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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4, Jan 2017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

2016.11.24 – 2016.12.18 아트스페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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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재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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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익숙해지기,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들



좌대에 검은빛깔의 형체가 놓여있다. 벽에 걸린 개의 모니터 영상에선 개인지 염소인지 모를 박제 동물의 귓가에 누군가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멜로디가 있기는 하지만 노래라기보다 알아듣기 힘든 속삭임에 가까워, 자장가를 부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노래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이자 가요 번안곡인큐티 하니라는 , 그리고 박제된 것은 어린 흑염소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당혹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박제된 어린 염소의 보폭에 맞춰 숲을 산책하고, 반려동물을 돌보듯 털을 미는 장면 앞에서 발생한 코드 오류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감정은 이해를 요구하는데, 납득할 만한 언어가 좀처럼 소환되지 않는다. ‘윤리라는 단어는 오류 상태를 해소해주지 못한다. 염습할 죽은 이의 얼굴에 메이크업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맥락으로부터 벗어난 분절된 행위는 언제든 기괴해 보일 있을 것이다.


신정균은 작업과 관련한 수집품 때문에 신고를 당했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대한항공(KAL) 승무원이었던 아버지의 경험과 겹쳐 놓는다. 항공기 납치범을 제압해 영웅이 아버지와 달리, 작가 본인은 경찰   조사를 받는다. 작가는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탐사보도프로그램의 관습적인 어법 등을 사용해 사건이 교차 편집하고, 관련자료들을 테이블에 함께 배치했다. ‘방첩영웅 합기도 교본은 간첩 용의자의 책상에 놓이면 언제든 의심스러운 증거자료로 보일 것이다. 증거품으로 수집된 영수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코에몽드링크, 맥스봉치즈 55g, 훈제메추리알 3등의 항목이 인쇄되어 있다. 신정균의 <Statement> (2016) 아카이브 리서치 작업들과 달리 자료의 파편들이 구성하는 맥락보다는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수상한 효과와 오인 자체에 집중하고 전략으로 활용한다. 이는 분단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방첩 수사가 이뤄지는 , 일상의 흔적들이 언제든 수상한 증거가 있다는 작가의 진술서(statement)이기도 하다. 배경이 흐릿하게 처리된 노래방 영상을 활용한 <베고니아> 작업에서도 유사한 관심이 엿보인다.





신정균 <Statement> 2016 HD비디오 7 40





무진형제는 재개발과 상실, 집이라는 공간에 축적되는 기억의 문제를 다큐멘터리적 어법 대신구렁이에 관한 설화들을 차용한 픽션의 상상력으로 은유한다. 재개발 현장에서 흔히 있는 절단된 철근과 수도관, 녹슨 철사와 고무호스 등이 영상과 설치, 텍스트의 형태로 전시장에 놓였다. 한때 건물의 일부였다가 부식되고 낡은 채로 바깥에 노출되곤 하는 것들이다. 클로즈업된 오브제들은 흑백의 노이즈로 인해 음영과 텍스처가 강조되어있다. 나사처럼 천천히 돌아가는 오브제를 아래에서 위로 훑는 동안구아(구렁이 아이)’ 설화에 관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집을 지키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하며, 우환을 부르기도 사람을 살리기도 했던 구렁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오브제들을 춤추게 하려는 주문 같기도 하다. 작업 환경과 조건의 제약들을 활용해 작업하는 박지혜는 일시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주로 사용되는 저렴한 목재 각재를 톨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용하기 위해 테트리스 블록 같은 큐브로 나누어 재조합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업에 등장하는다루끼투바이 목재 각재들을규격 따라 부르는 이름이다. 다루끼 1, 투바이 1, 4.6t 그리고 9t 합판을 각각  남김없이 같은 크기로 분할하기 위한 계산에는 공학용 계산기가 동원되고, 톱날 두께(4mm)까지 고려하는 철저함이 필요하다. 박지혜의효율 저비용으로 어떤 형태 혹은 상태를 구축하는 가장 편리하고 최적화된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잔여 혹은 여분 없이 언제든 이동하고 사라질 있는완벽한 소진 위한 효율이다.


<공감오류: 기꺼운만남>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POOLAP’ 연계전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20-30 초반 작가들에게서 드러나는 정서나 세계에 대한 감각들이 분명 어떤 풍경을 이루기는 하지만, 서로 쉽게 동기화되거나 특정 주제로 간결하게 포섭되지는 않는다. 기획자는 거기서 발생하는오류 전면에 내세웠다. 작가들의 나이대가 포함된청년세대는암전된 미래 불안한 존재로 쉽게 박제되거나 세대론으로 규정하려는 단정적이고 투박한 말들에 모두 가둬지지 않는다. 세계는 여전히 오작동하고 기대는 끊임없이 결렬되지만 전시 곳곳에서 엿보이는 어떤 오류 자체를 활용하거나 디폴트값으로 삼는 전략들은 흥미롭다. 이건체념이라는 단어가 포괄하지 못하는 상태다. 눈이 서서히 어둠에 적응하고 나면 속에서 희미하게 사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눈으로 전시를 보았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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