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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4, Nov 2017

로라 오웬스
Laura Owens

그림이라는 유리천장을 부순 붓

“나는 나의 예술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또한 역시 회화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싫다.” 지난 20여 년 동안 회화로 현대미술계에서 승부를 본 로라 오웬스(Laura Owens)가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그림은 안목 있는 관람객들을 필수로 한다. 그래야 수동적으로 읽히는 그림에서 벗어나 그 해석의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개념주의(Conceptualism)가 성행하기 시작했을 때 “회화는 죽었다”고 대부분의 비평가가 선언했다. 그 이후로 화가들은 회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인만의 해답을 찾아 내놓기 시작했다. 더는 전통적인 붓질만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설치, 뉴미디어, 비디오, 조각 등 다른 장르의 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음을 화가들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로라 오웬스 역시 초기 작품에서부터 근작까지 변화의 흐름을 통해 고뇌를 드러내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작가의 영민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이런 그가 걸어온 올곧은 작가의 길을 뉴욕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 정송 기자 ● 사진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공

'Untitled' 2015 Acrylic, oil, vinyl paint, and screenprinting inks on linen 108×84in. Collection Agnés and Edward Lee ⓒ Laura Ow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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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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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뮤지엄에서의 개인전’이란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에서 이미 로라 오웬스의 작가적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바로 이전에 열렸던 회고전이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전시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미술사에서 오웬스 역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미술계의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한결같이 이렇게 얘기한다. 회화의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넘으려 하는 용감한 작가라고. 명성에 걸맞게 그는 처음부터 작품이 걸리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그림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지속해왔다. 그의 초기작은 회화의 추상적 부분을 강조한다. 


환상적인 주제, 낙서 같은 이미지와 일상적인 재료들을 가져다 적절히 섞어 완성한 작품은 벽과 바닥에 펼쳐졌다. 미술사에 대한 지식은 작업의 레퍼런스로, 그리고 그 작업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단단한 뼈대로써 활용된다. 지식을 베이스로 놓고 그 위에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 꿈, 혹은 기억들로 살을 붙인다. 비록 오웬스는 그림에 그 이야기를 직접 드러내지 않아 그가 하려는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읽어내기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작품을 보면서 유추해보고, 더 나아가 각자의 이야기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 





<Untitled> 2004 Acrylic and oil on linen 66×66in. 

Collection of Nina Moore  Laura Owens




작가는 하나의 주제에만 골몰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통일된 ‘주제’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캔버스에 막힘없이 풀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오가면서 또 현실이 아닌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오웬스의 작품은 루소의 그림들보다 더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더욱 현실감 없이 표현된다. 그의 1996년 작품 가운데 하나인 <Untitled>에서 회화 장르에서 주로 이뤄지는 대상에 대한 모호한 묘사와 그것이 전시되는 갤러리와 여타 스페이스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갤러리 공간에 걸리는 그림을 그린 것인지, 아니면 밤하늘을 투영하는 창문을 만든 것인지 모를 만큼 판타지 같은 화면을 연출한 그는 그림이 꼭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보는 이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작품이 감상하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그들의 감상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서 그 서사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 바로 로라 오웬스 작품의 강점이다.





<Untitled> 2006 Acrylic and oil on linen 

29 1/4×21 1/4in. Collection Florence and

 Philippe Ségalot, New York  Laura Owens 




이렇듯 현대미술계에서 도태되었다 여겨지는 회화라는 장르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2000년대에 들어와 작업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에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이 화폭에 담겼다면, 그는 점점 형태를 갖춘 것들을 덜어내기 시작했으며, 더 두껍고 부표하는 듯한 추상적 이미지들을 차용했다. “표면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모든 예술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새로운 시도를 두고 오웬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화면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바늘’을 꺼내 들었다. 작가는 바늘과 실로 화면에 자수(Embroidery)를 놓고 그것으로 ‘밋밋한’ 캔버스 표면에 입체감과 움직임을 추가했다. 특히 <Untitled>(2011)에서 볼 수 있듯이 페인팅과 자수를 한 화면에 구사하는 것이 이 새로운 시도의 특징이다. 





<Untitled> 2015 Acrylic, oil, vinyl paint, and screenprinting 

inks on linen 108×84in. Collection Agnés and 

Edward Lee  Laura Owens 




원래는 붓이 그은 선과 점이어야 할 것들을 다채로운 색으로 수 놓았으며, 그 주변에 있는 얇은 물감의 흔적이 바로 그 바느질로 대체된 부분 역시 ‘그림’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오웬스는 신문이나 포스터 등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을 가져와 디지털화하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존 회화가 ‘손’으로 그려졌던 것에 반(反)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디지털 회화를 선보이는 것이다. 또 단순히 ‘그린다’는 행위를 넘어 실크스크린, 석고 가루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점점 ‘만든다’에 가까운 작업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2014년과 2015년에 작업한 ‘Untitled’ 시리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휘트니 뮤지엄 전시에 출품된 <Untitled>(2014)를 살펴보면 사용한 재료들만 15가지가 넘는다. 잉크, 실크스크린 잉크, 비닐 페인트, 아크릴릭, 유화, 파스텔, 종이. 여기까지는 ‘회화’에서 사용되는 재료를 한꺼번에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 이어지는 재료들은 나무판, 스티커, 실, 보드, 리넨과 접착제, 그리고 폴리에스터로, 회화적 요소라 생각하기 다소 어려운 것들이 하나의 작품에 혼합되어 있다. 또 <Untitled>(2015)의 근간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의 오래된 신문기사로, 리넨 위에 스크린 잉크를 사용해서 작업하고 그 위에 아크릴릭, 오일, 비닐 페인트를 얹어서 완성했다. 또 다른 <Untitled>(2014)에서는 ‘Paws Off’라는 창턱을 보호하는 제품을 선전하는 웹사이트의 광고물을 베이스로 작업했다. 그 위에 그림자로 파인 붓 자국을 내어 깊이를 더하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뒤섞어 버렸다.




<Untitled>(Detail) 2014 Ink, silkscreen ink, vinyl paint, acrylic,

 oil, pastel, paper, wood, solvent transfers, stickers, 

handmade paper, thread, board, and glue on linen and 

polyester, five parts 138 1/8×106 1/2×2 5/8in. overall.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urchase with

 funds from Jonathan Sobel 2014.281a-e  Laura Owens





‘Paws Off(손대지 마라)’라는 의미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그의 손이 붓질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한 견해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 형태의 변화에도 작가는 여전히 자신을 ‘회화 작가’라고 소개한다. 그림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지만,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 공예, 팝아트, 그리고 기술까지 접목해서 회화란 무엇인지 작가만의 정의를 새로이 정립했다. 손과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고, 실크스크린과 브러쉬를 동시에 다루며, 웹사이트에서 합성 배열 색들까지 추출해 골고루 한 화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작품은 작가의 지성을 비롯해 마음 그리고 유머까지 함의한다. 하지만 작가가 과거의 작품부터 꾸준히 이어오는 기조는 바로 꿈 혹은 환상이다. 





<Untitled> 2006  Acrylic and oil on linen, 56×40in. 

Charlotte Feng Ford Collection  Laura Owens





그는 사람들에게 충격이나 혐오감을 야기하거나 또는 해석 불가능한 그림은 지양한다. 따라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색감과 재치 있는 화면 구성이 오웬스의 시그니처다. 이처럼 그가 처음부터 지속해온 꿈과 환상을 연상시키는 작업은 자수, 포토샵 등이 활용된 근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개념주의가 팽배한 현대미술에서 로라 오웬스는 저만치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 개념주의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회화라는 영역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을 뿐이다. 처음에는 미술사를 통해 후기 인상파부터 일본 영화까지 살펴보며 회화란 무엇인지를 고민해온 작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충분히 회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숙련한 후에 지속해서 그 경계에 부딪히며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를 뛰어 넘어버렸다. 구성과 묘사와 같이 회화사에서 답습되어 온 것들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로라 오웬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좀 더 복잡한 층위의 의미를 함유하며, 우리에게도 현대미술에서 도대체 회화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로라 오웬스

Laura Owens Courtesy the artist;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Rome; Sadie Coles HQ, London; 

and Galerie Gisela Capitain, Cologne 

 



작가 로라 오웬스는 1970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1992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순수예술학사 학위를, 캘리포니아 예술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베를린에 위치한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에서 <Studio 246>전을 선보인 후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중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11 10일부터 내년 2 4일까지 휘트니 뮤지엄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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