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념미술의 거장이자 LA 현대미술계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이 대규모 전시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발데사리의 대표작 20여점으로 구성된다. 발데사리는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역할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보다 그 안에 내포된 개념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예술가다. 그는 미술 이론을 구현하거나 미술 자체를 재현하는 기존 회화 문법에 반기를 들고 사진과 원색 도형을 조합하거나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회화들로 개념미술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 왔다. 이후 회화가 더 이상 현대예술의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 그는 1953년부터 13년간 자신이 그린 전통회화를 모두 불태우는데, 화장 프로젝트(Cremation Project)라 불리는 이 의식을 통해 개념미술로의 전환을 선언한 그는 진정한 개념미술계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진,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펼쳐 온 발데사리. 특히 미디어 이미지들의 다양한 변형과 조합을 시도해 언어와 시각, 인식의 문제를 다루며, 그 중에서도 현대인의 몰개성과 획일화 등 미디어가 야기하는 부정적이고 관습적인 인식체계를 고발한다.
<Storyboard(In 4 Parts): Man Carrying Ladder>
2013 캔버스에 바니쉬드 잉크젯 프린트, 아크릴, 유채
191.8×196.9cm Courtesy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Morsels And Snippets: Fillet Steak Marinated In Palo Santo(Guyaiacum) And Mild Garlic In Truffle Oil>과<Storyboard(In 4 Parts): Man Carrying Ladder>는 캔버스를 네 등분해 각각 다른 이미지를 담아내고, 이들이 어떤 조합과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실력파 후학을 양성한 발데사리.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데이비드 살르(David Salle), 셰리 레빈(Sherrie Levine) 등의 대가들을 제자로 두기도 한 그의 시선을 통해, 보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늘 새롭게 탄생하는 개념미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다면? 전시를 찾아가 발데사리의 미학을 만끽해보자. 6월 3일부터 7월 12일까지.
· 문의 PKM 갤러리 02-734-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