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간 당신이 나의 TV를 보게 된다면 제발 30분 이상 지켜보길 바란다”라는 백남준의 말을 실현한 전시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은 미술관 재개관 후 처음 선보이는 기획전의 주인공으로 백남준을 조명한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백남준의 영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자세히 파악할 기회로, 전시는 그의 작품을 재조명해 외형뿐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백남준의 영상을 상영하는 것과 동시에 인용구, 사진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작품 안에 비밀코드를 해석해보자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다.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도서와 그가 직접 집필한 책, 그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 200권을 선보인다.
<심플> 1961 사진
여기에 백남준 작품 설명서를 제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한층 더 강화한다. 한편, 총 10회에 걸쳐 백남준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를 통해 작품을 다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들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백남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 관람 포인트다. <호랑이는 살아있다-월금, 첼로>, <보이스 복스(Beuys Vox)> 뿐만 아니라, 대여조건이 까다로운 미국영상자료원(EAI)에서 영상작품과 기록물 8점을 빌려와 상영한다고 하니 찾아가 보자. 전시가 막을 내리는 다음 해 1월 29일은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예술사를 한눈에 살펴봄과 동시에, 심층적인 해석까지 곁들여진 이 전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