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 순간, 예기치 못한 고난과 재난의 상황은 크고 작은 파도처럼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마냥 낙담하기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의 힘을 모으려는 개인과 공동체의 슬기로운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한다. 전시는 단원미술관이 ‘코로나19 긴급예술지원’ 프로그램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제로 신작을 공모했고, 이 중 선정작가 13명과 외부작가 5명(팀)의 작품으로 전시는 꾸려졌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와 현상, 관계의 모습에 주목하는 작품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 멈춤, 차별, 가족, 응원 등을 키워드로 안산의 모습과 현실을 작품에 반영한다. 구수현은 비대면 시대 온라인 전시 범람 속 수고스러움을 안고도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의미를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고의선, 이신아로 구성된 팀 레겔메싷은 ‘코로나 시대의 휴가’를 주제로 한 작품 <레겔메싷투어-2020>(2020)을 내보인다. 급변하는 상황 속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휴가의 기분을 만끽하고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전시장 내에 마련한다.
구수현 <초록신호를 향하여 (노 터치, 예스 커넥트)>
2020 QR코드, 조명, 두 개의 의자, 무선충전벽,
카펫 외 가변 크기 사진: 김기석
최선은 재난의 시대에 더욱 강화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고찰한다. 그의 작품 <나비>(2014)는 인종, 국가, 성별 등에 관계없이 같은 모양의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시킨다. 성왕현의 <DUMMY TOWN>(2020)은 코로나19 ‘감염’과 ‘전파’ 현상에 주목해 이를 빛에 반응하는 도미노의 형상으로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윤주희, 최성균으로 이루어진 컨템포로컬은 재난의 상황 속에서도 뭉쳐야 하는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 내에서 항상 함께하지만 소멸되고 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독감 등 전 인류를 위협하는 사례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고 이것을 극복할 힘과 용기는 자명하게도 인간에게 있다. 우울한 재난의 시대, 다시 돌아올 일상의 힘을 믿는 전시는 10월 8일부터 11월 8일까지.
· 문의 단원미술관 031-48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