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 반대 성질을 가진 사진과 조각을 한데 모아 흥미로운 작업을 풀어낸 이용수가 이번 전시에선 일상과 친근한 오브제인 ‘과일’과 ‘야채’를 주제로 한 시리즈를 공개한다. 작가는 우선 손수 구매한 과일을 사진에 담은 후 아크릴과 알루미늄 판넬 사이에 넣고 압축하는 방식의 디아섹(disasec) 액자를 만든다. 이어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을 사용해 사진 속 오브제 일부에 부조화를 유도, 조각이 지니는 입체적 특성을 드러낸다. 부조 위에 색을 입히고 물방울 같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살리는 세밀한 마무리를 거쳐 완성된 작품은 여러 번의 섬세한 과정을 거쳤기에 멀리서 보았을 땐 평범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입체적으로 도드라진다. 그 결과 작품은 평면 같지만 입체적 특징을 드러내는 ‘삼차원 사진’으로 탄생한다.
<Untitled-Ra-w> 2013
디아섹 위에 폴리코트 84×64cm
게다가 이용수의 ‘과일’과 ‘야채’는 싱그러움이 생생히 느껴질 만큼 극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 마치 마트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실제 같은 허상임을 깨닫게 해 아이러니한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함께 전시되는 ‘사발’과 ‘주병’은 한국의 정서를 도자에서 찾은 시리즈로 도자가 지닌 유려한 곡선미와 잔잔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고스란히 드러내, 숨 가쁜 도시인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제공한다. 이차원과 삼차원을 넘나들며 차원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이용수의 솜씨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화려한 색을 지닌 과일과 식물이 주는 봄의 생명감 그리고 흙에서 오는 잔잔한 색감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방문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