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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6, Jul 2015

허영만_창작의 비밀

2015.4.29 – 2015.7.19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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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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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전시장으로 갈 때는?



본격적인 한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여름이 되면 만화관련 행사들이 북적거리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1995년부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와 각 지역의 만화관련 행사들이 여름방학에 맞춰 어린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 행사들에는 주제전과 기획전 등 다양한 만화 전시들이 꾸며져 있다. 하지만 이들 행사에서 만화전시는 컨퍼런스, 코스프레, 북페어, 사인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국제 행사라는 위상에 걸맞게 해외 유명 작가들 작품과 작가들도 만나볼 수 있는 이 기회는 분명 만화 독자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만화행사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채로움을 만들기 위해 발전해 왔다. 이 말은 만화전시만 놓고 보면 큰 발전은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현재 허영만의 만화들이 전시 중이다. <허영만_창작의 비밀>전이 그것이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창작해 온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어떻게 보여줄까? 굉장히 궁금했다. 전시장 입구는 예전 만화방의 책꽂이를 연상케 하는 설치물에 허영만의 작품들이 연도별로 꽂혀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시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각 공간마다 다양한 만화들을 각양각색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때로는 만화 속의 강렬한 장면을 100호 액자 안에 확대해 놓아, 만화책 속에 갇혀 있는 그림이 사람 실물크기보다 크게 다가온다. 관람객은 상상으로가 아니라 실제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공간에는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한 밑그림들을 벽면 가득히 구성해 놨다. 영화로 제작된 허영만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은 만화와 영화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하고 만화원작이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또 어떤 공간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의 집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굴한 <각시탈> 원고 여러 권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전시장에서 만화작품 자체를 그대로 읽어보는 드문 체험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발길을 잡았던 코너는 작가의 아이디어 노트 메모들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자필로 메모한 쪽지들을 전시장에 넣는 것이 전시이미지로는 큰 모험이었을 텐데 과감하게 한 벽면을 차지했다. 그리고 작가의 현재동향을 알 수 있는 다이어리카툰들도 선보였다.





전시 전경


 



만화는 칸 속에 세상을 넣는 것이다. 작은 칸 안에는 천만대군이 들어가기도 하고 식물 이파리 세포의 움직임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만화가 전시장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다르다. 만화책 독자들의 눈높이는 보는 이의 편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시장은 관객들의 움직임에 맞춰 공간감을 살려야 한다. 만화책의 칸에서 사람의 신체 움직임을 염두에 둬야 하는 전시 공간까지의 변화는 단지 만화 그림을 확대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간의 만화전시는 주로 만화책의 컷 그림을 확대해 배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만화원고들을 약간 보여주면서 인쇄되어 나온 깔끔한 그림들보다 작가들의 수정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원고를 액자에 넣어 보여주는 정도였다. 따라서 전시공간을 통한 소통보다는 만화책을 손에 들고 보는 게 아니라 벽에 붙여서 본다는 정도로 만화전시가 이뤄졌다. 만화책은 시선의 흐름에 따른 배치가 기준이지만 전시장은 관람객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면서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만화책의 내용을 모두 구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만화전시는 작품이나 작가에게서 좀 더 정제되고 미학적인 것을 다뤄야 한다.

 

만화행사가 아니라 미술관에서 한국만화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르코미술관 <고우영>전을 시작으로 2014 <박흥용_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전이 있었다. 이 두 전시는 공공적 기획전시이다. <고우영>전은 작가의 원고를 중심으로 그대로 보여준 전시였고 <박흥용>전은 박흥용의 작품세계에 주목했다. 이번 <허영만>전은 제목과 같이 작가의 창작과정을 친절히 보여주는 것을 무기로 삼았다. 이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유료전시로는 최초로 한국만화 전시를 개최한 것이다. 즉 어느 정도 관람료만큼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이 전시는 전시 공간 연출에 고민한 흔적이 많았다. 보다 전시답게 꾸며진 것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유럽의 인상파 미술과 전시장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시는 정제된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날것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이는 작품 텍스트와 작가연구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미학적 탐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만화가 나아갈 길을 전시장에서 또 한 번 절감하게 됐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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