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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0, Sep 2016

박한샘_近似點

2016.7.22 – 2016.8.24 송은아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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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문정 미술평론가,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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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의 장소를 향한 토포필리아



박한샘은 섬을 그린다. 작가에게 섬은 특별한 기억과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내는 애착의 대상이다. 이번에는 특히 목섬, 섶섬, 털미섬처럼 사람들이 살지 않는작은 무인도들을 그렸다. 섬과 섬을 둘러싼 신비로운 풍경들은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전달하는 수묵화로 완성되었다. -무인도-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늘과 바다와 닿아 있어 모두를 향해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곳에 인간이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쓸쓸하고 적막하지만 완전한 균형을 지키는 적요(寂寥) 장소는 시공간이 정지된  같은 오묘한 분위기를 전한다.  신비로운 고립성으로 인해 작가가 그려낸 섬은 홀로 완전함을 유지하고 있는 유토피아(utopia) 공간으로 변모한다. 


항상 일정한 거리를   섬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림들은 끝없이 갈구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발을 디딜  없는 이상향, 있을 거라 희망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대한 예찬(禮讚)처럼 보인다. 작가가 관찰할수록, 그려낼수록 섬은 친숙해진다. 그러나 그림을 완성했다 하여 낯섦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섬이 가진 지리적, 심리적 거리로 인해 완벽한 정서적 합일을 느낄 수는 없다. 항상 생각하고 그리워하지만 닿을  없는 꿈같은토포필리아(topophilia) 대상인 것이다. 대담하면서도 압도적인 여백은 이러한 이중적 감성을 더욱 강조하는 동시에 박한샘의 장소가 갖는 의미들을 함축한다. 철저히 비워진 공간 너머에는 어떤 , 어떤 바다, 어떤 하늘이 있을까. 묘한 설렘과 긴장감이 엄습해온다. 가늠할  없는 무한의 영역은 그려낼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상상할  있을 뿐이다. 


박한샘이 그려내는 광활한  공간은 비어있지만 가득  공간이며,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작가적 애착의 공간이다. 그리고  모든 애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비움의 마음이다. 화가의 붓이 닿지 않았다 하여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득 찼다 하여 무언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려내지 않았기에 가득  비움을 얻을  있었다. 그려내지 않았기에 무한의 공간,  나아가 무한의 내면을 담게 되었다. 작가가 한결같이 고집하는 수묵(水墨) 방법 역시 () () 정신을 보여주는 데에 일조한다. 박한샘의 산수화는 그저 자연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회적이고 한정적인 시각적 경험이나 기억을 담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개별의 경험들을초월하는 본질을 담아낸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박한샘의 섬은 그저 하나의 섬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소재 이상의 정서적이고 철학적인 대상, 예술의 원천이며 작가와 세계가 만나 만들어내는 잔잔한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통로이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섬을 관찰하고 꼼꼼히 그려냈지만 그것은 실경(實景) 뛰어넘는다. 진경산수(眞景山水) 그저 실경을 보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박한샘의 산수는 진경(眞境) 담아낸다. <목섬_1>(2015), <섶섬_2>(2016), ‘털미섬시리즈(2015-2016)들은 지리적이고 환경적인 경치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본질,  나아가 경치를 마주한 작가의 인상, 감흥, 내면까지 담아낸다. 이제 박한샘의  그림들은 감각적인 지각의 차원을 뛰어넘는 정신과 감정의 복합적 작용이 일어나는 내적 공간이 된다. 그리고  특별한 공간적 경험이 재현된 작품들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작가와는  다른 자신들만의 내적 세계를 반영하는 새로운 풍경을 응시하고 경험하게 된다. 무한의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진경(眞景) 완성된다.                                              

 

 

* <털미섬_2> 설치전경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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