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회화에 추상표현을 가미하는 작가 채지민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주로 개인의 감정은 최대한 절제하고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채지민. ‘불특정 장소’를 뜻하는 전시제목처럼,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미지의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그의 유화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채지민의 화폭은 영화의 세트장처럼 작용한다. 특히 신작 <Studio_Unspecified Space>(2014)에서 작가는 캔버스 안에 등장인물, 소품, 배경을 하나하나 연극적으로 배치한다. 가벽, 사다리, 의자, 테이블 등을 가져다놓은 이 현장은, 전시가 한창 준비 중인 갤러리 공간 혹은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Studio_Unspecified Space> 2014 

캔버스에 유채 각 136×136cm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생뚱맞으면서도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인물과 동물 등을 군데군데 더해 비현실적인 공간을 제시하며 시공간을 넘나들고, 가벽과 공사장 표식 등의 인공적 장소, 짙푸른 하늘로 대표되는 자연적 배경이 기막힌 대비를 이루며 초현실적으로 어우러진다. 이와 더불어, 화면을 세 개로 나누어 동일인물을 등장시켜 연속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려 한 것도 특징인데,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할지는 오롯이 관람객의 몫이니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것. 강렬한 색감이 대비를 이루는 그의 신작을 포함한 7점의 유화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월 26일부터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시각적, 심리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전하는 채지민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  

·  문의 갤러리 엠 02-544-8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