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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6, Jul 2020

Composition in Blue

2020.5.28 - 2020.7.31 리안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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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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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시나이까


대중에게 가구 디자이너로 익히 알려진 이광호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 가지로 규정짓는 걸 꺼리는 작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 목적을 지닌 물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료를 탐색하는 과정의 산물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임새 또한 명확히 규정짓기보다 타인의 접근법에 따라 적절한 역할이 자연스레 부여되도록 태도를 열어놓는다. 가끔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를 ‘창작자’로 통칭하는 이유다. 지난 2006년부터 그가 세상에 내놓은 작업의 다양성은 대중이 인지하는 범위보다 저 멀리 멀어져있다. 세계 유수의 뮤지엄이 컬렉션하는 예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몬트리올 뮤지엄(Montreal Museum of Fine Arts)의 소장품은 그가 초기부터 시도한 ‘Knot - Beyond the inevitable’ 시리즈다. 전선을 매듭지어 천장에 걸어놓은 후 조명을 달아놓은 작업은 국내 몇몇 상업 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F MoMA에는 PVC 튜브를 매듭으로 꼬아 만든 암체어가 소장돼있다. 이광호 하면 떠오르는 ‘obsession’ 시리즈다. 시드니 파워하우스 뮤지엄(Powerhouse Museum)은 ‘New Armor’ 스툴을 가지고 있다. 

나무에 주로 쓰던 전통 옻칠 기법을 청동에 접목해 조선시대 갑옷의 강인함을 표현하면서 인체의 굴곡에 맞는 유선형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에는 여러 작업을 혼합해 강당 라운지를 채웠다. 앞서 말한 두 가지 매듭 작업과 함께 ‘The Moment of Eclipse’가 함께 있다. 물푸레나무 무늬목을 U자 형태의 오브제로 만든 후 흰색, 옅은 복숭아색, 주황색으로 산뜻하게 도색한 목작업으로 라운지를 이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의자, 테이블, 수납장 등 사용성이 자유롭게 변형된다. 더불어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Skin - Enameled copper’ 시리즈다. 적동(赤銅) 표면에 칠보를 발라 가마에 구우면서 대비되는 물성의 효과와 우연적인 표현을 극대화하는 작업으로 재료와 기법 면에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Composition in Blue 2020’의 모태라 볼 수 있다.

‘Composition in Blue 2020’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산업화의 유산인 표준 단위로 양산된 사각 파이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대표적이다. 일정한 단위로 자르고, 쌓고, 이어 붙인 매스는 기계적 느낌을 지니면서 동시에 유일함이 강조된다. 프로세스 때문이다. 적동판과 사각 파이프를 매스로 구축할 때 디테일과 색은 달라지고, 푸른색 칠보를 발라 700도 이상의 가마에서 구우면 모든 디테일이 우연의 산물로 가득 찬다. 피막이 완전히 벗겨지고, 벗겨진 게 다시 들러붙고, 푸른 유약이 녹아흐른다. 그 자국을 살펴보면 제각기 다른 색과 텍스처의 풍부함에 탄성이 든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료를 실험하며 데이터를 모은 그의 노하우와 불가마에서 우발적으로 표출되는 제어 불가능한 우연의 성과가 농축된 결과다. 

전선, PVC, 나무, 청동, 적동, 옻칠, 칠보, 심지어 돌과 스티로폼까지 재료로 쓰는 이 ‘욕심 많은 창작자’를 볼 때면 한 지점에 머물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태도를 형태와 기능의 규약에 가두려는 노력이 불필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작품과 전시는 다르다. 전시 측면에서 보자면 아쉬움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걸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시 소개 글에 ‘가변적 장소 특정성’, ‘구성 특정성’이란 단어가 출몰하는 데에는 설치미술로 작가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갤러리의 간절한 노력이 깔려있다. 하지만 작업을 조형적, 미적 영역에서 즐길 때 내뱉는 탄성에 비하면 ‘설치’와 ‘장소’와 연관된 작품의 총체적 집합인 전시가 내뱉는 메시지는 조용하다. 물론 작가의 욕망과 의도에 따라 고요한 전시도 부지기수니 늘 왁자지껄할 필요는 없지만, 소개 글에 언급한 대로 조각가, 설치미술가로 업력을 늘리려면 합리적 맥락을 지닌 완전체로서 홀로 공중 부양할 수 있는 방법론이 빠른 시일 내에 구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어디로 가시나이까?” 같은 질문을 받을지도 모르니.                     


*<Composition in blue> 2020 에나멜 구리 각 40×40×40cm © Shi-Woo Lee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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