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시장의 내일이 되어줄까

‘KIAF(이하 키아프)’가 지난달 그 모습을 드러내 하반기 미술계 대미를 장식했다. 올 상반기 다사다난했던 미술계의 영향이 이어진 것인지, 관람객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총 매출이 지난해 18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235억 원으로 크게 올라, 위축되어있던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만은분명해 보인다. 이번 매출 향상은 ‘아시아 최대 아트마켓’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주변국 미술시장의 약진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던 ‘키아프’에게도, 국내미술계에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람객 반응도 뜨거웠다. 인스타그램(Instagram) 해시태그에 ‘키아프’를 검색해보면 일반인들과 수많은 연예인이 마치 ‘트렌드세팅’을 하듯 ‘키아프’ 방문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미술을 통해 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이려는 표면적인 관심일지 몰라도 ‘키아프’의방향이 긍정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올해는 해외 주요 미술계 인사들도 대거 방문했다고 하니,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키아프’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 미술행사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해 11개국 182개 갤러리가 참여한 것에 비해 줄어든 16개국 170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행사의 질을 높였다고 ‘키아프’ 측은자부했다. 실제로 단색화에서 벗어나 눈길이 머무는 작품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행사장 전반적으로 색채가 다채로워졌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의 도입을 시도한 흔적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요소들을 끌어다 놓은 듯한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큰 변화가 없었다. 분명 작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한국 아트마켓의 고리타분한 굴레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아직 희미해 보였다. 

행사 전경

시선을 끄는 작품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관람의 흐름의 끌고갈 수 있을 만한 작품이 연이어 보이지는 않았던 점, 이렇다 할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을 받지만 행사에 참여하는 작품의 질 보다는 동선의 구성 등 다소 일차원적인 면에서의 개선이 돋보인 것 아닌가 싶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탁 트인 통로와 널찍한 부스, 한결 간편해진 동선에서 관람객과 참여 화랑을 향한 배려와 시장통 같은 분위기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고 확실히 나아진 공간구성에 분위기 자체가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작품의 질을 통한 근본적인 수준 끌어올리기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하지않을까. 이번 ‘키아프’는 과거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을 초대한 것에 이어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각국의 특색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는 목적으로 매년 주빈국을선정해오고 있는데 행사장을 직접 둘러보면 주빈국 선정 자체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의미 있는 국가를 선정해 국내에 익숙지 않은 갤러리와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취지이지만 실제로 관람객에게 그 다양성이 얼마나 소개되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11개갤러리가 참여했다고 하는데 행사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내지도에도 주빈국에 대한 눈에 띄는 표시는 없었을뿐더러,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참여 갤러리의부스도 놓치고 지나가기에 십상이었다. 국내에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려는 의도라면 일부 컬렉터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과도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조금 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키아프’가 해를 거듭할수록 발돋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남는다. 하지만 작게나마 변화를 시도하는 전시가 미술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