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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0, Jul 2017

현대사진의 선구자, 워커 에반스

France

Walker Evans
2017.4.26-2017.8.14, 파리, 퐁피두센터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로 특히 사진예술에서 특출한 영향력을 가진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리 프리들랜더 (Lee Friedlander) 그리고 베허 부부(Bernd and Hilla Becher)까지 걸출한 사진작가 중에는 워커 에반스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일상의 세세한 부분과 도시의 평범함을 포착할 줄 알았던 그는 20세기 미국 문화를 시각적으로 정의하는 데에 기여했고, 그의 사진은 세기의 아이콘이 되었다. 2017년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며 선택한 전시 중 하나도 바로 워커 에반스의 회고전이다.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전시인 만큼 시기적으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초기작과 폴라로이드, 300여 점에 달하는 작품, 수집품 등을 총망라한다. 특히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에반스의 회화 작품도 공개해, 여러모로 한 예술가의 일생과 진면목을 살펴보게 한다.
● 임정현 프랑스통신원 ● 사진 Centre Pompidou 제공

'Coney Island Beach' vers 1929 épreuve gélatino-argentique 22.5×31cm The J.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Los Angeles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 The J. 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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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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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는 1935년부터 1937년까지 미국 농업 안전국 F.S.A. (Farm Security Administration)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진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농부들의 초상 사진은 그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만하다. 근접한 거리에서 얼굴과 표정,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찍은 강렬한 사진들. 그는 F.S.A.를 떠난 후에도 꾸준히 노동자들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는 사진예술의 일환으로 행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종의 시각자료로 삼고자 했을 뿐이다. 과연 무엇을 말하려고? 그들의 고난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사진을 통해 이들의 힘든 삶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에반스는 1961 <People and places in Trouble>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진 속 노동자들은 “눈으로 이야기한다”고 썼다. 그는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다른 매체와 달리 가장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사진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진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사진가가 되는 것을 꿈꾸지도 않았다. 젊은 에반스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뉴욕 도서관에서 일하다가 1926,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파리로 왔다. 예술의 중심지였던 당시 파리에는 이미 수많은 예술가가 어울려 살고 있었다. 에반스 역시 파리에 와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짧은 에세이를 쓰면서 꿈을 키워갔다. 그때 쓴 프랑스어 원본 글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 시기에 시도한 초상 사진은 상당히 흥미롭다





<Westchester, New York, farmhouse> 1931 

épreuve gélatino-argentique collée sur carton 

18×22.1cm Collection Centre Pompidou, 

Paris  W. Evans Arch.,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Centre Pompidou / Dist. RMN-GP 





당대의 초현실주의자들이 예술 실험을 하는 도구로 사용됐던 즉석 사진기를 이용한 것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그 결과물과 스스로의 그림자를 이용한 사진은 청년기의 에반스를 상상하게 한다. 그는 프랑스 사진가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의 작업을 좋아했다. 동료인 베르니스 아봇(Berenice Abbott)을 통해 앗제의 사진을 접하고 1900년대 초 앗제가 촬영한 파리의 길거리 상인들, 상점 진열대의 사진과 비슷한 작품을 훗날 뉴욕에서 시도해보기도 할 정도였다. 이국의 작가가 찍은 타인의 일상에서,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배운 셈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나란히 놓인 앗제와 에반스의 사진은 각각 파리와 뉴욕의 장면이 담긴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워커 에반스는 자신의 사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를 꼽는다. “보들레르에게선 정신적으로, 플로베르에게선 방법론을 배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원래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가를 꿈꿔온 사람이어서였을까, 시각 예술보다 오히려 문장과 텍스트에 매혹되었고 유럽에서 생활은 그의 로망을 충족시켜주기 충분했을 것이다짧은 외유 이후 바로 뉴욕으로 돌아온 워커 에반스는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에 천착한다. 그의 사진 작업을 응원해준 친구이자 뉴욕을 주제로 페인팅 한 스테판 허쉬(Stefan Hirsch)는 에반스를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에게 소개해 주기도 한다





<Alabama Tenant Farmer Floyd Bourroughs> 1

936 épreuve gélatino-argentique 22.9×18.4cm

 Collection particulière, San Francisco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Fernando Maquieira, Cromotex





이처럼 1928년부터 30년대 초반까지 워커 에반스는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야간 일을 하며 유럽에서 온 예술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배고프지만 열정 넘치는 시절을 보낸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워커 에반스의 작업들, 뉴욕에서의 건축물 시리즈는 추상적 사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뉴욕의 고층 빌딩들이 나타내는 선과 면의 조화와 대비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2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시기, 유럽에선 바우하우스(Bauhaus)와 러시아 구축주의자들이 건축물과 기계들에 심취하였듯, 에반스도 뉴욕의 건물에서 보이는 ‘미’에 심취하였던 것이다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던 워커 에반스는 1920년대 후반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 사진을 시작으로 문, 상점 광고판 등을 촬영하고, 1930년대 후반에는 기념비를 집중적으로 찍었는데, 천편일률적인 관광 엽서 사진의 구도를 모델 삼아 최대한 비슷한 각도로 그것을 재현하곤 했다


이는 객관성을 염두에 둔 방식이었고, 특히 교회의 전면을 촬영한 시리즈는 훗날 독일 현대사진의 뿌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베허 부부에게 상당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첫 전시를 가진 1938년 겨울에는 뉴욕에서 ‘Subway Portrait’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로부터 40년 후 뉴욕 지하철을 컬러로 촬영해 유명해진 브루스 데이비드슨(Bruce Davidson)의 사진들을 이어서 본다면 아마도 한 롤에 담긴 지하철의 역사가 될 것이다. 에반스는 길거리를 지나는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브리지포트, 디트로이트와 시카고 등지에서 촬영한 시리즈로, 자동제어 방식으로 행인들을 찍었다. 동일한 크기와 앵글로 편집된 채 전시된 사진 속 미국의 중산층 사람들은 현대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나 필립 로르카 디코르시아(Philip-Lorca diCorcia)의 행인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Joe's Auto Graveyard> 1936 épreuve gélatino-argentique

 11.43×18.73cm Collection particulière, San Francisco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Ian Reeves  





글을 사랑하고, 사진으로 세상을 바라본 워커 에반스는 동시에 컬렉터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열광적으로 수집한 대상은 대부분 간판, 포스터, 엽서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사진에 등장하기도 했던 간판이나 영화, 광고 포스터 등을 소장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간판과 광고물을 보며, 워커 에반스는 자신의 삶의 황혼기가 지나야 불어 닥칠 팝아트(Pop Art)의 열풍을 예감했던 것일까. 혹은 이런 류의 대중 매체가 가장 미국적인 것이라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그가 집에 걸어두기까지 했던 소장품들은 팝아트적 경향을 십분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Un style vernaculaire’다. 지방이나 나라 특유의 스타일, 즉 가장 미국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워커 에반스의 사진은 말 그대로 미국의 사진이다


그가 주로 머물던 뉴욕과, F.S.A. 시절 촬영한 남부 지방의 사진들 모두 미국을 무대로 하고 있다. 미국은 그에게 주제이자, 하나의 방법이었다. 도시, 사람, 건물 그것이 무엇이든 이미지가 표상하는 그 자체를 드러내는 사진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역사의 장을 여는 데 기여했다전시장의 마지막에는 워커 에반스 말년의 인터뷰인 <Walker Evans, his time, his present, his silence>(1969)의 영상이 틀어져 있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나에겐 지루한 것”이라고 말한 그는 평생을 도시와 사람을 피사체로 삼았다. 도시의 건물, 그 속의 사람들, 험난한 농업 환경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눈빛, 도시 속에서 바쁘게 그들의 시간을 살아가는 눈빛을 가진 사람들을 말이다. 미국적인 광고판과 건축물의 모습 그리고 일상의 도구들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처럼 자연에서 발휘되는 숭고미가 아닌 사람과 도시 환경에서 나름의 ‘숭고함’을 찾고자 했다.





<Subway Portrait> Janvier 1941 épreuve gélatino-argentique 

20.9×19.1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Gift of Kent and Marcia Minichiello, 

in Honor of the 50th Anniversary of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워커 에반스의 첫 프랑스 회고전을 보기 위한 관람객의 발길은 전시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끊일 줄을 몰랐다. 파리에서의 생활이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자신의 첫 회고전이 프랑스, 그것도 파리에서 열리게 된 것을 알았더라면 그는 분명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리라. 파리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청년은 뉴욕으로 돌아간 후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깨우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그가 ‘찍어둔’ 이야기를 눈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임정현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학과와 프랑스 파리 제8대학(Université Paris 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며, ‘도시, 지형학 그리고 유토피아’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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