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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8, May 2017

사막의 샘과 그 샘물을 나누는 방식에 대하여

U.A.E

Sharjah Biennial 13, Tamawuj
2017.3.10-2017.6.12 샤르자, 다카르, 샤르자, 이스탄불, 라말라 및 베이루트 일대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에서 열세 번째 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전시는 베이루트의 전시 및 담론의 공간으로 알려진 아슈칼 알완(Ashkal Alwan)의 디렉터인 크리스틴 토메(Christine Tohme)가 기획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Tamawuj’는 파동, 팽창, 상승 등의 의미를 가지는데, 어느 하나의 뜻으로 간단하게 수렴되는 단어는 아닌 듯했다. 큐레이터는 기획 글에서 그 의미를 “그 자체로 진보이거나 퇴행이 아닌 형태의 변형이다. 에너지, 영양소 및 영감을 전달하며 동시에 침식, 홍수 및 화학 풍화 과정을 위한 매개체이다. 이질성의 운동, 형태이자 에너지이며 물질의 주기적 추적이며 재추적이다”라고 다소 광범위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한국어로 ‘파동’이라고만 하더라도 단어가 가진 중의성이 보인다. 이를 물결의 형태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운동성으로 읽을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이 미치는 영향과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이러한 시적인 함축성을 가진 대주제 아래 네 개의 보다 구체적인 소주제-물, 작물, 땅 그리고 요리-를 제안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샤르자 예술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인 ‘마치 미팅(March Meeting)’과 맞물려 시작되었는데, 여기서 닷새 동안 진행된 토크, 퍼포먼스,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전시된 작품들을 함께 보면서 파동이라는 주제, 그리고 하부의 구체적인 네 개의 소주제들이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 김해주 독립큐레이터 ● 사진 Sharjah Art Foundation 제공

Dineo Seshee Bopape '+/-1791(monument to the haitian revolution 1791)' 2017 Mixed media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Produced by Sharjah Art Foundation Image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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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주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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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샤르자의 중심지에 위치한 샤르자 예술 재단의 공간들과 도시의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튜디오 알 함리야(Al Hamriyah Studios) 등을 포함한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샤르자뿐 아니라 다카르, 이스탄불, 라말라 그리고 베이루트에서 연간 네 차례의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 각 지역은 앞서 언급한 소주제를 하나씩 키워드로 삼아 해당 지역의 상황과 연계한 워크숍, 심포지엄 등을 열어 비엔날레 논의의 지역적 확장을 꾀한다. 그 외에도 비엔날레에 협력하는 연구자들이 함께 꾸리는 웹 기반의 정보 창고인 칩-(chip-ship) 그리고 온라인 저널(tamawuj.org) 등 전시를 넘어서는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다. Desiring institution’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마치 미팅 첫날은 기관들에 대한 질문과 논의로 시작되었다. 


두 번째 날은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토메와 협력 작가, 큐레이터들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대화가 있었고, 세 번째 날의 토크는 다시 기관에 대한 논의로 되돌아와 패널들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대화를 관통하는 것은 주로 미술의 기반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중소 규모 기관을 비평적 공간으로 만들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대하고 한시적으로 일어나는 비엔날레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문제는 전시된 개별 작업들과 비엔날레의 주제와의 연결점에서 점차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간 생활에 기초적인 조건인 물과 작물, 땅과 음식을 주제로 내놓은 것처럼 이 대화는 미술의 생산과 전달의 기반이 되는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비엔날레가 오늘날의 사회 정치적 조건 속에서 예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자 제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을 삶과 예술의 토대에 관해 얘기하는 것으로 던진 것이다. 





Uriel Orlow <various works> 2016 Video, audio,

 photographs, library, publications, posters. Commissioned by 

The Showroom London in association with Parc Saint L.ger, 

Contemporary Art Centre, Pougues-les-Eaux, France; 

Tyneside Cinema, Newcastle upon Tyne. Courtesy of Mor Charpentier Gallery, Paris 

and LaVeronica Gallery, Modica, Italy and the artist. Image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그리고 그 토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생태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전시된 작품들의 면면에서 이와 같은 입장과 관심을 읽을 수 있었는데, 지구온난화와 오염 등의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문제를 환기시키는 환경주의적 입장뿐 아니라 “환경문제가 인간 중심적 태도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지배되거나 착취되는 체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1) 사회생태학적 관점,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명체와의 균형의 문제를 다루는 작업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탈로이 하비니(Taloi Havini)는 파푸아뉴기니의 부카 섬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조개껍데기로 만든 화폐의 형태를 사용했다. 


식민지 정부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이 화폐의 복제품을 섬세한 나선형의 설치로 만들어 토착의 지식과 가치 교환 시스템이 가진 아름다움과 고유성을 환기시킨다. 알로라 & 칼자디야(Allora & Calzadilla) <위대한 침묵(The Great Silence)>(2014)은 코스타리카에 있는 아레시보 관측소의 모습, 그 인근에 사는 앵무새를 촬영한 영상, 그리고 텍스트로 각각 구성된 3채널의 영상 설치이다. SF 소설가인 테드 창(Ted Chiang)이 쓴 이 텍스트는 앵무새의 시점을 빌려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언어와 전통이 상실되는 현상, 인간이 우주에 있는 생명체와의 송수신을 시도하면서도 가까이에 있는 생명체와 소통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알 함리야 스튜디오는 주요 전시장과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장소에 위치해 있다. 향후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사용하기 위해 올해 새로 문을 연 이 단층의 건물은 정적이고 명상적인 관람환경을 제공했다. 이곳에서도 특히 리서치를 기반으로 영상과 자료들을 나열한 우르술라 비에만& 파울로 타베레스(Ursula Bienamm & Paulo Tavares)의 작업이 주제와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Installation view of Donghee Koo at Sharjah Biennale 

13 Image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강이 만나며 풍성한 자연의 보고를 이루는 에콰도르의 한 지역에 대한 리서치인데 특히 이 지역에서 육지와 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정 싸움의 양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라야쿠(Sarayaku) 사람들이 숲 자체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받고자 재판을 벌이는 것은 자연을 이용의 측면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으로서, 과거 그들이 겪어야 했던 식민주의의 경험과 대조되기도 한다. 기후, 환경과 연관된 전시의 주제는 마치 미팅에 포함된 여러 퍼포먼스에서도 제시되었다. 런던의 듀오인 쿠킹 섹션(Cooking Sections)은 사막과 같은 가뭄의 지역에서 성장하는 작물들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면서 개별 작물들의 생태를 설명했다. 


또한, 마리오 가르시아 토레스(Mario García Torres)는 다른 문화와 주체가 만나는 장소로서의 강을 주제로, 여러 자료를 엮어 하나의 에세이를 보는듯한 설치를 만들고 또, 렉쳐 퍼포먼스로 구성했다. 위에 나열한 작품들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전시에서 보여주는 생태적 관점은 지금의 현안에 대해 직접적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제목인 ‘파동’이 제시하는 것처럼 모호하고 은유적인 성격을 안고 있다. 이는 현상에 대한 시적인 해석과 재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자가 시급한 현안에 대해 더욱 직접적으로 문제를 전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비평하는 글도 보였다. 그런 가운데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 <사이다야(누락된 19db)> (2017)는 특정한 예술적 형식을 갖추면서도 소재가 환기하는 이슈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작업으로 눈에 띄었다. 주로 소리와 정치적 사건의 관계를 탐색하는 그는 시리아의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증언에 기반하여 사운드, 비디오 설치를 만들었다. 





Mario García Torres <Five Feet High and Rising> 2017 

Mixed media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mmissioned 

by Sharjah Art Foundation. Courtesy of Jan Mot, Brussels; josegarcia, mx, 

Mexico City/Mérida;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ka Ishii Gallery, 

Tokyo and the artist. Image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죽음으로 처벌될 수 있는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매우 작은 소리에도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한 청력을 갖게 되는 동시에 간수들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로 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작가는 듣는 것이 증언의 기록이 되는 현상에 대해 전하면서 동시에 설치를 통해 이들 ‘청각증인’들이 경험했던 소리 감각의 일부를 관객이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주요 전시장인 알 무레이자 스퀘어(Al Mureijah Square)의 담으로 둘러싸인 야외 공간에 설치된 구동희의 <Way of Replay II(Off Peak)>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십 개의 각기 다른 형태의 구조물 그리고 구조물 내부 곳곳에 배치된 예상하지 못한 사물들의 조합으로 가득한 대규모의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여러 개의 건축물의 복합체로 구성된 알 무레이자 스퀘어의 장소적 특징을 참조로 하고, 이 지역의 기후, 문화, 색감, 거리의 형태 등을 반영하는 요소들과 서울에서 가져온 영상, 사물을 병치하고 있다. 마치 미로처럼 구성된 작품 안의 경험은 지속적으로 다른 관점과 원근의 변화를 유도한다. 계단을 통해 높은 곳에서 부감으로 바라볼 때의 형태가 있다면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할 만큼 작은 사물과 형태들도 있다. 줌인, 줌아웃, 서울의 겨울과 일 년 내내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샤르자가 충돌하는 공간이면서 그 기묘한 조합으로 인해 시각적 경험적 즐거움을 주는 작업이다.비엔날레와 마치 미팅이 오픈한 며칠간은 전 세계에서 많은 미술 관계자가 몰려들면서 어디를 가든지 긴 줄을 서야 하는 분주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전시 개막 닷새째가 되고 거대한 페어인 ‘아트 두바이(Art Dubai)’가 인근 도시에서 개최되면서 관람객들이 빠져버린 조용하고 텅 빈 전시장이 남았다. 






Lawrence Abu Hamdan <Saydnaya(the missing 19db)> 

2017 Sound, mixing desk, light-box 

Dimensions variable Commissioned by Sharjah Art Foundation 

Courtesy of the artist Image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거리에는 대부분 남성들만이 활보하는 이슬람 문화의 국가, 그리고 외국인을 대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역시 이주 노동자인 이곳의 특수한 상황들을 보면서 지난 5일간의 논의가 무색한 예술과 일상의 분리가 남았다. 전시의 구성은 안정적이었고, 훌륭한 프로덕션에 좋은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상황이 여전히 미술의 세계 안에서만 갇혀 있는 것은 어디서나 유사해 보인다. 기획자는 이러한 비엔날레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웹 플랫폼과 다른 중동의 지역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한 것 아닐까 싶다. 중동 지역 전반을 두고 볼 때 취약한 제도적 기반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하는 것, 전시의 기본적 트랙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엔날레가 하나의 휘발성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활동을 위한 인프라를 촉진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가 설정한 또 하나의 목표 지점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샘이 있는 곳의 물을 주변으로 퍼 나르는 것 같다고 할까? 이를 통해 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현실과 사회를 논의할 때의 허무함을 극복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의 개별 작업이 사회적 주제를 실질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은유적이며, 형식적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나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은유와 형식이야말로 액티비즘과 달리 전시와 작품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고, 또한 그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형식이 다를 뿐 전달되는 메시지의 강도에 있어서 어느 것이 더욱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샤르자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전시라는 매체와 현대예술과 그 대안적 신념 체계와 관련하여 예술 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구체적인 미션의 활동이 갖고 있는 각각의 특징을 감안하여 그것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방식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실행한 것이라 본다.  

 

[각주]

1) 그렉 개러드 『생태비평』 강규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p.49

 


글쓴이 김해주는 신체, 시간, 움직임, 기억과 그 기록방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거나 글을 쓰고 있다. <무빙 / 이미지>(2016), <안무사회>(2015), <Once is not enough>(2014), <Memorial Park>(2013) 등의 전시 및 퍼포먼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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