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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8, Jan 2024

의뢰된 프로젝트, 작업하는 샤갈

France
Chagall à l'œuvre: Dessins, céramiques et sculptures 1945-1970

2023.10.4-2024.2.26 파리, 퐁피두센터

● 김진 프랑스통신원 ● 이미지 Centre Pompidou 제공

Interior view of Opéra Garnier, Paris, France 이미지 제공: isogood/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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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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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서 전시 <작업하는 샤갈 - 드로잉, 도자기, 조각 1945-1970(Chagall à l'œuvre: Dessins, céramiques et sculptures 1945-1970)>가 오는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우리에게 대형 유화작품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는 사실, 캔버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시, 스테인드글라스, 에나멜 회화, 의상 작업 등 모든 형태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했던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는 벨라와 메레 메이어(Bella and Meret Meyer)의 기부로 2022년 퐁피두 컬렉션에 들어오게 된 일련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인데, 이 둘은 샤갈의 쌍둥이 손녀이며, 메레 메이어는 샤갈 위원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부는 127점의 드로잉, 5점의 도자기, 7점의 조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샤갈의 제2차 세계대전 전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작품들을 많이 소장한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퐁피두센터의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기부 작품은 크게 3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1945년 뉴욕 발레 극장에서 공연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발레 <불새(Fire Bird)>의 의상과 무대 커튼을 위해 준비한 구상 그림, 1962년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의 천장 장식을 위해 샤갈에게 의뢰한 작품의 스케치 및 축소 모형 그리고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제작된 도자기, 콜라주, 조각품이다.



Marc Chagall <Couple à la chèvre rouge> 
vers 1970 Don de Mme Meret Meyer, 2022 © Adagp,
 Paris Photo: Centre Pompidou, MNAM-CCI/
Janeth Rodriguez-Garcia/Dist. RMN-GP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샤갈의 활동을 대표하는 이 후기 작품들은 그가 의뢰받은 수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열정과 작업의 다양화를 보여준다. 이들은 종이 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빠르게 펼쳐진 첫 번째 스케치부터 회화를 위해 작업된 철저한 구상과 최종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아티스트의 작업실에 들어간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샤갈은 20세기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화가지만 그는 어느 사조로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사한 아티스트였다. 반면 당대 미술비평가이자 시인이었던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그를 ‘초현실주의자’로 불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 영향을 받은 유대 전통을 간직한 채 러시아에서 추방되어 1925년 38세의 나이로 프랑스에 정착한 샤갈은, 고국에서 뿌리 뽑힌 삶과 두 번의 전쟁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채도가 높은 색깔의 하모니로 어린아이의 꿈같으면서도 시적인 이미지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원색 또는 그에 가까운 밝고 명랑한 색깔이 주를 이루고, 희망과 즐거움, 사랑과 음악을 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음악은 샤갈의 작품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예술가로서의 소명과 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의 자서전 『나의 삶(My Life)』(1923)에 적었듯 음악은 영감의 원천이자 반복되는 주제다. 음악은 이미지를 생각하는무엇보다 새로운 방법이라고 그는 고백한다. 샤갈은 “나 자신이 소리가 된다”고 쓰고 “우리는 그림을 색을 통해 노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음악을 시각예술과 밀접하게 연관시켰고, 평생 당대 음악가, 안무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Exhibition view of 
<Chagall à l’oeuvre: Dessins, céramiques
 et sculptures 1945-1970> 
2023-2024 Centre Pompidou 
© Centre Pompidou Photo: Audrey Laurans



그가 구상한 <불새>의 장식과 의상에서도 이 예술적 신념은 명확히 드러난다. 첫 번째 스케치에서부터 샤갈이 무용수들의 움직임 자체를 의상 디자인에 통합하려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는 무용수 신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미리 염두에 두고 다양한 포즈의 인물을 먼저 그린 뒤, 이에 따라 의상 디자인을 구상하고 스케치를 했으며, 이들이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컬러를 선택했다. 색상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밝고 화려하며 디자인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가진 상상의 순수성도 엿보인다. 샤갈은 <불새>뿐만 아니라 <다프니스와 클로에(Daphnis et Chloé)>,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등의 무대 세트와 의상을 제작하고 오페라와 발레 부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눈여겨볼 부분으로 전시의 두 번째 테마인, 1962년 의뢰.진행된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 장식이 있다. 샤갈은 글을 쓰는 작가이며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의 지원을 받아 공공 위탁 예술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는데, 말로의 요청으로 그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프레스코 천장화를 그렸다. 일설에 의하면, 오페라에서 말로가 공연을 보던 중 우연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는데 어둡고 먼지가 쌓인 장식에 불만을 가지게 되어 이 홀에 생동감 넘치는 색과 빛을 도입할 것을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제안과 협의를 거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색깔로 화려하고 빛나게 구성된 둥근 도넛 모양의 220㎡ 면적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샤갈이 가장 좋아했던 두 가지 주제, 즉, 음악과 삶을 함께 기념하고 찬미하는 이 장대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3명의 보조 화가가 필요했고, 총 1년이 걸렸다. 당시 75세 노년의 나이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샤갈은 다양한 기법(연필, 잉크, 구아슈, 마카, 콜라주)으로 약 50개의 스케치와 2개의 최종 모델을 그리는 대단한 열정을 보여줬고 이는 그의 예술을 보여주는 총 집합체라 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작업이었다.



Marc Chagall <Femme aux mains rouges et vertes>
 vers 1970 Don de Mme Meret Meyer 2022 © Adagp,
 Paris 2023 Photo: Centre Pompidou, MNAM-CCI/
Audrey Laurans/ -Dist. RMN-GP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이 작업의 구상 스케치를 볼 수 있는데 실제 오페라에 완성된 모습을 떠올리며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오페라의 천장 장식을 디자인하면서 오페라 건축과의 융합을 추구했는데, 먼저 리듬의 측면에서 색깔의 구성을 상상했다고 한다. 지극히 자전적인 이 이미지들은 그가 함께했던 위대한 음악가들과 그가 피난처로 찾았던 파리에 대한 오마주로 귀결된다.

하지만 1964년 공개 당시 작품은 큰 비난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과 현대적이고 초현실적인 샤갈의 작품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오페라의 천장은 이미 1872년 쥘-유젠 르네프뵈(Jules-Eugène Lenepveu)의 <뮤즈와 낮과 밤의 시간(The Muses and the Hours of Day and Night)>이라는 고전적인 19세기 작품이 그려져 있던 상태였는데 샤갈의 작품이 이를 덮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르네프뵈의 작품이 파괴된 것은 아니다. 샤갈의 작품은 24개의 폴리에스터 패널을 사용해 그의 작품 위에 겹쳐져 설치되었고 따로 떼어내길 원한다면 파손 없이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페라 가르니에 건물은 신바로크 양식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대표할 수 있는 걸작 중 하나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당시의 비난과 의심과는 달리 오페라에 입장해 중앙 메인 홀을 올려다보면 우리는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색상과 그 밝고 명랑한 구성에 반하고 만다. 샤갈의 천장 장식화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색상의 패널로 구분된다. 전체적으로 오페라 레퍼토리에 포함된 서정 예술 분야의 주요 작곡가 14명에게 경의를 표하는 주제인데, 파란색 칸에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마술피리>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의 <보리스 구도노프(Boris Godounov)>를 연상시키는 모티프가 있다.



Marc Chagall <Maquette pour le plafond 
de l’Opéra Garnier: “Le Lac des cygnes”> 
1963 Don de Mme Meret Meyer en 2022
 © Adagp, Paris Photo: Centre Pompidou, MNAM-CCI/
Hélène Mauri/Dist. RMN-GP Collection Centre Pompidou, 
Paris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Centre de création industrielle



녹색 부분에서는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파랑과 흰색 부분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장-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노란색에는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아돌프 아당(Adolphe Adam), 마지막으로 빨간색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과 스트라빈스키에 오마주를 표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의 대표적인 주제인 날개 달린 인물, 사랑에 빠진 연인, 개선문과 같은 파리의 상징적인 건물뿐만 아니라 악기와 동물들도 그려져 있다. 또한 이 프레스코화를 의뢰한 말로와 샤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4월에는 르네프뵈의 작품을 복구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오페라의 부국장 마르땅 아즈다리(Martin Ajdari)는 『『피가로(Le Figaro)』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샤갈의 천장 장식 작품은 오페라 가르니에 건물의 매우 상징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이를 제거하는 것은은 아직 의논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대형 회고전은 아니지만 대중에 많이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모았고, 무엇보다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 장식을 위한 구상 스케치와 그의 많지 않은 도자기와 조각 장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샤갈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의 예술세계를 물씬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시로 평가된다.



Marc Chagall <L’Oiseau de feu> 1945 © Adagp, Paris 
Photo: Centre Pompidou, MNAM-CCI/
Audrey Laurans/Dist. RMN-GP Collection
Centre Pompidou, Paris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Centre de création industrielle



파리 4구에 위치한 퐁피두센터는 다양한 형태의 근현대미술 작품을 12만 점 이상 소유하고 있고 이를 전시하는 상설전이 있다. 샤갈을 비롯해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나 만 레이(Man Ray),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오토 딕스(Otto Dix),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프리다 칼로(Frida Kahlo), 호안 미로(Joan Miro), 장 뒤뷔페(Jean Dubuffet),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등 대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상설전과 샤갈의 특별전까지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오스만 양식의 건물들로 채워진 파리의 중심에 빛으로 가득 찬 유리와 금속 구조물인 이 건물 또한 또 다른 감상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PA


글쓴이 김진은 미술 칼럼니스트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했으며,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 현대창작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예술이론 연구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저서로 『그림 읽는 법』(202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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