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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8, Nov 2019

예술 복원

Art Conservation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의 새로움은 옛것이 되고, 형태는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관리와 보존을 통해 그 시간을 늦출 수는 있겠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이를 처음처럼 되살려낼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처받은 예술의 치유와 부활의 기술인 복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예술계에선 주로 ‘복원’이라는 뜻의 ‘conservation’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존, 복원 등 그 용어가 편의에 따라 골라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21세기 예술작품 보존·복원의 필요성을 톺아보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원론을 되짚어 본다. ● 기획·진행 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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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 건국대교수/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 조자현 대표/미팅룸 보존복원 디렉터, 임성진 MMCA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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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Ⅰ

왜 미술작품을 복원하는가_김겸

 

SPECIAL FEATURE 

21세기 보존복원의 힘, 기록하고 예방하여 보존하라_조자현

 

SPECIAL FEATURE 

미술품을 위한 종합병원을 꿈꾸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_임성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Lady With An Ermine> Photo credit: NMK Photography Studio



 

Special Feature 

왜 미술작품을 복원하는가_김겸


왜 손상된 미술 작품을 복원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미술 작품 보존 현장에서 20년 이상 몸담으며 손상된 미술 작품을 치료하지 않거나 그 의지조차 없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기에 한 번쯤 가져볼 만한 의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존복원 일을 하며 주로 쿠리에(Courrier: 작품이 외부 전시 등을 위해 여행을 하게 될 경우 작품의 상태 및 관리에 책임을 지고 동행하는 사람)로서 여러 나라의 미술관을 방문하며 느낀 점은 소위 문화 선진국에 전시된 작품은 작품 자체의 상태뿐 아니라 액자나 포장 상태가 무척 좋은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나라일수록 작품 상태 역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화교류 차원에서 방글라데시 국립박물관 직원들을 위한 보존 교육 연수를 위해 수도 다카에 일주일간 머문 적이 있었다. 미술관을 겸하고 있는 박물관 전시실에는 방글라데시 국민 화가 자이눌 아베딘(Zainul Abedin)의 기념전시실을 중심으로 근현대 대표작가의 유화와 드로잉,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든 작품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으며 평면 작품의 액자와 스트레처(캔버스 후면 액자틀)는 대부분 파손되어 있고 캔버스는 늘어져 있으며 물감이 떨어져 있거나 관람객에 의한 볼펜 낙서가 가득했다. 상태조사 후 박물관 직원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 준 것은 볼펜 낙서를 지우는 법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볼 수 있었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20세기 초 유화 작품은 자이눌의 작품보다 훨씬 오래된 것임에도 마치 며칠 전 그린 작품처럼 말끔하다. 아니, 이보다 더 오래된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이나 뒤러(Albrecht Dürer)의 판화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 모두 세월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말끔한 모습임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텐데, 이는 보존복원가들에 의해 정기적인 상태 점검 후 클리닝, 캔버스 장력 조정, 스트레처 교체나 바니시 작업 등을 꾸준히 받아왔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작품을 건강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관리하는 것일까? 그들이 여러 활동을 통해 지키고 싶은 것은 바로 작품의가치이다. 조형예술 작품의 가치는 온전히 감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완전한 외형에서 비롯된다.




<현충사기록화복원> 이미지 제공: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작품 일부분이 떨어져 있거나 액자 유리에 먼지나 곰팡이 얼룩이 보이고 액자 금박이 벗겨지거나 이음새가 벌어져 있는 작품을 마주한다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픈 정보에 온전히 집중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작품은 한두 페이지가 찢겨 나간 서적이 책으로서 가치를 잃은 것과도 같다. 미술 작품을 보존한다는 것은 눈에 띄는 손상뿐만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외형의 변화를 관찰하고 유지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벨기에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Fernand Khnopf)는 유리와 같이 투명하고 반짝이는 표면을 통해 형태 이면의 초월적이며 정신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외형이 깨끗이 관리되었어도 표면 광택이 조금이라도 저하되면 우리는 온전히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작가의 의도를 느낄 기회조차도 잃게 된다. 광택의 변화 같은 것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관리된다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유기물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의한 것이므로 적극적인 복원 행위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지켜내기가 어렵다. 유화 물감 자체가 기름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이므로 어떤 작품이든 20-30년이 지나면 비누화와 가수분해라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유화 본연의 광택을 잃고 물감에 따라서는 분말처럼 변하거나 안료와 분리되어 표면에서 누렇게 뭉치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우리는 광택을 잃고 뿌옇게 탁해진 우리나라 근대 유화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일반인들 눈에는 그것이 변화나 손상으로조차 인식되지 못하므로 보존복원 전문가에 의해 뒤샹이나 고흐의 명화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보존하고 복원하여 지키고 유지하려는 대상은 작품이라는 물질에 담긴 가치이다. 작가가 창작하여 남긴 의도와 역사를 통해 부여되고 공유되어 온 유산을 온전히 우리 후세에게 물려주려면완전한 외형에 깃들어 있는미술 작품의 가치를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이사 중에 생긴 물리적 충격으로 찢어지고 구멍이 난 유화작품의 복원을 의뢰한 어느 사립미술관 관장님이 작품을 보낸 얼마 후 전화를 걸어왔다. 복원하면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질문이 불합리한 까닭은 구멍 난 유화 작품은 전시도, 판매도 힘들기에 복원 후와 비교할 가치 자체를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시되어 감상이 목적인 조형예술작품이 손상되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모든 가치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잘 복원되어 전시와 감상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그 가치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 복원이 잘못되어 이전의 손상이 다른 형태의 손상으로 보이게 되었다면 그 가치는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The Last Supper>  1495-1498 Tempera, levkas 4.6×8.8m After the restoration completed in 1999; 

in Santa Maria delle Crazie, Milan, Italy © Renata Sedmakova 

 



대부분의 미술 작품은 유일무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원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의 가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작품인데 여러 개의 에디션이 있고 그중 하나가 손상된 것이라면, 손상되지 않은 작품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하나인 경우가 많다. 경험상 복원을 의뢰하며 복원 전후 가치 변화에 대한 질문은 대부분 작품 가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추후에 작품을 팔려고 내놓았을 때 복원 여부가 작품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유족이나 작품 자체에 애정이 깊은 소장자 혹은 공공기관 소장품의 복원을 진행할 때에 복원 후 가치를 물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중한 작품이 다치고, 병이 들어 치료하는데 그 이상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물론 상품으로서 작품의 교환적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세태는 오로지 재화적 가치만으로 작품이나 예술성마저 평가하려는 것 같아 꽤 염려스럽다. 한국에서 미술을 즐기는 행위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소위 문화선진국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마음에 드는 미술 작품을 열심히 모은 돈으로 구입하거나 무명작가의 작은 소품을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 방안에 걸어두는 문화가 적지 않다. 애정이 깊은 소장품이라 남들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손상되면 근처 복원연구소를 찾는다. 선진국에서는 작은 마을에도 복원 공방들이 존재하며 운영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The Gates of Hell> 1880-circa 1890 

Bronze H. 635cm; W. 400cm; D. 85cm S.1304 outdoors at Musée Rodin © Page Light Studios 

 



미술사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구석기시대 동굴벽화가 등장하며 고대 문명의 상형문자와 인간들이 남긴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새겨진 벽화는 기록물인 동시에 예술품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들이 남긴 내용만큼이나 조형하는 인간그 자체 역시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요즘 우리 사회는 조형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보다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과 효율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듯하다. 붓끝에 마음을 담아 한 획에 실어내는 느린 시간조차 더 많이 일하고 공부하기 위해쉬어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거나, 이마저 누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예술은 정말 쓸모없어 보인다. 특히 추상미술 같은 것은 무의미하고 부조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여기에 아주 높은 값어치를 매기기도 하니 더더욱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논리를 이토록 중시하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왜 이리도 부조리할까? 우리는 알면서도 실수하고 끊임없이 후회하며, 자신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매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을 직면하는 것은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우리 인간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 부조리를 잘 들여다보고 끄집어내어 살펴보면서 우리는 일상의 한계를 넘어서며 성장하게 된다. 인간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는 대표적인 문화 행위가 축제와 예술이다.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나 제례 의식이 축제, 예술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The Drunken Satyr> undergoes conservation work at the Getty Villa <Drunken Satyr> st century BC – 1st century AD, Roman. Bronze 

H: 137cm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 Reproduced by agreement with the Ministry of Cultural Assets 

and Activities and Tourism.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Naples – Restoration Office © J. Paul Getty Museum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두렵고 피하고 싶은 부조리함이 바로 인간 실존의 모습이며, 이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결과물의 정수가 예술작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보지 않는 사회는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외면하는 사회가 아닐까? 소위 문화선진국은 예술이나 축제문화가 발달해 있고, 그곳에서 예술가나 예술작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예술을 단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취미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 덕분에 우리는 인간과 인간의 역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수치로 평가되는 경제 성장을 넘어 긴 역사 속에서 번영할 길을 찾으려면 나무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박아올린 마르셀 뒤샹의 행위와 그 행위에 왜 인류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와 집단이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평가하고 합의한 미술 작품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개인에게 가치라는 의식이 자발적으로 우러나올 때 체험하게 되는 정서적 느낌을애착이라 할 수 있다. 애착을 가지는 물건에 대해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심하고, 자주 살펴보고, 이상이 발견되면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다가 어떻게든 빨리 바로 잡으려 애쓰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착을 느끼는 대상 중 하나로 승용차를 꼽을 수 있겠다. 반짝이는 승용차를 열심히 세차하고 코팅하거나, 범퍼가 조금 긁히기라도 한다면 자동차 복원 공방을 찾는다. 그 결과 우리 주위에서 자동차 복원, 코팅 공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 복원 공방은 전국에 다섯 손가락을 꼽을 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소장자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이 승용차만큼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번쩍이는 최고급 승용차에 낡고 손상된 작품을 싣고 연구소를 찾은 소장자가 승용차의 긁힌 표면 복원비 정도의 가격에도 놀라서 아픈 작품을 다시 싣고 돌아가는 경험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왜 미술 작품을 복원하는가라는 질문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왜 미술 작품이라는 물건에 거대한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관한 것이며, 결국은 인간 자신과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 가치가 온전히 체화된다면 작품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질 것이며 소중한 물건을 잘 보존하려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글쓴이 김겸은 홍익대 미술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사 석사를 마친 후 일본 동북예술공과대학 고전조각수복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영국 링컨 유니버시티 입체물 보존복원 석사를 마치고 다시 지난 2014년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팀 총괄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 회화보존학과 겸임교수이자 김겸미술품보존 연구소 대표로 로댕, 이브 클라인, 마르셀 뒤샹, 백남준, 권진규 등 다수의 작품 보존복원 작업을 맡은 바 있다.

 



<Winged Victory of Samothrace> BC 190 Parian marble 244cm (96in) Louvre Museum © Muratart 




Special Feature 

21세기 보존복원의 힘, 기록하고 예방하여 보존하라

조자현 제나아트컨서베이션 대표, 미팅룸 작품보존복원 디렉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는 그가 남긴 약 20점의 유화작품 중 하나로 지금까지 진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10월 다빈치 서거 500주년 기념전시를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하는데 문제의 이 작품을 대여 받을 수 있을 것인가는 큰 이슈였다. 이 작품의 보존처리와 광학적 분석을 맡았던 뉴욕대학교 회화보존학과 교수인 다이앤 드와이어 모데스티니(Dianne Dwyer Modestini)는 작품의 진위의 여부를 막론하고 그가 분석하였던 사진들과 보존처리 내용들을 기록하여 직접 제작한 사이트에 공유했다. 이처럼컨서베이터*(conservator)’의 임무는 작품의 가치 여부를 떠나 본인이 맡은 작품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보존전문가의 보존 대상인 미술품 즉, 문화유산의 가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다른 대상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미술사가이자 문화재 보존사업에도 힘쓴 알로리스 리글(Alois Riegl)이 언급한 것처럼, 문화재란 중요한 시대를 기록하는 역사적 가치, 한 문명의 미학을 반영하는 양식을 창조하는 예술적 가치, 시간의 흔적을 자신의 물질성 속에 기록하는 연령 가치, 인류의 사용 흔적을 자신의 물질성 속에 기록하는 사용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귀중한 미술품을 어떻게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는 전세계 국가와 정부의 공통적인 관심사이며 중요한 책임을 임무하기 위한 대상이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Primavera> c.1480 Tempera grassa on wood 207×319cm © Le Gallerie Degli Uffizi, Florence, Italy   

 

 


서양의 보존복원의 흐름: How→Why?


서양의 보존 역사는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이후 전리품들을 어떻게 복원하고 보존할 것인가부터 시작하여 점차 반성과 재고를 거쳐 왜 보존처리를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의식과 함께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보존에 있어 윤리 규범은 문화재, 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보존과 생존을 위하여 문화유산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의 역량과도 연관되며 보존에 대한 근본 원칙과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보조 바퀴 역할을 한다. 서양의 문화재에 대한 보존의 필요성과 보존 윤리는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부터 미국 보존가협회(AIC)를 시초로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와 유럽의 협회 출현과 함께 각국 사례에 맞는 보존윤리규범이 마련되었다. 1967년에 만들어진 국제박물관협회 산하 보존 협회(ICOM-CC: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Committee for Conservation)를 시작으로 각국에 보존 관련 협회들이 출연하고 그 이후 197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미술품 보존과 보존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대학교를 설립하였다. 2008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정기학회에서 컨서베이터가 반드시 지녀야 할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컨서베이션에 관한 모든 용어들을 통용화하고자 해결책을 제시하여, 이를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발표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보존전문분야에서 전문가들 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와 대중의 혼돈을 줄이기 위해서이다대부분의 협회에서 컨서베이터의 전문성 강조와 함께 각국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점은 컨서베이터가 대상물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의식의 변화이다. 이에 맞게 전문적인 기술과 연구를 바탕으로 모든 작업은 기록하되 반드시 지식과 기술의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갖추려 노력하는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보존 관련 지식의 질적 보강, 국내외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와의 협력, 비상 대책 마련 등을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하는데 주력한다. 이는 조화로운 학제 간 연구, 즉 작품을 둘러싼 모든 관련 전문가들과 협업해 최상의 보존처리를 계획하고 결과를 이끌어 예방보존(Preventive Conservation)에 힘쓸 수 있기 때문이다.




Painting from Castle Broekhuizen in Leersum: treatment of the back before application of 

the lining canvas using the ‘Mist lining’ technique. Photo: Stichting Restauratie Atelier Limburg © J. Paul Getty Museum




이처럼 국제적으로 협회 간의 노력과 소통, 용어의 통일 등은 오늘날 서양의 미술품과 문화유산의 보존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의 중요 소장품 중 하나이며 연작인아를의 반 고흐의 방을 대상으로 네덜란드를 포함하여 국적을 막론하고 각국에 소장된 연작의 작품을 대상으로 다양한 나라의 유수한 보존 관련 학교와 협회, 관련 전문직 종사자(아키비스트, 컨서베이터, 보존과학자, 미술사학자, 기술자 등)들이 함께 작품을 연구, 기록하며 공유하고 세상에 다시 널리 알리며 후대까지 보존하고 있다. 여기서 논하는 내용은 단순히 보존처리 방법과 결과 보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연구와 일련의 과정들과 시행착오, 그에 따라 발생하는 중요한 기록들, 연구의 실효율성 그리고 반성과 비판에 대한 공유이고 이러한 공유는 새로운 과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한편 주요 협회 이외에 미술품 보존에 있어 주목할만한 기관이며 활발하게 의미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보존연구소(GCI: Getty Conservation Institiute)이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보존과학자인 톰 러너(Tom Learner)가 현대미술보존과학 파트의 수장이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동시에 ICOM-CC에서 근현대미술의 재료분과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그를 주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워크숍, 보존 관련 출판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게티보존연구소는 흥미롭게도 현대미술의 다양한 영역, 입체, 회화, 벽화, 미디어 아트 뿐 아니라 각국의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나 지점들도 보존되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실례로 최근에임스하우스의 보존에 관한 전략과 계획(Eames House Conservation Management Plan)’, ‘르 코르뷔지에의 3개의 미술관: 미술관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워크숍(Le Corbusier’s Three Museums: A Workshop on Their Care and Conservation)’ 등이 그 예이다. 게티보존연구소에서 다루는 모든 프로젝트는 예방 보존의 방법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귀중한 미술품이나 장소를 보존 처리하기에 앞서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제반적 요소들의 이해하고 검토 및 연구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여 출판해 공유하는데 바로 이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작품이 훼손되는 사고와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음에 주목하는 학문이며 보존처리의 여부는 그다음 문제이다. 작품을어떻게복원하느냐보다복원하는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시대는 보존 윤리, 예방 보존의 역할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Ceiling of the Sistine Chapel> 1503-1512 Michelangelo completed the first half of the Ceiling, t

hat is from the entrance wall to the Creation of Eve, in August 1510. The work must have been completed by 31 October 1512, 

as the Pope celebrated Mass in the Chapel on 1 November © Musei Vaticani, Vatican City Image provided by Shutterstock 

 

 


원동력은 도큐멘테이션, 보존은과정이고기록이며 공유이다.


작품을 보존 처리하기에 앞서 컨서베이터는 작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부터 참고 도서 및 2차 기록, 작가나 작품에 대한 보존 이력 및 연구 논문까지 살피고 이를 토대로 참고하여 보존처리 계획을 세우는 데 살펴볼 기록이나 데이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동료 간의 토론 없이 독단적으로 보존 처리한 작품은 어떻게 될까? 귀중한 문화재와 미술 작품들이 현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기록과 자료들이 현세까지 남아있어 그 가치를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런던의 국립미술관(The National Gallery)에서 1977년부터 매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테크니컬 블로틴(Technical Bulletin)」은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에 대한 작가의 재료와 기법 연구, 또한 광학적 촬영조사에 대한 기록과 연구를 보존 과학적 관점에서 다룬 연구를 모은 책으로 컨서베이터, 미술사학자, 미술애호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관의 보존과학장인 아쇽로이(Ashok Roy)가 소장품을 보존 처리하기 이전 선행되어야 할 연구들에 대한 자료집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진위감정의 여부를 떠나서 하나의 문화재로 여기며 연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후대에는 중요한 정보가 되며 컨서베이터에게는 작품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또한 진위감정에도 참고자료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소속 아카이브에는 일례로, 이우환 작품 구입하기 전 당시 보존가와 작가의 서신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화방 정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의도와 재료에 대한 명확한 정보에 대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유용하다. 그뿐만 아니라 테이트 모던은 대부분 작품 구매 시 작가와 나눈 서신과 자료들을 함께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행해오고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Rijkmuseum)의 경우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서거 350주년을 맞이하여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꾼(Night Warch)>의 대대적인 보존처리를 위해 그동안 연구하였던 흥미로운 미술사적 기록과 보존과학 내용을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유하고 있다. 특히야경꾼의 수술(Operation Night Watch)’란 제목으로 미술관에서 주기적으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하여 대중에게 보여주며 가치 있는 문화유산의 보존처리가 진행되기 전 선행되는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그동안 보존복원 파트에서 연구한 자료들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렘브란트의 작품을 다시 해외로 알리는 홍보 역할을 하며 동시에 전문가들에게 렘브란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을 넓혀준다코톨트 아트 인스티튜트(Courtauld Art Institute of Art)의 교수이자 유명한 회화 보존전문가 아비바 번스톡(Aviva Burnstock)이 언급한 것처럼이제 우리는 더 많이 알고, 그래서 더 적은 일을 한다(Now we know much more, and so we do much less).” 시사하는 바는 보존이라는 이름 하에 철저한 계획과 문서에 대한 기록, 그리고 과정 없이 행해지는 일들이 오히려 원본을 해치고 있을 수도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일침이다.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하여 연구하고 알아갈수록, 작품 보존처리는최소한의 개입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조치만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Paul Ackroyd restoring Anthony van Dyck's <Equestrian Portrait of Charles I> 

© The National Gallery, London © The National Gallery, London © The J. 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국내 현황과 희망적인 행보를 위한 제언


감쪽같이 해주세요.” 보존 처리를 맡을 때면 종종 듣는 말이다. 자신의 소중한 미술품을 맡기는 의뢰자가 미술품 보존전문가가 맞는지, 보존에 쓰이는 재료가 무엇인지,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의심 없이 결과를 우선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또한, 국내에서 보존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작품 보존의 현장은 어두컴컴한 밀실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며 마술처럼 감쪽같이 복원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작품의 보존 세계는 철저하게 과학적이며 이론적이며 시각예술에 대한 가장 이성적인 접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미술품 보존 분야에 있어 의료직처럼 컨서베이터의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유럽보다 우리나라는 이에 따른 이해가 부족하며 경계도 모호하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피부과 치료를 받지 않는 것처럼, 미술품 보존 분야에서도 작품을 이루는 물질, 즉 물성별로 세부 전공이 나뉜다. 한 가지 분야의 물성을 다 이해하고 수용하기도 벅차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국공립 미술관 보존전문가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와 전문성에 대한 검토 그에 따른 제반적인 요소를 확충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전문직업인으로서 갖추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 업무 종사자들의 직업에 대한 이해와 태도, 전문성 검토하여 그 수준을 일정 부분 표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람의 생명이 의사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미술품, 문화재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미술품 보존, 복원에 대한 용어와 개념 정리를 통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공용화되어야 하며 미술품 보존에 있어서 서로 다른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각 전문가 집단의 원활한 소통과 법적인 합의 아래 미술품, 즉 인류의 정체성의 산물인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공동의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카이브 사업이나 보존 관련 사업은 문화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진위감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진정한 연구의 결과들의 축척과 공유가 투명하게 선순환구조가 이루어졌을 경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현재 국가는 진위감정에만 혈안이 되어있는데 장기적인 계획 없이는 이뤄질 수 있는 부분임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올해 긍정적인 작은 움직임으로 국내에서 현대미술품을 위한 네트워킹 국제협회, 한국지역협회(INCCA(International Network for the Conservation of Contemporary Art Korea))가 설립되었는데 이 단체는 영미, 유럽에서 미술품 보존학사, 석사학위를 이수한 한국의 보존가들이 필요성을 주장하여 INCCA 본부에 검토를 거쳐 새롭게 생성된 컨서베이터들의 단체이며 현대미술과 작가의 재료, 기법 등을 이슈로 삼고 있다. 앞으로도 미술사가, 아키비스트, 보존과학자, 작가 등 다양한 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여름 제1회 작가들과 함께 재료와 기법에 대해 콘퍼런스를 개최하여 소통하는 데 힘을 썼다. 이러한 조화로운 학제 간의 소통과 열린 자세, 공유의 문화, 작은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기를 바라본다. 특히 내년에는 국제 박물관협회 산하 국제보존협회에서 19번째 학회를 중국에서 개최한다. 국내에서도 관련 종사자들이 굳건히 화합하여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의 유수한 문화재를 알릴 수 있는 학회의 주최지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글쓴이 조자현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에서 회화 보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품 보존, 복원을 키워드로 작가의 재료와 기법을 보존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보존을 올바르게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이는 보존과학실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Special Feature 

미술품을 위한 종합병원을 꿈꾸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

임성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들어가며

지난해 12월 말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개관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는 전시, 수장, 교육 등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미술관의 주요 기능 이외에도 미술품 보존과학 기능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술관에 있어 보존과학(Conservation Science)의 역할은 손상된 미술품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며 또한 적정 온습도, 조도 관리 등 안정적인 보존환경을 조성하여 소중한 미술 문화유산을 후대까지 온전히 전승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보존과학 분야는 1980년 양화수복실을 시작으로 1986년 과천관 개관과 함께 지류, 유화 보존처리, 조각 보존처리(2005), 과학분석(2007) 등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2012년 서울관 개관과 함께 지류, 조각 보존처리 전문 인력의 추가 증원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과 함께 그동안 갖추어지지 못했던 뉴미디어, 사진 보존처리 및 유기물 분석 분야가 신설되어 전문 인력과 관련 시설을 구축하게 되었다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 분야의 주요 업무로는 먼저, 소장품에 대한 보존처리 및 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에서 이루어지는 연평균 약 30여 회의 전시 출품작품에 대한 상태조사와 응급처리를 통한 안정적 전시 지원에 있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약 20여 회의 전시지원을 통해 9,000점의 상태조사를 수행하였다. 올해 전시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보존처리 사례로서, 작가 사후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작품의 발굴을 통해 과천관에서 6월에 개최되었고 현재 대구미술관에 순회 전시 중인 <탄생 100주년 기념: 곽인식> 회고전이 있다. 미술관 역대 전시 중 최다 작품인 48점을 6개월간 집중적인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출품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다음으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시대별 사용 미술 재료의 변천 과정 및 작품 분석에 기초한 작가별 제작 기법 고찰을 위한 보존과학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있다. 지금까지 현재 국내외로 시판되고 있는 미술 재료들 중 우선하여 10개사의 500여 개의 유화 물감과 전통 물감을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작품 분석의 경우, 소장 중인 오지호 화백의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유화작품 40점을 대상으로 시기별 사용 유화물감의 재료적 특성과 작가의 제작 기법을 고찰한 것을 주요 사례로 들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유화 작품 보존처리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미술 작품의 보존처리 및 과학 분석 방법


미술 작품의 보존에 있어 분야별 사용 재료, 제작 기법 및 작가의 의도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이해는 처리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또한, 문화재와 비교하여 복합적인 재료가 한 작품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에 분야별 협업이 요구되며, 플라스틱, 합성 인공 안료 등 현대 산업 발전에 따라 개발된 새로운 재료의 사용에 따른 명확한 이해도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 보존처리에 앞서 손상 원인과 그 메커니즘의 규명을 위한 다양한 과학적 조사는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보존처리에 있어 요구되는 전문성 이외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보존 윤리적 관점이다. 앞으로 더욱 나은 보존재료의 개발을 고려하여 작품에 손상 없이 처리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보존처리자가 작품에 개입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또한 그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처리 등 문화재 보존 분야에 있어가역성’, ‘판별 가능성’, ‘적합성’, ‘최소한의 개입 4원칙으로 불리고 있는 개념은 미술품 보존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한다국립현대미술관 보존 분야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분야별로 보존처리를 수행하고 있다. 그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분야 및 대상 작품의 상태에 따라 세부적인 처리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다섯 과정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1과정은 처리 전 상태조사이다. 육안 관찰, 사진 촬영 및 필요시 광학현미경 등 전문 과학 장비 등을 활용하여 처리 대상 작품의 현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상태조사서가 작성되며, 모든 보존처리는 이에 기초해 진행된다. 두 번째 과정은 클리닝 과정으로, 작품 표면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을 건식·습식 방법을 통해 제거하는 과정이다. 지류, 유화, 조각 등 다양한 재질적 특성과 작품이 있던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작품에 발생한 모든 오염물질을 반드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손상을 주지 않고 작품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안정화 및 보강 과정이다. 보존처리 대상 작품은 대부분 열화가 진행되어 매우 물리적·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이에 화면 페이싱, 물감층 안정화 등의 과정 없이 바로 처리에 들어가게 되면 도리어 작품에 추가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네 번째로 실제적인 보존처리에 해당하는 손상부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지류 작품에서는 결실부 메움, 배접, 색 맞춤, 조각 작품의 접합 작업 등이 이 과정에 해당한다. 마지막 과정으로 이러한 처리를 거친 이후 처리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처리 보고서에는 처리 후 사진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대상 작품에 행해진 상세한 보존처리 과정과 사용된 재료와 방법 및 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여 작성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작품 보존처리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우리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전 진행하는 다양한 검사에 해당하는 미술 작품에 대한 과학 분석은 크게광학 분석성분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광학 분석은 자연광을 이용한 영상 현미경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이용하여 밑그림, 이전 보존처리 흔적 등 작품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성분 분석은 무기 분석과 유기 분석으로 구분되며,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규명을 목적으로 실시된다. 미술 작품 분석에 활용되는 주요 무기 분석법으로는 X-선 형광분석기(XRF), X-선 회절분석기(XRD) 등이 있으며, 유기 분석법으로는 적외선 분광분석기(FT-IR), 라만 분광분석(Raman)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과 미술품 종합병원


1969년 개관 이래 꾸준히 작품을 수집해온 국립현대미술관은 수장고가 포화상태로 불가피하게 외부의 민간 수장고를 임차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주시는 청주 구도심에 방치되고 있었던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였고, 7년의 노력 끝에 2018 12 27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개관하게 되었다. 설계 당시부터 동아시아 최초의 미술품 종합병원을 목표로 계획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효율적인 공간 운영을 위해 크게 보존처리, 과학분석, 보존환경, 연구지원 등 4개 영역과 지류, 유화, 조각, 뉴미디어, 사진, 과학분석 등 15개 세부공간으로 구성하여 1층부터 5층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중량의 대형작품이 많은 조각작품 보존처리실은 안전상의 이유로 조각작품 수장고 및 하역장과 인접한 1층에 배치하였으며, 그 옆에 다양한 분야와 재질의 대형작품 보존처리를 위한 별도의 대형작품 보존처리실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지류, 유화, 뉴미디어, 사진 작품 보존처리실 등은 작품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작품의 안정성 확보 등 효율적이고 원활한 보존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2-4층에 각각 배치하였다.



() 곽인식 <Work 65-5-2> 보존처리 전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곽인식 <Work 65-5-2> 보존처리 후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분야별 시설에는 전문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고려가 반영되어 있다. 지류 보존처리실의 경우, 보존처리 공간과 습식세척을 위한 클리닝 공간으로 크게 구분하였으며, 유화 보존처리실은 약품 처리 등을 위한 별도의 바니시룸을 마련해 보존처리자의 안전을 배려하였다. 뉴미디어실은 용량이 큰 전기장비의 활용을 위한 충분한 전력시설을 확보하였으며, 영상 및 음향 작품으로 인한 소음 발생을 방지하고자 공간 전체를 차음벽으로 차폐하였다. 작품과 미술 재료의 과학적 조사연구를 위한 무기물 및 유기물 분석실은 X-선 형광분석기, X-선 회절분석기, 라만 등 첨단의 다양한 분석 장비를 배치하여 활용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개방공유’, ‘소통을 운영 콘셉트로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보존과학실은 그동안 일반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미술관 직원들에게도 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보안 구역이었으나, 개관과 함께 이러한 보안 구역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미술관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보존이란 무엇이고, 우리의 소중한 미술 문화유산이 어떻게 보존되고 관리되는가를 관람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 건물 3층에 소재한 유화 보존처리실과 과학분석실을보이는 보존과학실(Open Conservation Studio)’로 운영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방형 수장고 전경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가·공공·민간의 중요 미술작품을 보존하다


국내 미술관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는 220여 개의 공·사립 미술관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예산, 인력, 시설 등의 문제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보존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국의 국··사립 미술관 중 관내에 보존과학 부서를 갖추고 있는 기관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만이 유일하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의 공·사립 미술관의 중요 소장 미술품에 대한 보존 지원업무를 확대·강화하여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올 2월에작품 보존 규정을 신설하여 공공·민간 미술관의 보존 서비스 제공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보존지원 사업을 위해 2017년부터 공·사립 미술관 관계자 등과 지속해서 만남의 자리를 이어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사립 미술관 보존지원 사업을 확대 운영하게 되었다. 현재 공·사립 미술관 보존지원 사업은 17개 기관의 41점의 미술품이 접수되어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실사 그리고 3차 최종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최종심사에서 선정된 작품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존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단계별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보존처리 지원 사업 이외에도 중요 미술품에 대한과학분석 데이터베이스 구축’, ‘보존 컨설팅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사립 미술관으로부터 요구가 많았던보존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도 준비하여 올해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보존 교육은 응급처치 및 상태조사 등 현장실무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운영할 계획이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개관을 통해 보존과학 분야 또한 질적 양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앞으로 중요 문화자산이 될 국가 미술품의 종합적인 보존체계도 새롭게 정비하고, 그동안 한정된 공·사립 미술관 보존처리 지원 사업도 확대 개편함으로써 다양한 공적 서비스를 강화해 우리 미술 문화 발전과 전승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노력 등을 통해 국내 유일의 미술품 종합병원이자 동아시아 미술품 보존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써 나가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팀


현재 지류, 유화, 조각, 뉴미디어, 사진 작품 보존처리와 과학 분석, 3관 전시지원 등 분야별 27명의 보존 전문 인력이 미술품 보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글쓴이 임성진은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예술대학교 보존과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팀장으로, 청주관 개관 시 총괄간사 및 보존시설, 전문 장비 구축 등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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