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개인전 <물집(Blister)>이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는 <물집>, <Puddle Rhapsody>, <공기뿌리>, <생(生)>, <바람의 결>, <내 안의 부른 바람> 등 8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업의 가장 기본이자 그 시작은 바로 한 올의 ‘선’이다. 작가는 선을 한 올 한 올 엮어 단단한 망을 만들고 그것을 설치, 부조 등 입체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얽히고설킨 실들에 삶과 죽음, 존재와 부존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이 대립한 감정과 상태를 투영시켰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대립항들로 이뤄졌으며 우리는 매 순간 이러한 감정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존재’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자연과 일상에서 찾고자 했다.
<물집(blister)>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며 겉으로는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항상 살아 숨 쉬고 생성하며 소멸하는 존재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 속 생명의 움직임에서 인간의 모습을 마주했다. 그 변화와 순환하는 모습이 우리와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전시 출품작 가운데 <물집>은 바로 작가의 이러한 고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평온한 겉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고뇌하는 우리는 누구나 생각의 부침으로 쓸린 자리가 부르터 생겨난 물집을 갖고 있는 것에서 착안했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사람 형상을 한 이 ‘물집’은 그러나 단순한 작가의 고심을 드러내는 흔적이 아니다. 고정 관념을 넘어서고자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상처를 낸 자리에 새싹과도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작가에 대해 박경준 동국대학교 교수는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작가”란 평을 내렸다. 와이어를 엮어서 작업하는 그는 꾸준함과 진득함,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고행의 길을 선택해 묵묵히 걸어가는 이명옥은 마치 구도자이자 수도승처럼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