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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이상조
Lee Sangcho

구도하는 자세로 삶과 예술을 말하다

2014년 11월 우진문화공간에서 봤던 이상조의 개인전은 특별했다. 대부분 삶의 주변에서 발견된 사물의 이미지들을 흑백 사진으로 찍어 44×44㎝ 크기로 확대, 재단하는 과정에서 객관화, 개체화시키는 작업들이었다. 크게는 41장의 사진이 조합된 작품이 되기도 하고 사진 한 장에 그와 상관없는 개념들이 짝을 이뤄 전시되기도 했다. 그것들은 명상적이고 사유적이며 개념적이고 직접적이었다. 사진에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표지판, 호밋자루, 사천왕상, 성당, 가맥집 테이블 등이 같은 단위로 놓여지며 그러한 정서는 곧 우리의 일상적인 무심함과 낯설음 또는 특별함이 두서없이 배열되는 형태와 비슷하다. 나는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라고 명명된 대작에서 감명 받아 '제1회 아시아현대미술전' 참여 작가로 그를 초청한바 있다. 이상조는 늘 구도인(求道人)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산악인으로 국내외의 유명한 산들을 등반해온 것도 이색적이지만 20여 년 산을 그려왔던 이력도 그렇다. 그는 산을 묘사하려고 하지 않고 산 자체가 느껴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돌가루를 두텁게 바르면서 육중하게 살아있는 산 자체를 표현하려 애를 썼다.
● 장석원 미술평론가 ● 사진 작가 제공

'지혜의 근원' 전시 전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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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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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악산 등정기를 써달라는 잡지사의 청탁을 받고 저녁을 먹은 늦은 시간에 수왕사 쪽으로 올라 산중 정자의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자면서 새벽에 염불소리, 멀리서부터 ‘쿵! ! ! ~~’ 소리를 내며 오르는 사람들 기척 소리에 깨어 그것들을 마치 임신한 엄마의 양수 속에서 노는 생명의 소리로 느꼈다고 기술했던 적이 있다. 그는 산이건 바다이건 자연 속에서 무한한 영감을 받는다아버지가 사진가였기에 그도 그 영향을 받았다. 그는 곧잘 카메라를 메고 이미지 채집에 나서곤 한다. 찍힌 이미지들은 일정한 틀로 단위화 되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진에 의한 개념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가 산 자체를 표현하려고 했듯이 사진 작업 역시 대상을 미술 언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그를 통해 삶 자체를 말하려고 한다. 그가 말하려는 삶은 리얼리즘적 서술이 아니라 삶의 박제화, 다시 말해서 이미지를 통한 객관화, 그리고 언어적 사유를 가미시켜 통찰이 깃든 명상적인 ‘어떤 것’으로 바꾸려 한다. 그 ‘어떤 것’은 자신과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하는 예술적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늘 기도와 명상과 객관화를 추구한다.




<산을 향하여> 2011 혼합재료 60.6×72.7cm




어느 날 한 밤중 꿈에 큰소리가 나서 깨었는데, 그는 그것을 잊혀진 순교지를 찾아가서 사진으로 작품화시키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사진에 완주군 비봉면의 천호성지, 이서면의 초남이 성지 등의 순교지가 등장하는 것은 그런 계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더불어 설치되는 항목 중에는 벽에 돌출되어 반복적으로 현시되는 성모마리아상, 전시실 중심에 곧잘 놓이는 기도대 등이다. 그리고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개념들, ‘낮, , 남자, 여자, 곡식, 별’ 등 16개의 언어를 개별화해서 드러나 보이도록 배열한다. 평범하지 않게 조명에 의해 그림자까지 드러나게 설치된 여러 개의 성모마리아상, 그리고 그가 침실에 두고 사용해온 기도대를 전시장 중심에 들고 나온 의미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일반적 미술 언어로 해독할 수 없는 기도와 명상적인 것을 그대로 미술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매우 강렬한 작의(作意)가 느껴진다. 그는 명상적이지만 도전적인 작가 의식을 견지하며 구도인으로서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2014 잉크젯 프린팅 44×44cm(41) 

 



울진에서 해벽을 타기 위해 갔다가 새벽 파도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그것을 영상으로 담아 수십 장의 스틸 컷으로 뽑아 벽에 배열하고 2분이 채 안되는 그 영상을 재현하는 전시 <지혜의 근원>에서도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가 담겨 있다. 그는 바다를 지혜의 근원으로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섭리를 그렇게 추상해 보았다. 이상조는 곧 정년을 앞두고 있다. 교수로서 또 작가로서 걸어온 길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는 전주권의 미술 세계를 넘어 상상력이 허용하는 크나큰 자기 세계를 추구해 왔지만, 정년 이후의 삶과 작업은 더욱 절실하게 자기를 표현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산 작업실에서 17여 년을 견지해온 것처럼 그는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드러내면서 예술적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 것으로 기대된다어릴 적 만화 캐릭터 칠성이 같은 것을 잘 그려 막연하게 미술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그는 개성이 강한 사진작가 아버지를 두었다. 그의 성격이 오히려 소심하고 사유적이 된 데에는 상대적으로 어머니의 성격을 더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홍익대에 응시하고 싶었지만 그는 직접적으로 아버지에게 말 못하고, 열린 문 틈 사이로 응시 원서를 밀어 넣어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이게 뭐냐?” 하더니 “그렇게 해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불허할 줄 알았던 미대 지원이 단 한 마디로 결정된 것이다.




<산을 향하여> 1998 혼합재료 193.9×390.9cm





그는 어릴적부터 어머니를 따라서 성당에 다녔다. 그의 정신적 기반은 이로부터 안정적으로 형성되었다. 경건하고 정결한 정신성을 추구하며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가 노출된다. 그가 그린 인수봉 작업도 판화지에 감광액을 바르고 인수봉 이미지와 현대미술의 각종 몸짓과 역사성, 산에 대한 애정 등이 피력되어 있다. 그는 산을 좋아해서 2003-2007년에 ‘익스트림 라이더 등산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매년 두차례씩 24명의 학생들을 훈련시켜 세계적 산을 등정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직접 오른 산도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 인도 쪽 히말라야 탈레이 사가르를 포함 3번이다. 그가 그린 20여 년의 산 그림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아 잘 팔렸다. 그러나 그는 내성에서 우러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팔려 간다는 데 대한 반발도 겸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수집한 피사체들을 개념성과 더불어 작품화 시켜 나갔다2001년 아내가 뇌일혈로 쓰러졌다. 그 후 17년째가 되는 오늘까지 아내는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도전도, 2006년 이후 짓고 들어간 고산 작업실에서의 은거 생활도 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 가야 했다. 작업실에서 그는 개 3마리를 키운다. .





<그 알 수 없는 사랑>(부분) 2017




전주 시내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도 개밥을 주기 위하여 들어가는 그는 애견으로부터 느끼는 정을 필요로 한다. 이층 침실에서 사용하던 기도대를 개인전 전시장으로 들고 나온 그에겐 생활과 예술이 별개의 것이 아니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그 기도대에 무릎 꿇고 기도한다는 그의 정신성은 삶의 성찰이 곧 기도이고 예술과 상통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울진 해안가에서 들었던 파도 소리를 실감시키기 위해 파도치는 장면을 수십 개의 컷으로 배열할 때 일부러 서서히 오르내리게 한 것도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섭리? 있다고 믿으면 있고 무시하면 없어지는 그것이 우리 정신 세계의 키워드이다. 그가 앞으로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채취해서 우리들 앞으로 끌고 올지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아니면 다시 좋아하던 산 그림을 새로운 느낌으로 펼쳐내게 될지도 기대된다. 작가의 마음은 자유롭고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으므로 좋다. 작가 그 자신도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지나간 궤적은 밤하늘의 별똥별처럼 특별한 자취를 남기게 된다. 그 궤적으로 사랑받는 작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조




작가 이상조는 1952년 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서울전주일본 도쿄에서 26차례 개인전을 선보인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85 청년작가전>,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의 '2회 아시아현대미술전'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전주 전북도립미술관의 '아시아현대미술전'  4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한 바 있다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육성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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