 제시해주는 친절한 질문이다. 하지만 해답이 내려진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순식간에 고민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답을 알고도 대답하기가 망설여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내 키만 한 6척이라는 공간은 너무나 비좁고,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설득하는 이가 톨스토이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6척 이상의 땅을 원하며, 6척 이상의 무엇인가를 가지려고 온갖 애를 쓴다. 인간의 욕망은 한 러시아 농부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한순간에 줄어들고 버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의 욕망은 꽤 견고하고, 지속적이며, 무모하다. 인간이 욕망의 존재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것은 우리의 삶과 파홈의 삶이 절대 다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