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Andy Warhol)이 1982년 작품에 등장시킨 이후 마이클 잭슨은 비범한 현대 미술가들이 선망하는 특별한 비주얼 주제로 부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강하면서 연약하고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새빨간 바탕에 마이클 잭슨의 이름을 흘려 쓴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의 참여 작가 면면은 대단히 화려하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 칸디스 브리츠(Candice Breitz), 이자 켄즈켄(Isa Genzken), 키스 해링(Keith Haring), 조나단 호로비츠(Jonathan Horowitz), 그레이엄 돌핀(Graham Dolphin), 게리 흄(Gary Hume), 아이작 줄리앙(Isaac Julien), 카우스(KAWS),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 마이클 로빈슨(Michael Robinson), 마크 레이든(Mark Ryden),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 앤디 워홀 그리고 조단 울프슨(Jordan Wolfson) 외에 “이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던 전시가 있었나?” 싶을 만큼 굵직한 작가들이 대거 초대됐다.
KAWS <Interview Magazine, September 2009>
2009 Courtesy of KAWS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사람들은 그를 결코 놓지 않고 있다.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던 8월 29일은 마침 잭슨의 60세 생일이었는데 작품으로라도 ‘King of Pop’을 보고 싶은 인파로 갤러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큐레이터이자 갤러리 디렉터인 니콜라스 쿨리난(Nicholas Cullinan)은 “세대, 배경, 국적 및 인종이 각기 다른 48명의 예술가들이 모인 이 전시는 각자의 프리즘을 통해 마이클 잭슨에 전념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강조한다. 쿨리난의 아이디어는 거의 10년 전 앤디 워홀 전시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시작되었다. 스크린 프린트 초상화를 시작으로 워홀이 마이클 잭슨에 매료돼 완성한 작품들을 보며 쿨리난은 팝 아트, 팝 문화의 진정한 제왕들이 함께 섞이고 시너지를 발휘한 과정을 살피며 팝과 시대에 대한 개념을 확인했다고 술회한다.
전시작 중 데이비드 라샤펠은 단편 영화 <Billie Jean>에 나온 스틸 이미지와 종교적 도상을 사용해 지극히 종교적으로 잭슨의 모습을 묘사하고 ‘American Jesus’라는 시리즈 제목을 달았다. 성자와 순교자를 넘나드는 잭슨의 모습은 악마를 짓밟고도 오히려 아프고 슬퍼 뵈는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칸디스 브리츠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16명의 마이클 잭슨 팬이 병렬로 서서 <스릴러> 이후 모든 노래를 부르는 비디오를 완성했는데, 전시장 가장 안쪽에 설치된 그의 영상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잭슨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은 어떤 의식을 수행하듯 열과 성을 다한다. 요르단 출신의 유명작가 조단 울프슨은 거의 완전히 흰색 화면인 <네버 랜드> 뮤직비디오에서 잭슨의 눈 움직임만 따, 보여준다.
Todd Gray <Exquisite Terribleness in the Mangrove>
2014 The collection of Aryn Drake-Lee Williams & Jesse Williams
Image courtesy of Meliksetian | Briggs, Los Angeles ⓒ Todd Gray
전시엔 잭슨의 마지막 초상화도 등장한다. 아프리카 고유의 인식과 문화를 해석하는 케힌데 와일리는 죽기 직전 잭슨에게 그림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잭슨이 죽은 후인 2010년 완성된 작품은 <Equestrian Portrait of King Philip II (Michael Jackson)>란 타이틀을 지닌다. 스페인 왕을 그린 페테르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회화를 모티브로, 작가는 고급스런 갑옷을 입은 군주로 잭슨을 묘사해 말 등에 앉히고 한 쌍의 천사로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와일리는 이를 통해 미술사와 오래된 주인의 작품에 모시는 권력 구조, 즉 부유하고 직선적인 백인의 지배가 여전한 세계관을 은유하고 재해석한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 커버를 사용해 두 편의 시리즈 작품을 만든 영국의 예술가 그레이엄 돌핀은 말한다. “잭슨이 사망 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마침내 그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나 재평가하고 재배치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의 예술가이면서 어떤 문화와 상징을 삼켜버린 존재, 잭슨에 대한 그의 경외가 묻어나는 말이다. 돌핀은 새로운 작품에서 무려 16만 단어에 이르는 잭슨의 노랫말은 <Wall and Thriller>의 오리지널 비닐 카피의 타일을 통해 수작업으로 작성됐다. 그는 아날로그 도구와 오늘날 디지털 세상 사이의 전환을 작품에 담으며 “세계에 좀 떨어져 있던 독특한 외계인”인 잭슨을 추모한다.
Andy Warhol <Michael Jackson> 1984 National Portrait Gallery,
Smithsonian Institution, Washington D.C. / Gift of Time magazine
ⓒ 2018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Licensed by DACS, London
쿨리난이 기획한 대로 <Michael Jackson: On the Wall>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즘과 관계들이 공존하는 동시대에서 성별과 유동성, 인종과 정체성이란 주제를 환기시켰던 마이클 잭슨을 조망하며 그런 의미에서 그가 “시간보다 앞서” 있었음을 피력한다. 참여한 예술가들은 잭슨의 영향력을 탐구하면서 인종, 정체성, 성별, 명성, 이미지 대 현실에 대한 논의를 극렬하게 탐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실제 우리와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깨닫게 한다. 관람객과 예술가가 잭슨과 그의 예술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연구로 영향력을 행사한 전시는 독일과 핀란드 등으로 순회 개최된다.
이 글을 쓰던 중, 미국 한 경매에서는 잭슨이 1989년 월드 투어 ‘배드’에서 입었던 재킷이 29만8,000달러(약3억3,67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주최 측이 사전 발표한 예상가보다 3배 높은 금액이었다. 지퍼와 버클이 여러 개 달린 검정 재킷은 <스릴러> 뮤직비디오에 나온 빨간 가죽 자켓과 함께 마이클 잭슨을 대표하는 의상이다. 마이클 잭슨이 1987-1989년에 거쳐 2년간 개최한 첫 솔로 투어 내내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재킷 뒷면에는 잭슨이 생전에 은색 유성 펜으로 서명한 것이 남아있다고. 이렇듯 잭슨은 대중의 머리와 가슴에 살아있다. 이제 우리와 함께 숨 쉴 수 없어 더 애틋한 마이클 잭슨을 담은 미술 작품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Candric Breitz <King (A Portrait of Michael Jackson)> 2005
Courtesy: Kaufmann Repetto (Milan) + KOW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