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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5, Jun 2015

미디어로 재정의된 예술의 역사

U.S.A

Watch This! Revelations in Media art
2015.4.2-2015.9.7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유리감옥(The Glass Cage)’,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스크린에 갇힌 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 평면 텔레비전, 디지털 광고판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20세기 후반의 기술적인 혁신은 1980년대를 지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인 디지털 시대로 진입시켰다. 이제 우리는 순간순간 변하는 시각적 기기와 통신 시스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시각적 감각을 다루는 예술가들이 20세기 후반에서 현재까지 전자 기술의 급속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예술적으로 재정의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안진국 미술평론가

Takeshi Murata 'Monster Movie' 2005 Single-channel video(color, sound) 04:19 minute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 2005 Takeshi Mur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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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국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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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Smith sonian American Art Museum)에서 열리는 <Watch This! Revelations in Media Art>은 연구와 보전을 위해 미술관에서 수집한 미디어 아트 작품과, 그 관련된 자료들 중 선별된 44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다. 이 전시는 16mm 필름과 비디오/컴퓨터 영상, 폐쇄 회로 영상(CCTV), 3D 디지털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과 더불어, 작업 과정을 해명하는 도식과 도표, 스토리 보드, 예술가들이 교류했던 문서 및 일회적인 미디어 작업에 이르기까지 1941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아트와 관련 자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우리는 각각의 미디어 작품들이 내뿜는 나지막한 소리로 약간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WATCH THIS!”라는 큼지막한 글씨와 그것과 함께 적혀 있는 전시 설명글이다. 여느 전시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설명글 좌측으로 큰 LED 평면 모니터와 조이스틱이 달린 게임 세트가 놓여 있어 이 전시의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Flowr>). 설명글의 우측 뒤편에는 디지털 영상의 결함으로 생기는 형형색색의 사각 픽셀들이 본래 이미지와 뒤섞여 화면의 주인공을 따라 흘러다닌다(<Mon ster Move>). 픽셀들의 파노라마 맞은 편에는 2개의 영사기가 거대한 스크린의 앞뒤에 각각 다른 영상을 쏟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Golf> (1957), <Contrathemis>(1941)). 고풍스러운 영사기의 작동과 16mm 필름의 움직임, 그리고 기계식 장치가 내는 추억의 소리는 기술 혁신의 초기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Eve Sussman <whiteonwhite:algorithmicnoir> 2010-2011 Two-channel digital cinema installation 

Smithsonian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 2011 Eve Sussman/Rufus Corporation 

 



영사기의 영상이 반영되는 스크린 너머에는 입체 영상 안경을 쓰고 영상을 3차원 입체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위치해 있다(<LYAM 3D>). 16mm 필름 영상 작품에서 3D 영상 작품으로의 갑작스런 전환은 우리에게 세월의 흐름과 동시에 기술적 진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3D 입체 영상 작품 옆으로는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백남준의 작품이 조용히 그 위엄을 드러낸다(<T.V.Clock>). 전시장 중앙에는 임시적으로 마련된 독립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비선형적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whiteonwhite:algrithmicnoir>). 중앙의 독립 공간을 중심으로 외부에는 다양한 영상 작품과 관련 자료들이 놓여 있고,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 작품과(<Text Rain>) 또다른 비디오 게임 작품(<Halo 2600>), 그리고 구름의 변화를 소리로 전환하는 작업(<Cloud Music>) 등이 관람자를 기다리고 있다.


메인 전시장의 출구 통로에는 실시간 폐쇄 회로 영상(CCTV)과 착시 현상을 결합하여 환영적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Painted Projection>(1977)), 그 옆으로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는 미디어 아트 선구자 중 한 사람인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 <Art Make Up>(1967-68)과 국내 전시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빌 비올라(Bill Viola) <The Fall into Paradise>(2005)가 전시되고 있다. 이렇게 <Watch This!>전은 시대별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채워져있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 측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비디오 게임 작품과 백남준의 기록물 및 그 기록물을 토대로 재제작된 작품으로 보인다.





Ed Fries <Halo 2600> 2010 Video game for Atari VCS(color, sound)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Gift of Mike Mika and Ed Fries ⓒ 2010 Ed Fries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비디오 게임 작품인 <Flower>(2007) <Halo 2600>(2010)은 관람자가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이 작품들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은 비디오 게임을 미디어 아트에 포함시킨 첫 전시이기 때문이다.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은 예술적 매체로서 비디오 게임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기위해 미국 최초로 비디오 게임을 영구 소장품 목록에 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노바 첸(Jenova Chen)과 켈레 산티아고(Kellee Santiago)가 제작한 <Flower>는 게이머가 들판의 바람을 만들고 제어하는 게임으로, 그래픽의 아름다움과 움직임의 미묘함으로 인해 일반 비디오 게임에서 느끼지 못하는 평온과 행복을 불러온다. 또한 에드 프라이즈(Ed Fries)가 만든 <Halo 2600> 1인용 슈팅 비디오 게임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프로그램 언어를 가지고 1977년형 게임콘솔(Atari VCS)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게임의 방법(역학)과 형식(이야기)을 재정비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풍부한 그래픽과 2차원 스크롤 게임이 가질 수 있는 복잡한 구성을 단지 4kb의 메모리만을 사용하게끔 제작되어, 기술적 제약이 설정한 경계를 비틀고 있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일컬어지는 백남준의 작품은 2009년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그의 기록물을 중심에 두고 있다. 11개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검은 화면에 가늘게 빛나는 선이 시간을 나타내듯이 조금씩 다른 각도로 표현된 <T.V. Clock>(1963/81)은 백남준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유사한 작품이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놓인 <T.V.Clock>이 특별한 것은 백남준이 남긴 기록물을 토대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 작품의 최초 버전을 복원하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 외에, 1966년 벨 연구소(Bell Labs)의 레지던스 작가로 그가 초정되어 처음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알게 되면서 시도했던 여러 작업의 기록물과 출력물도 주요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백남준은 벨 연구소에서 초기 포트란(FORT RAN)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보여줬다. 그러므로 백남준의 초기작의 복원과 더불어, 그가 사용했던 포트란 컴퓨터 프로그램과 관련 출력물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Nam June Paik <T.V. Clock> 1965-1979 

12 Channel TV Installation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 Nam June Paik Estate





미술관의 학구적 입장과는 다르게, 관람자는 의미보다는 흥미를 돋우는 작품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관람자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으로는,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타케시 무라타(Takeshi Murata) <Monster Movie>(2005)와 독특한 시각 경험을 제공하는 코타 에자와(Kota Ezawa) <LYAM 3D>(2008)를 들 수 있다. <Mon ster Movie>는 수영장에서 괴물이 올라오는 모습을 담은 B급 영화의 영상이 디지털 영상 출력의 오류에 의해 깨지면서 만들어지는 원색의 사각 픽셀들과 뒤엉켜 움직이는 작품이다. 결함을 작품화한 이 영상은 강렬한 색채의 픽셀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관람자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구성된 입체 안경을 쓰고 영상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LYAM 3D>, 알랭 레네(Alain Resnais)의 걸작 영화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1961)가 이 작업의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단순한 호기심이 관람자를 더 크게 자극한다.


신기한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도 있는데, 카미유 우터백(CamilleUtterback)과 로미 아치트브(Romy Achituv)가 제작한 <Text Rain>(1999), 부키 슈바르츠(Buky Schwartz) <Painted Projections>(1977)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미 2000년에 미디어-시티 서울 2000’ <디지털 앨리스>(서울시립미술관)을 통해 국내에도 선보인 바 있는 <Text Rain>은 관람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품으로, 관람자가 화면 앞에서 움직이는 동안 그 움직임을 화면에 반영하고 센서로 감지하여 움직임 위로 텍스트를 쏟아내어 마치 사람이 텍스트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은 신기한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장 통로에 설치된 <Painted Projections>는 비디오 카메라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CCTV, 더불어 카메라의 시점에서 육면체로 착각하게끔 벽과 바닥에 정밀하게 채색한 검은 기하학적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설치 작품이다. 관람자는 육면체로 착시를 일으키는 검은 기하학적 형상을 통과할 때 CCTV 화면은 마치 검은 입체적 육면체를 통과하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Kota Ezawa <LYAM 3D> 2008 Digital animation(color, silent) 

04:00 minute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 2008 Kota Ezawa 




이 전시에는 관람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도 있는데, 하늘에 있는 구름들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변환하는 <Cloud Music>(1974-79)이나, 실시간으로 바뀌는 키워드를 통해 동일한 시퀀스를 실행하지 않고 비선형적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는 <whiteonwhite:algorithmicnoir>(2010-11)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Watch This!>는 예술과 매체의 다른 높낮이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분위기는 작품을 담는 형식적 특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LED 평면 TV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나 박스형 텔레비전 세트가 우리의 거실을 점령했었다. 전시되는 많은 영상 작품이 지난 시절 거실을 점령했던 구형 텔레비전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미디어 아트라는 초현대적 예술이 급격한 기술 혁명으로 인해 이제 사양길로 접어든 구형 매체에 전시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의 아이러니가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즉 새로운 예술적 시도와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 사이의 어긋남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다. 미디어 아트는 새롭지만, 기술은 진부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Watch This!>전은 올해 9 7일까지 계속된다.




Bill Viola <The Fall into Paradise> 2005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high-definition, color, sound) 09:58 minutes

 Performers: John Hay, Sarah Steben,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 2005 Bill Viola





글쓴이 안진국은 판화와 국어국문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시각예술가이자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미술 전방위 분야에 대한 관심과 그것들을 연결짓는 사유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흥미가 있으며,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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