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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3, Apr 2015

김주현_나선연구

2015.3.12 – 2015.5.15 갤러리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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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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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위상기하학으로  



몇 해 전 상대성 이론’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이론 해설서를 읽은 적이 있다. “알기 쉬운 상대성 이론 대충 이런 식의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0세기 초에 발표된 상대성 이론이 왜 그토록 유명하며, 어떤 식으로 우주 공간에 대한 그간의 통념을 전복시켰는지를 설명하는 책이었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상대성 이론이 20세기 인류문명에 가져온 혁신과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친절한 해설서로도 도대체 그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도면을 그려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의 우주 공간에 대한 추정은 무척 아름다웠다. 어렴풋이 감지한 것은 우주 공간이 x, y, z 축의 교차에 의한 좌표 공간이 아니라 불규칙한 곡면과 응축 확장을 거듭하는 유기체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수학에 무지한인 필자로서는 그 수학적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수학과 물리학, 천체물리학의 학자들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우주 공간을 가늠하며 각종 가설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이론적 추정을 구체적인 도면과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 그래픽의 아름다움과 모형과 샘플을 제안하는 학자들의 상상력은 수학에 무지한인 독자한테도 무한 호기심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토록 아름답고 흥미로운 수학을 그토록 무미건조한 『수학 정석』으로 지탱해온 나의 청소년기가 분하고 한심스러웠다.  




<나선연구> 전시전경 2015 갤러리 시몬  

 



오래전부터 수학적 방식으로 작업해온 김주현은 최근 유클리드 기학학에서 위상기하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방이 막힌 갤러리 시몬의 전시장은 검은 우주 공간에 유비되었고, 동선으로 연결한 작은 led 전구들은 회전하고 휘어지고 연장되는 나선형구조물로 우주 공간에 펼쳐져 있는 천체를 가시화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작은 led 전구들의 나선형 구조들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화려한 영상미보다 훨씬 아름답고 구체적이었는데, 수학적 추론의 과정이 손에 잡히는 구조물로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격한 수학적 법칙과 수평선과 수직선 교차하는 그리드는 오랫동안 유클리드 기하학의 전제였고, 그것이 응축하고 회전하는 나선형 공간일 수 있다는 추정은 이제 우주 공간에 대한 해석과 그 속의 작은 행성 지구상에 사는 인간의 삶을 대하는 관점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3차원의 확고부동한 공간인식에서 4차원은 가늠하기 힘든 것이었는데, 앞선 책의 저자 중 한사람은 2차원에 존재하는 점과 선은 3차원의 입방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들어 독자의 난감함을 위로했다. 그렇다. 우주 공간이 그리드일 리가 없고, 유클리드 기하학의 3차원적 공간으로 펼쳐질 거라는 전제는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물리학의 이론들과 우주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오랜 해석이 수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나 그리드와 3차원적 수학적 해석을 전제로 한 추상미술의 지적 토대는 회전하고 선회하는 유기체적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여분의 차원>



 

영화 <인터스텔라>의 화려한 영상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 신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주 공간을 수학적 질서와 음악적 화성으로 설명하는 서구 철학의 오랜 전제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었다. 다중의 차원으로 회전하는 나선형 형태에 대한 김주현의 오랜 매료와 그것을 무수한 계측과 수공 노동으로 가시화시킨 이번 작품은 <인터스텔라>의 화려한 영상미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상적인 오프닝 신을 닮았다. 나선형을 하나로 묶어줄 토러스 도형을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연결하여 회로의 붉을 밝히는 순간으로 입증했다는 김주현의 작가노트는 그가 수학적 작업에 골몰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위상기하학으로 공간에 대한 해석은 변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삶을 엮는 일정한 법칙이며 종국에 그것이 구체적인 관계맺음으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수학의 공식은 복잡한 다중적 상념을 요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삶을 이어가는 구체적인 법칙과 그것이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관계의 증명에 있고, 김주현은 오랜 시간 그것의 입증하는데, 즉 시각적으로 가시화하는데 천착하고 있다.    



* <여분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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