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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2, Mar 2015

최민화_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2015.1.28 – 2015.2.7 나무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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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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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인의 낭만 



동시대인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를 호명하는 일도 재미없고, 현재를 무엇으로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조차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시절에서는 더욱 그렇다. 회한 없이 지난 사건들을 돌이켜 보는 행위란 과학자나 역사가의 몫일 터이고, 낭만주의적 예술가의 몫은 회한에 가득 차 기록되지 않는 무엇을 돌아보는 것일 수 있다. 최민화처럼 역사주의적 관점을 가진 동시대 예술가 되기란 어쩌면 동시대에 쉽지도 않거니와,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최민화의 작품집 『분홍』이 발간됐고, 이를 기념해 에스키스 전시가 열렸다. 최민화는 민중미술 흐름의 중심에 있던 작가로서 작품집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1990년대 후반까지 분홍 연작이 주로 실려 있으며, 전시에는 그 작품들의 에스키스들이 전시됐다. 그의 40여년 작품 활동이 분홍 연작을 중심으로 정리된 일이라 하겠다. 




 <하얀 기타> 1994 캔버스에 유채 145.5×112.1cm

 



하양과 빨강 사이의 수많은 단계, 그 어느 지점에 본인이 겪은 일을 회한에 가득 차 투사했던 분홍 연작. 사실적 세계관에 낭만적 관계를 삽입해 커다란 낙차를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부조화를 분홍색 스펙트럼 안에서 표현한 연작. 작가는 분홍은 색채의 승리라 말하며 이 과정을 10여 년간 반복했다. 연작 안에는 그가 겪어낸 당대의 시대상이 몇 가지 범주로 나뉘어 담겨 있는데, 대표적으로 (얼치기) 부랑아들이 있다. 그들은 군부독재시대와 상관없는 듯 태연자약한 모습을 취한다. 가령 기타를 들고 들판에 앉아 있거나 담배를 나눠 피는 상황인데, 이는 그가 직접 목격한 당대 청년들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분홍 연작에는 이뿐만 아니라 콜라주시켜 디오라마를 만드는가 하면, 때론 시대의 전체를 보여주는 듯한 르포사진 전체를 분홍색으로 메우기도 하며 시종일관 왜곡된 시선을 고수한다. 

 

외부 조건으로부터 내부 반란이 일어날 때에 이성의 규율은 무너지고 보다 자유로운 관점이 태동한다는 의견(괴테)에 동의한다면, 예술가라는 이들의 왜곡된 시각은 이해된다. 실제 세계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내적 차원으로의 환상적 도피는 낭만주의 미학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이 맞거나 맞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낭만주의의 개인이 반성적 개인, 세상의 증거가 되는 개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 역사주의적 관점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게 역사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늘 고수하고자 했던 기제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분홍-양아치> 1993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그 전부터 그는 회한에 차 있던 것 같다. 가령 2008년 개인전 <20세기 회화의 추억>에서는 돌아보기만을 반복하는가 싶더니, 2010년 개인전 <청춘-프롤로그>에서는 자못 교조적 관점으로 바뀐 듯 보인다. 최민화의 작품이 줄곧 지녀온 문학적 수사가 부랑이라면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회색청춘 연작은 당대의 청년들이 그림 안에서 취한 모습이란 질풍노도가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당대의 청년상이 그렇다 할지라도 혁명 직후 세대의 실상에 작가가 질풍노도만을 대입했다는 것,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건 슬픈 일이다. 동시대인이거나 (역사주의적) 낭만주의적 예술가의 면모를 보였던 그가 당대의 청년들을 자유로운 익명으로 보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고 부자유스런 개인으로 표현한 것은 누구의, 무엇의 탓일까. 드문드문 새로운 듯 같은 궤적을 이어가고 있는 최민화의 다음 개인전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중간 해답을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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