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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6, Nov 2023

2023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2023.9.15 - 2023.9.19 곡성군 동화정원 및 곡성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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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발 예술연구소 육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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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시장, 공원에서 무경계, 혼용, 협업의 실험예술


실험예술은 물렁물렁한 유동성의 예술이다. 유동한다는 것은 어떠한 형상으로의 변환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실험예술은 완결이나 종결 없이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항시 ‘새로운 눈’을 지향하는 멈추지 않는 바퀴다. 이러한 ‘실험예술’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2002년 시작된 ‘한국실험예술제’는 행위예술을 기반으로 출발하였다. 이 전위적 정신을 가진 행위예술의 바탕 위에 온갖 예술 장르의 실험적 공연들을 함께 묶어냈다. 각 공연 자체가 실험적이기도 했지만, 공연 장소, 공연 형식, 프로그램 구성을 다른 어떤 예술제와도 다르고 신선한 것이고자 노력해 왔다.


그래서 실험예술제에서의 실험예술은 기존 관습과 전통예술에 대한 저항정신을 바탕에 깔고, 탈물질, 무경계, 혼용과 융합성, 즉흥성, 우연성, 일시성, 현장성이라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이번 예술제는 백일홍이 피어 있는 10만 평의 정원에서 15일과 16일 ‘아트로드쇼’를, 소와 염소가 있는 축사에서 17일 ‘가축들을 위한 축사 콘서트’를, 기차마을 전통시장에서 18일 ‘시장 활력 충전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공연 장소나 프로그램을 보면 이 예술제가 예술가는 물론 관람객과의 경계 없는 넘나듦과 이타적 관점의 예술제를 지향함을 알 수 있다. 예술 장르 간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고 스며들며 어울리는 실험예술제의 특성이 이번에도 여전히 발현되었다.



기예르모(Guillermo)
퍼포먼스 전경 사진: 한상일



무용가, 시인, 행위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을 발표하고, 구음과 악기 연주가 만나고, 전통 악기와 전자 악기가 만나고, 실험음악가와 보이스 퍼포먼서가 함께하고, 플라멩코 춤과 우리 민요가 함께하고, 콘트라베이스와 가야금이 한 무대에서 리듬을 타고 그 옆에서는 라이브 페인팅이 있었다.


그날그날의 마지막 공연은 참여 예술가들이 대거 자진 참여하여 함께 하는 대동 공연 형식이 이뤄졌다. 즉흥적이고 자유롭고 열려있는 예술제였다. 이런 융합, 혼용의 자유로운 형식은 무엇이든 무한히 열려있고자 하는 실험예술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협업작품 중 하나를 거론하자면 행위미술가(임택준), 시인(박남준), 무용가(김옥)가 함께 한 <저 불어오는 바람>이다. 박남준이 노란 파라솔 밑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하였다. 시구 중 "하늘이 모자라게 별들이 뜰 것이고"가 기억된다. 임택준은 저 멀리서부터 풍경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검은 고깔모자 끝에 곡선으로 매달린 여러 흰 공이 걸음마다 촐랑촐랑 리듬을 타며 출렁거렸다. 여기에 김옥의 몸짓이 초록 꽃밭 위에서 바람과 노닐었다. 소리와 움직임이 시청각적 파문을 그리며 가슴으로 너울져 왔다. 감각의 촉수가 흔들렸다.



모카(Mocca)
퍼포먼스 전경 사진: 한상일



김석환도 작품 <평화로 가는 길 - 검은 바다>에 무용가 박일화와 함께 했다. 점점 심해지는 기후재난에 대한 경각심 고취, 핵 오염수 폐기 반대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지구의 푸른 물이 상처처럼 점점이 박히며 떨어진다. 이윽고 이 생명의 물은 폭풍우 치는 바다가 된다. 오염된 검은색 물고기는 허공을 유영한다. 그리고 살 끝에 색동 띠 달린 우산(천 없는)을 들고 흔들었다. "탐욕의 인간들아! 자연을 더는 괴롭히지 말고, 상생과 공생으로 나아가자"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탈물질의 시간예술을 지향하는 ‘실험예술제’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회예술’의 일환으로 ‘폐농기구 활용 조형작품 만들기’라는 ‘물질’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실행하였다. 괭이, 가래, 호미, 쇠스랑, 떡살, 주걱 등 쓰임을 다한 온갖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을 이용해 작가 3명과 주민들이 함께 설치조각 작품을 만들어내는 워크숍이었다. 낡고 오래된 폐농기구가 가진 의미에 조형미를 가미한 이 작품들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우수한 공공미술, 사회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임택준+김옥+박남준 퍼포먼스 전경 사진: 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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