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12, Jan 2016
새로운 시대의 환경을 마주하는 우리들의 자세
France
Climats Artificiels
2015.10.4-2016.2.28 파리, 에스파스 파운데이션 EDF
지난해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1)가 시작되었다. 150여 개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를 불과 보름 앞두고 파리 한복판에서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두렵고 참혹하기만 했던 테러의 충격과 슬픔이 가신지 얼마 채 되지도 않아 초대형 국제회의를 준비해야만 했던 파리의 시내는 그 어느 때보다 부산스러웠다. 테러 직후 들이닥친 혼란 속에서 프랑스 정부는 집회와 시위를 일체 금지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이르렀다. 하지만 환경과 전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 프랑스인들의 열망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잃은 상실감 속에서도,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국가비상사태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기후협약체결을 염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와중에 무력충돌사태도 벌어졌다. 집회가 뻔히 금지된 상황에서 환경운동가들과 파리시민들이 거리행진을 계획대로 진행한 탓에 경찰들과 무력충돌을 빚은 것이다. 사건 다음날이 되어서야 파리는 잠잠해졌다. 그 이후, 파리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그 어떤 행진도 집회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리행진을 위해 인파로 넘쳐났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조차 사람들은 자취를 감췄다. 공허하고 넓디넓은 광장을 대신 가득 메운 것은 수만 켤레의 신발이었다. 운동화, 구두, 부츠, 샌들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경찰의 강력진압과 시위금지에 저항하는, 지구환경보존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보낸 최후의 메시지였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발걸음’이라는 의미가 담긴 수만 켤레의 신발들 속에 맴도는 침묵. 이 침묵은 그 어떤 소리보다 굵고 크게 울려 퍼졌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Cecile Beau et Nicolas Montgermont 'Sillage' 2012-2015 Courtesy Galerie 22,48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