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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5, Jun 2015

Tallur L.N._임계점(Threshold)

2015.5.7 – 2015.6.28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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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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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인 사회 속 임계점 



기계의 날카로운 톱이 불꽃을 튀기며 소란스레 돌아간다. 보통 삭막할 정도로 조용한 전시실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일이다. 갤러리를 반쯤 차지하고 있는 의문의 기계에 가까이 다가섰다가 그 웅장함과 갑자기 시작된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친다. 다시 보니 철판으로 된 기다란 톱날이 기계를 통과하며 만드는 소음과 불꽃이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탈루 엘..의 작품들은 가히 획기적이다. 일단 재료부터 독특한데, 나무, , 동물의 뿔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 작품들은 재료 자체가 지닌 순수성과 더불어, 생활에서 사용되며 변화한 의미를 동시에 지니며 자본주의 시대의 모순을 보여준다.  글 도입부에 묘사한 작품은 전시제목이기도 한 <임계점(Threshold)> 으로, 철판과 톱날을 갈아내는 기계로 이루어져있다. 본디 단단한 속성을 지닌 철은 구부러진 형태로 지하 전시실에 어지럽게 걸려있어 공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중심에 위치한 기계는 톱날을 만들어 내야하는 본래 목적 대신 오히려 그것을 무디게 하고 있다. 


작가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소모되는 현재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불꽃을 일으키며 열성적으로 톱날을 갈아내는 기계는 쳇바퀴 돌 듯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텅 트위스터(Tongue Twister)> <임계점>과는 전혀 다른 재료와 형태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입을 벌린 모양으로 조각된 돌과 그 안에 담긴 검은 물, 그리고 혀를 닮은 단도, 세 가지의 이질적인 재료들은 생각과 언어의 대립을 보여준다. ‘생각이 언어화 되는 과정에서 말과 생각의 불일치로 혀가 꼬이는 현상을 의미하는 제목의 이 작품은 사람들이 흔히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묘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하고, 때로는 생각을 숨기고 말을 해야 하는 일상 속 모순에 대한 표현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 시기에 들어맞는다.  





<텅 트위스터> 2014 터키석,  56(h)×150×96cm


 


전시는 지하에서 시작해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며, 지상 층에 설치된 작품들은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의 상황을 반영한다. 두 나라의 문화와 예술적 영감을 받은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듯, 한국적 느낌의 작품으로 구성된 1층과 인도의 색채가 짙은 2층으로 나뉘어있다. 돌을 나무처럼 조각한 1층의 두 작품은 한국 전통의 건축물 복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표면상으론 오래된 나무인 듯 보이지만 나무 느낌이 나도록 세공된 돌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시간의 흔적까지 조작한 작품은 현재의 필요에 의해 재해석된 역사를 의미한다. 역사를 각색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을 철저히 믿어버리는 인간의 나약하고도 순진함을 그려내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모순적 행동양식을 살펴 볼 수 있다. 

 

2층은 다양한 소재들로 만들어졌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담은 비슷한 맥락의 의미를 지닌 작품들로 꾸며졌다. <공기와 짝짓기 (Mating with Air)>는 성스럽게 여겨지는 인간의 종족번식능력과 상스럽다고 여겨지는 자위행위를 동시에 보여줘 관람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맞은편에 위치한 <할랄 1 (Halal 1)>은 도축용 칼과 커다란 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종 밑으로 살짝 보이는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이 마치 삶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한 듯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이번 전시를 통해 탈루 엘..은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모순적 상황을 정확하게 꼬집어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처럼 자신이 주가 되는 삶이 아닌 주어진 삶을 살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전시다.  

 


* <임계점> 2015 혼합재료 1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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