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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3, Apr 2015

우국원_Keep Breathing

2015.3.12 – 2015.4.10 살롱드에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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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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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그리는 삶에 대한 알레고리 



장 그르니에(Jean Grenier)는 작품 『고양이 물루』에서 동물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운을 뗀다. 생물로서 대자연과 접촉하며 고요한 정지와 날렵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동물의 일상을 관찰한 결과다. 그런데 우국원의 작품 속 동물은 조금 다르다. 그의 거의 모든 캔버스에는 동물이 등장하지만 민첩한 도약의 순간도, 도약을 위한 짐승들의 숨고르기 시간도 없다. 화면 속 동물은 보다 인간의 동작과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 주변에 갈겨쓴 텍스트는 무언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하다. 바로 이것이 우국원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화.  

 

우국원은 지금까지 네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회화를 소개해왔다. 그의 회화에는 우화, 동화,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물들이 늘 전면에 등장했고 인간과 대면하거나 소통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최근 살롱드에이치에서 열린 개인전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과 흘려 쓴 텍스트가 중점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국원의 회화를 우화, 어린 아이의 낙서, 순수성의 세계와 같은 수식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신작에서 거칠고 두터운 붓질 아래로 정돈된 직선적 배경은 화면 구성의 밀도와 공간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그림 속 텍스트의 근간이 되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서신, 『돈키호테』의 모티프는 문학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이는 우화적 메시지보다 문학에서 체현된 삶의 진실과 허구, 즉 현실적 삶의 감각에 접근하는 작가의 태도가 아닐까.  




<I Was Born To Love You> 

2015 캔버스에 유채 162×260.6cm

 



그렇다고 우국원 작품에서 문학적 차용이 작품을 이해하는 어떠한 직접적이거나 분명한 주제를 적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의 구절들은 알아보기 힘든, 마치 자동기술적인 드로잉처럼 회화적 선으로 풀려있다. 그의 작품은 우화와 문학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거기에는 그것을 뛰어넘는 주관적 시선과 의식의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낭만과 상상적 충동과 더불어 때로는 현실에 대한 의식적 저항과 부조리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두 가지 세계의 충돌은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듯 작품에 전반적으로 드러난다. 양립 불가능한 이성과 본능, 합리와 모순, 어른과 아이, 실재와 환상, 지식과 미지의 세계가 우국원의 회화에서 서로 맞닥뜨린다. <I was born to love you>에서는 생명의 탄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적 상상과 과학적 지식이 캔버스의 종과 횡을 가로지르며 회화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Sign of The Time> 2015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우국원의 충돌의 세계에서는 무지와 상상의 영역이 우위를 점한 듯하다. <Ignorance is bliss>는 세상의 지식을 구체적인/추상적인, 단순한/복잡한 네 가지로 구획하여 구분하며 제목에서 암시하듯 지식과 이론을 조롱한다. <Sancho Panza>에서는 말한다. 돈키호테의 불행은 그의 상상이 아닌 산초 판자라고. 원작에서 돈키호테의 광기 넘치는 망상과 이상은 숱한 사건에 부닥치며 산초를 통해 현실화된다. 하지만 우국원은 현실에서 패배자가 아닌 모험을 불사한, 인식과 도덕관념에서 해방된 돈키호테를 부각시킨다. 이것이 그의 회화를 논리적 구조가 아닌 상상과 감각으로 먼저 접근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회화는 혼돈과 무질서의 구성,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언어, 원초적이지만 삶에 대한 성찰이 중첩하는 모순된 공간이다. 삶에 대한 상투적이고 작위적인 판타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감각을 부정하지 않는 가운데 이성과 논리로 무장된 삶의 태도, 인간을 구별 짓는 관습적 차별, 개념적 이해로 둔갑한 현대미술에 대한 모습을 노정한다. 이것이 바로 우국원의 우화가 그리는 삶에 대한 알레고리다. 

 


*<Sign of The Time> 2015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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