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이 화이트큐브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공간에 개인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두 개의 영상작업 <오래된 미래 #01>과 <오래된 미래 #02>로 구성되는데, 작품은 각각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장한종의 <책가도발폭병풍>에 현대인의 삶을 반영해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초충도>와 <책가도발폭병풍> 등 조선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의 순결하고 곧은 정신이 녹아든 작품을 바탕으로 작가는 쥐가 갉아먹어 썩은 수박과 최신 문물이 배치된 책장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옛 정신을 이어받지 못한 채 퇴락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서 찾도록 훈련된 현실을 비판하는 그는 ‘오래된 미래’라는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를 자신의 실존에서부터 찾으라 역설한다.
<오래된 미래 #01> 2016
혼합재료, 전광판 900×1,900cm
두 작품은 서울 시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광화문사거리 전광판에 전시된다. 쌍방향 소통이 불가능하며 대중들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비판의식을 수용하지 않는 전광판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사뭇 폭력적인 요소를 지닌 이 매체를 이용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키며, 이를 바라보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며 마음속에 존재하는 진짜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선사한다. 미술관에 들어서지 않아도, 길을 걸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박민 전시를 통해 나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